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소민이는 우리 집에 기타 가방을 등에 멘 채로 놀러 왔다.
곧바로 계단을 올라가 나의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녀는 나의 기타와 크고 좋아 보이는 스피커, 락밴드의 멋진 포스터로 도배된 벽
그리고 앨범 CD로 가득 찬 벽을 보면서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다가 뿌듯한 미소를 짓고 컴퓨터와 온갖 장비를 켜두고 있었다.
소민이는 기타 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에 들어있던 기타와 악보를 꺼내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연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녹화 프로그램을 켜고 카메라를 소민이를 향해 조절했다.
아직 카메라에 찍히는 건 부끄럽고 거부감이 드는지 소민이는 어깨를 살짝 움츠리고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여기 봐! 귀여운 소민이 얼굴 보여야지, 유튜브는 예쁜 사람 정말 좋아한다고!"
"전 안 귀여운데..."
그렇게 툴툴거리면서도 고개를 들고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긴장한 분위기가 그녀 주위를 돌고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카메라를 향해 보고 있었다.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녹화 준비를 마쳤다.
"자, 노래 준비 끝났지?"
"네, 네...!"
"그럼, 시작한다? 셋, 둘, 하나."
나는 녹화 버튼을 눌렀다.
소민이는 살짝 당황하다가 천천히 연주를 시작했다.
기타를 연주하면서 조용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색을 냈다.
초반 부분이 끝나고서 입을 살짝 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는 방향을 잃었어요. 저는 약한 허리뼈에요.
내 것이 아닌 걸 갈망하죠. 난 그를 원하지만 어떻게 하죠?
어둠 속에서 저의 창조주를 만나겠죠.
그리고 내가 민폐꾼이라고, 그는 말하겠죠.
그는 말하겠죠, 그는 말하겠죠.
이런, 숨 막혔다면 미안해요.
숨 막혔다면 미안해요.
가끔은 내가 엄마의 배에 계속 있었으면 해요.
태어나지 않도록..."
그녀는 밴드 해산 이후로 지금까지 마음속의 응어리로 남아있었던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향을 잃은 채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어느 곳에 마음을 놓고 자신의 어두운 생각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다가와서 위로해주고 그녀의 편이 되어준 덕에 그녀는 오랜만에 마음 놓고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노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영상을 내가 만든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서 본격적으로 밴드의 일원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