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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D-1
작성일 : 22-03-05 11:18     조회 : 61     추천 : 0     분량 :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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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

 

 옆에서 누군가가 리브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고개를 돌리니 청사가 리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청사는 리브에게 귓속말했다.

 

 “긴장 풀어요. 흑사님이 저렇게 말하시는 건 당신에게 긍정적인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당신에겐 좋은 기회에요. 놓치지 말아요.”

 

 청사의 한 마디에 리브는 망설임을 마치고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컴퓨터로... 마루시의 고위급 인사들의 일정표를... 추출했었습니다.”

 

 흑사는 리브의 첫 마디를 듣고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음성을 인식하는 장치, 통화내용을 기록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이메일과 문서를 조회하는 프로그램은 원래 있었는데요... 저의 해킹방법과 그 프로그램들을 접목해서 만든 새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게 어떻게 작용하는 거냐면,”

 “됐고. 짧게 한 마디로 얘기해 봐.”

 “제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인사들의 연락내용을 인식하는 거죠. 그 내용은 제가 미리 설정해놓은 각 인사의 일정표에 채워지는 겁니다.”

 “그럼 그들의 스케줄을 다 꿸 수 있는 건가?”

 “최소한 노트북이라도 있다면... 그렇습니다.”

 

 흑사는 청사를 불렀다.

 

 “청사. 네가 데리고 다니는 부하는 지금 어디 있지?”

 “지금 회의실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 부하한테 컴퓨터 가져오라고 전하고, 없으면 노트북이라도 하나 찾아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청사는 곧장 미네민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회의실에서 흑사가 내린 명령은 5분 내로 결과를 내야했다. 미네민은 명령을 듣자마자 다리를 바삐 움직였다. 그녀는 제어실에 구형 노트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해왔다. 그녀는 가쁜 호흡을 숨기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허억, 구해왔습니다."

 

 회의실 내부로 들어가니 리브는 의자에 앉아있고 나머지 단원들은 그의 주위에 쭉 서있었다. 동물을 구경하러 빙 둘러싼 구경꾼들 같았다. 미네민은 청사의 지시에 따라 리브의 책상에 노트북을 올려놨다. 흑사는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앞으로 10분. 내일 마루 경찰청장 오성한이 하루종일 뭐하는 지 알아내.”

 “저... 알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기다리는 사이에 많이 용감해졌네. 질문도 할 줄 알게 되고. 못 알아내면 넌 우리에게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거지. 쓸모없는 인간을 처리하는 방법은 정해져있어.”

 

 리브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상황에 휘말렸는지 알아차렸다. 갑자기 그의 입은 모터가 달린 거 마냥 설명을 줄줄이 뱉어냈다.

 

 “이게 일단 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야하고 또 이 프로그램 자체가 바로 뭘 알아내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야 추출이 되는 거라서,”

 “30초 지났다.”

 

 하는 수 없었다. 리브는 침착하게 키보드 위로 손을 올렸다. 사실 침착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집중력이 그의 팔을 타고 손가락으로 전해졌다. 곧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속도를 냈다.

 

 우선 인터넷 구석에 숨겨놓은 자신의 해킹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하는 데까지 3분. 리브는 프로그램을 열고는 숨을 크게 쉬었다.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긴 했으나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보통 프로그램을 켜놓은 상태에서 경찰청장이 통화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해야 그 내용들로 인해 일정이 채워지는 방식이었다. 무작정 기다린다고 자동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흑사가 원하는 건 그런 느긋함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바로 경찰청장의 일정이 필요했다. 나머지 5분 동안 청장의 통화내역이나 이메일을 수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리브의 얼굴로 점차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리브의 손이 잠깐 멈췄고 흑사와 청사는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흠.”

 

 결국 리브는 직접 청장의 개인 컴퓨터 해킹을 시도했다. 그의 손은 한 번 더 춤을 추었다.

 

 “2분 남았다.”

 

 리브는 경찰청장의 컴퓨터를 억지로 파고들어 이리저리 들쑤셨다.

 

 “1분.”

 

 리브의 부산한 손가락이 민망할 정도로 모니터에는 아무 성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리브는 남은 1분 동안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10초.”

 

 리브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의 막판 스퍼트가 이어졌다.

 

 “5, 4, 3, 2, 1, 그만.”

 

 리브의 컴퓨터는 여전히 백지였다. 흑사는 리브를 쳐다봤다.

 

 “결국 이게 네 실력이군.”

 “내일 오전은 경찰서에서 근무, 오후 2시부터 학목 다리에 시찰을 갑니다. 그리고 내일 모레 오전은 경찰서에서 진행되는 회의가 있고, 오후에는 경찰서 근무,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 20:10에 시작하는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러 나갑니다.”

 

 리브의 자신 있는 대답에 흑사의 눈빛이 바뀌었다.

 

 “지금 그게 방금 알아낸 정보인가?”

 “네. 그렇습니다.”

 “흠, 경찰청장도 바쁘게 살고 있군.”

 

 청사는 옆에서 박수쳤다.

 

 “와, 그 짧은 시간에 내일 모레 일정까지 알아내다니! 흑사님, 이 사람 실력은 인증된 것 같은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아직 인증된 건 아니지. 내일 오성한이 오후에 정말 학목 다리로 가는 지 확인해봐. 리브의 말이 거짓이라면 더 이상 리브의 목숨은 필요 없다. 리브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내일 모레 마루시로 진입한다.”

 “옛!”

 

 흑사는 뒤로 돌아 다시 리브에게 걸어갔다.

 

 “근데 고위 인사가 아니고 그냥 특정 개인에 대해서도 조사가 가능한가?”

 

 리브는 아직 긴장이 가라앉지 않은 입술로 답했다.

 

 “사람에 따라 예외가 있지만 보통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흑사는 손가락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 사람에 대해서도 조사해줄 수 있나?”

 

 리브는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한 여자, 미네민이 서있었다.

 

 “리브, 널 주사기로 찔렀던 친구.”

 

 흑사는 리브를 도발했다. 리브는 그녀를 말없이 응시했다.

 

 “미네민이라는 친구인데, 저 여자에 대해 조금 알아보고 싶거든. 청사가 데리고 다닐 만큼 큰 애착을 갖는 단원인데 나는 저 사람에 대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더라고. 청사야 너도 궁금하지 않아?”

 

 청사는 순식간에 굳은 얼굴로 답했다.

 

 “아... 네....”

 

 미네민은 아무렇지 않은 척 서있었지만 그녀의 등은 땀으로 젖어갔다.

 

 “내가 아는 바로는, 저 여자는 길거리에서 노숙하다가 입단했어. 근데 꼭 그런 년놈 대부분이 나중에 보면 다른 도적단에서 온 첩자더라고. 어쩌면 경찰이 보낸 스파이일 수도 있고.”

 

 미네민은 머리에 있던 혈액이 점차 아래로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끝까지 다리에 힘을 꽉 줬다. 이 자리에서 현기증으로 쓰러지면 자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사실을 모르는 리브는 흑사를 올려다봤다.

 

 “본명과 생년월일만 알려주시면, 어디에 신원이 등록되어있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 분의 음성기록도 하나만 따주시면 저 분의 통화기록과 그 내용까지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보통 다 나오나?”

 “살면서 전자기기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안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들어본 적도 없고요.”

 “그래. 최소한 전화기는 써봤겠지.”

 

 흑사는 미네민을 불렀다.

 

 “미네민. 본명, 생년월일을 이 친구에게 알려주도록. 그리고 음성기록인지도 딸 수 있게 협조하고. 조사했는데도 아무 정보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본명이나 생년월일을 속인 거라고 여기지. 나한테 거짓말한 셈이기도 하고. 우리 흑사단에는 거짓말쟁이가 들어설 공간은 없다.”

 

 미네민의 옆에 있던 청사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저 흑사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미네민은 한 걸음 한 걸음 리브에게 걸어갔다. 흔들리는 다리를 들키지 않으려 최대한 신경을 집중했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도망치는 행위는 곧 첩자임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이 기지엔 흑사단원만 3000명이 넘었다. 게다가 이 곳은 기지에서도 가장 중심부. 문 밖으로만 나가도 중무장한 단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살아서 나갈 가능성은 없었다. 이제 그녀의 앞에는 리브와 노트북이 있었다.

 

 “상유미.”

 

 미네민은 자신의 본명과 생년월일을 차례로 말했다.

 

 “음성기록은 어떻게 따는 거죠?”

 “그건 또 다른 장비가 필요해서요. 일단 이름이랑 생년월일로만 조사해볼게요.”

 

 조용히 살았어도 어느 단체에 소속했다든가 어떤 활동을 했다면 세상 어딘가에 기록이 남기 마련이었다. 리브는 거침없이 검색을 시작했다. 회의실은 리브의 키보드 치는 타격음만 울렸다. 모두가 리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타닥.

 

 리브는 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옆에 서있던 미네민을 올려다봤다. 리브의 눈으로 미네민의 파래진 얼굴이 보였다. 리브는 조금 더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흑사를 불렀다.

 

 “조사 끝났습니다.”

 “어떻게 나왔지?”

 “자외단에 잠깐 입단했다가 탈퇴한 기록만 있네요. 길거리 출신이 맞아요.”

 “자외단?”

 

 흑사는 미네민을 쳐다봤다. 그는 미네민 앞으로 한 발짝 걸어갔다.

 

 “이 말이 사실인가?”

 “네.”

 “자외단은 왜 들어간 거지?”

 “밥을... 준다고 해서요.”

 “밥이라. 그래, 얼마 동안이나 있던 거지?”

 “잠시 동안이요. 3달 정도.”

 "그럼 평단원이었나?"

 "네."

 “일단 경찰이 아닌 건 확실해졌군. 좋아. 청사, 잘 데리고 다니도록.”

 “네. 알겠습니다.”

 

 청사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흑사는 다시 회의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좋아. 아까 얘기로 돌아가서.”

 

 흑사는 오 교수 앞으로 걸어갔다.

 

 “마루시에 오 교수가 그동안 관여했던 건물들이 있지? 한두 개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상당히 많죠.”

 

 흑사는 회의실 오른편에 펼쳐진 마루시의 지도를 가리켰다.

 

 “그러면.”

 

 흑사는 마루시 지도에서 특정 건물을 집었다.

 

 “이 건물의 도면도 있나?”

 “당연하죠.”

 

 오 교수는 미소 지었다.

 

 "제가 아주 잘 아는 건물이죠.“

 

 

 ***

 

 

 “형씨! 드디어 내일이야! 내일이라고!”

 

 하언은 자신이 게적그룹인 것마냥 가만히 있질 못했다. 그 모습은 마치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린이의 모습이었다. 하언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데일이 게적그룹을 구원해주기로 한 날짜가 바로 내일이었다.

 

 교도관들 사이에서도 그 소문이 돌고 있는지 그들도 덩달아 긴장한 눈치였다. 안 그래도 의기양양한 게적그룹원들이 이번 소문으로 인해 말썽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했기 때문이었다. 교도관들은 평소보다 그들의 행동을 더욱 예의주시했다.

 

 두 달 전에 새로 들어왔다던 신참 교도관의 눈에도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처음 들어보는 탈옥 예고와 감옥 안에서도 떵떵거리는 게적그룹원들은 그가 상상한 죄수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87078, 수용실 밖으로 나와."

 

 수감자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분을 만끽하는 동안, 카쟝은 접견 준비를 마쳤다. 오늘 카쟝에게 접견 온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교도관은 카쟝을 불러냈다.

 

 “꾸물거리지 말고 빠릿빠릿하게 따라와.”

 

 카쟝은 교도관을 따라 접견실로 들어갔다. 접견실 구석에는 낯익은 여인이 앉아있었다. 우 박사였다. 카쟝은 살짝 놀랐다. 그녀 혼자서 여기까지 찾아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필요한 얘기나 물건은 편지나 소포로 부치거나 대리인을 보낼 거라고 예상했다. 새던 교도소까지 오는 길도 험난할뿐더러 우 박사의 성격상 귀찮아했을 게 뻔했다.

 

 “직접 여기까지 오셨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카쟝은 단숨에 그녀 앞에 앉았다. 고마움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였지만 하나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

 

 “치료제는 잘 개발되고 있어요?”

 

 우 박사는 조심스럽게 실토했다. 그녀는 흑사단이 오리너구리를 전부 훔쳐가서 정제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전했다.

 

 “그래도 강일호가 아이디어를 내서 전 세계에서 오리너구리를 모으는 중이야. 그것만 준비되면 바로 만들 수 있어.”

 “그럼 지금은 정제된 약이 있는 건가요? 달구 시민들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죠?”

 

 우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카쟝에게 어설픈 희망을 주느니 그저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럼 리브에게선 어떤 소식이라도 있었나요?”

 

 우 박사는 고개를 한 번 더 저을 수밖에 없었다. 힘이 빠지기는 카쟝도 마찬가지였다. 카쟝이 시무룩하게 앉아있자 우 박사는 카쟝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그의 소매 안으로 뭔가를 넣었다.

 

 “검문에서 들킬까봐 큰 건 못 들고 왔고, 간단한 것만 챙겨왔어.”

 

 카쟝의 팔뚝으로 그 물건들이 느껴졌다. 전부 손가락만한 도구들이었다.

 

 “아, 그리고 이불로 사용하라고 파란 천도 가져왔는데, 그건 교도관들이 검사가 끝나고 문제가 없으면 전해주겠다고 했어.”

 “그것까지 챙겨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감사는 강일호한테 해. 날 경호원까지 대동시켜서 여기까지 보낸 건 그 사람이니까.”

 

 그제야 우 박사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설명되었다. 일호가 계속 카쟝에게 신경을 쓰고 있던 것이었다.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인 것 같고.”

 

 우 박사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카쟝도 같이 일어났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 박사는 팔을 뻗었다. 악수 요청이었다.

 

 “곧 다시 볼 수 있기를.”

 

 카쟝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렇게 마지막 선물까지 건넨 우 박사는 카쟝의 손을 놓고 출구로 걸어 나갔다. 카쟝의 오른손바닥에는 공무원증이 남겨져있었다. 카쟝이 이곳에 들어올 때 썼던 의사의 공무원증이었다. 뒤에선 교도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87078, 접견시간 끝났다. 얼른 돌아가자. 곧 일과시간이야.”

 

 카쟝이 접견실에서 나오니 그를 인도했던 교도관이 이불을 건넸다.

 

 '이게 우 박사님이 말하신 그 파란 천이구나.'

 

 “넌 나이가 몇인데 이불을 넣어달라고 하냐?”

 “죄송해요. 추위를 워낙 잘 타서요.”

 “다음부턴 그냥 교도관한테 이불 하나 더 달라고 해. 여러사람 번거롭게 만들지 말고.”

 “죄송합니다.”

 

 카쟝은 수용실로 돌아가자마자 원숭이처럼 침대 위로 재빨리 올라갔다. 그는 신속하게 소매에 숨겼던 물건들을 꺼냈다. 손가락 크기의 병 두 개가 전부였다. 하나는 가루가 담겨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투명한 액체가 담겨있었다. 두 병에 담긴 가루와 액체를 섞으면 중합이 되면서 실리콘이 되는 원리였다. 카쟝이 마스크를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물질들이었다.

 

 ‘이 정도면 지금의 마스크를 수정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것보다도 먼저.”

 

 카쟝은 주위를 둘러봤다. 하언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다른 수감자들은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으며, 교도관들도 그들을 정숙 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쏘다녔다. 카쟝에게 관심을 갖는 이는 없었다.

 

 스윽-

 

 카쟝은 침대 구석으로 손을 뻗었다. 구석에서 나온 건 물이 담긴 짧은 봉투였다. 그 봉투 속에는 물에 젖은 껌이 담겨있었다. 카쟝은 봉투 속을 유심히 쳐다봤다.

 

 ‘이 정도면 충분해.’

 

 껌에는 아직도 교도관의 지문이 선명했다. 카쟝은 그 껌을 꺼내 바람을 불어 물기를 말렸다. 껌의 남은 수분이 보일락 말락 하기 직전에 카쟝은 첫 병을 열었다. 그는 끓는 쇳물을 거푸집에 붓듯이 지문 전체에 가루를 균일하게 뿌렸다. 이어서 다른 병에 담긴 액체를 그 가루 위에 몇 방울 떨어뜨렸다. 반응은 곧장 시작되었다. 두 화학물질이 섞이며 실리콘이 중합되었다. 카쟝은 5분을 더 기다렸고 실리콘의 열이 식을 때쯤 그 실리콘에 손가락을 댔다.

 

 “얼추 다 됐네.”

 

 카쟝은 중합이 거의 끝난 실리콘을 조심스레 껌에서 떼어냈다.

 

 “됐다.”

 

 카쟝의 손에 교도관의 지문이 드러난 실리콘이 있었다. 아직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지문이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카쟝의 볼도 갓 만들어진 실리콘만큼이나 상기되었다.

 

 “자! 이제 일과시간이다. 모두 수용실에서 나와서 줄 서!”

 

 카쟝은 재빨리 그 실리콘 지문을 침대 구석에 숨겼다. 그는 실리콘과 그 재료들을 깊게 숨긴 뒤 이불로 받아온 파란 천을 상의 안에 넣었다. 그렇게 카쟝은 파란 천을 옷 속에 감추고 수용실을 나섰다.

 

 

 ***

 

 

 누가 생각했을까? 높은 곳에 있는 금고는 털기 힘들 거라고. 마루시 동쪽에 위치한 하루동에는 95층 짜리 건물이 있었다. 건물의 이름은 '고고 빌딩'. 그 고고 빌딩에는 93층부터 95층까지 무려 세 층에 걸쳐 금고가 있었다. 지상으로부터 최고 높이에 위치한 금고였다.

 

 도둑의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위치 선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금고에 접근하기 위해서 고층 건물을 올라가야하며, 금고에 있는 귀중품을 훔친다고 하더라도 도망갈 경로와 방법이 제한되었다. 그런 까닭에 마루시의 많은 부자들이 자신의 보물을 숨기기 위해 선택한 금고이기도 했다.

 

 "쌀쌀하네."

 

 현재 고고 빌딩의 옥상이자 지상 최고의 금고 천장 위에는 청사가 서있었다. 이미 해는 저물었고 달빛도 밝지 않아 정상에 올라오기까지 장애물은 없었다. 청사는 매서운 바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행동을 준비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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