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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잠시 뒤,
“진짜 대박이네…….”
“맞지? 내 말이 맞지?”
행랑채 뒤편의 어느 으슥한 곳, 조금 전 단정한 걸음으로 사라진 청색저고리 기녀의 뒷모습을 열렬히 쫓던 다섯 쌍의 눈이 있었으니…….
“저 분이…… 아니, 저 애가…… 아니 잠깐, 근데 몇 살이라고?”
누군가의 물음에,
“그건 나도 몰라.”
가장 작고 어린 아이가 대답했다.
“얘는 그것도 안 물어보고 뭐했니?”
“너보다는 언니라고 그랬지?”
“그냥…… 그럴 걸? 그렇지 않을까?”
“하긴, 한 열 넷? 열다섯 정도 되어 보이는데?”
“그럼 난희랑 동갑인가? 난희, 네가 몇 살이지?”
“나? 나는 열 넷.”
“그치? 왠지 비슷한 것 같기도?”
“근데 솔직히 언니들이랑도 비슷해 보여. 뭐랄까, 분위기가?”
이들은 상화의 말에 이끌려 몰래 금(琴) 연습을 빼먹고 나온 기방 ‘여옥’의 다섯 미화들이었다. 계화와 주선이 열여섯으로 가장 나이가 많고, 차례로 난희가 열 넷, 자홍이 열 셋, 그리고 상화가 열 하나로 막내였다.
“하여간에 예쁘다.”
“진짜.”
“엄청.”
“무지.”
“완전.”
“엄청.”
“그거 이미 했어.”
“뭐 어쨌든.”
“하, 나도 예뻐지고 싶다.”
“뭘 먹고 저리 예쁠까?”
“무리, 뭘 먹어도 저렇게는 절대 무리.”
“흥, 누가 저렇게까지 예뻐지고 싶대?”
그즈음 누군가의 입에서 그들 모두가 가장 궁금해 하고 있던 질문이 튀어나왔다.
“근데 누구일까?”
속닥거리던 입들이 한순간 일제히 멈췄다.
그러나 이내 다시,
“미화, 어디서 온 줄 모르는.”
“몰락양반의 딸 아닐까? 왠지 그런 듯 보였어. 말투나 이런 게…….”
“또또 저 몰락양반 타령이네. 네 말을 어디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이번엔 진짜라구!”
“으이구…… 요년들도 참, 그냥 기생이지 뭐.”
“그걸 몰라?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이야. 이름이나 소속…….”
“소속은 당연히 우리 기방이지.”
“어, 정말?”
“여기 있잖아. 그러니 당연한 거 아냐?”
“그치만…… 기녀 언니들도 다 모르던걸?”
“뭐, 그야…… 그전까진 미화였으니까.”
그러자 상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도 미화잖아.”
“너희야 그렇지 우린 아냐. 우린 그때 저 아이가 나간 직후에 객들을 받았잖니.”
계화가 주선이를 제외한 셋을 돌아보며 우쭐대며 말했다. 그러자,
“근데 왜 아직도 우리랑 자? 행랑채는 미화의 거처인데? 다른 기녀 언니들은 다 안쪽에서 자잖아.”
상화가 자못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입가 한편에 조막만한 미소를 감춘 채였다.
“……자리가 없다고 하잖아, 자리가.”
“그리고 어쩌다 임시로 한 거라 아직 정식기녀라 보기엔 애매하데.”
“얘는 뭐 그런 걸 말하니? 애들 앞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난희와 자홍이 서로 마주보며 킥킥거렸다.
“근데 자리가 없다고? 그럼 저 언니는 어디서 잔거야? 오밤중에 홀로 기방을 떠났을리는 없잖아.”
상화의 물음에 계화가 꿀 먹은 듯 입을 다물었다.
“……어쩌면 다른 기방에서 잠시 데리고 온 걸지도 몰라. 여기 일을 끝마치곤 거기로 다시 돌아간 거지.”
때마침 난희가 퍼뜩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왜?”
“그야…… 높으신 분들 접대를 위해서?”
“그쪽에서 안하고 왜?”
“그야…… 나도 모르지!”
난희가 상화에게 꽥 하고 고함을 질렀으나 상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난희의 발작 같은 고함이야 이미 질리도록 익숙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방주님께 교습을 받으러 온 걸지도 모르지. 방주님 곡조야 어디에서나 알아주잖아.”
자홍의 말에 계화가 손뼉을 마주쳤다.
“맞아, 당시 방에 들어갔을 때 얼핏 객들이 방주님께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해. 노래는 안 가르쳐도 되겠다느니, 굳이 연주법까지 익혀 뭘 하겠냐느니…….”
“그러네, 나도 기억나.”
둘 언니가 아는 체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상화가 조용히 투덜거렸다.
“피, 얼마 있지도 못하고 쫓겨 나온 주제에.”
“너 다 들리거든?”
“정확히는 한 식경 정도였지.”
계화가 눈을 흘긴 것에 비해, 주선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교습 받으러 온 사람이 왜 연습실로 안 오고 객을 맞이하러가?”
“그야…… 이 서리께서 찾으시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하지. 이 서리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 저 애를 찾는다? 어떻게 알고?”
난희의 물음에 제각각 떠들어대고 있던 모두의 입이 한 순간 멈췄다. 가만 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대체 누구지? 정체가 뭘까?”
“물어볼까 방주님한테?”
주선의 말에 상화가 놀라 소리쳤다.
“안 돼, 절대 안 돼! 오늘 여기 온 것도 언니들한테 절대 말하지 말랬는데…….”
그러나 이를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비밀에 휩싸인 기녀라…….”
“궁금해, 궁금하다고!”
“어떻게 뒤를 캐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니면…….”
그즈음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가 고요한 장내를 한 순간 뒤흔들었다.
“우리, 저 앞까지만 구경 가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