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깅. 키깅. 어느새 대화가 없어진 그들 사이는 그런 크고 작은 금속성과 멀리 떨어진 이들의 간헐적인 말소리뿐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소녀 쪽이었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든 의문인데요, 이것들은 대체 뭐죠?”
“응? 금색 톱니바퀴잖아. 뭘 새삼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그런 말을 하는 소녀에게 남자는 의아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아, 방금 농담이었나? 미안해 내가 분위기 파악을 잘 못 해서...”
“그럼 혹시 이게 왜 돌고 있는지는 아시나요?”
“.....?”
소녀는 뒷짐을 진 채 순수한 의문의 표정을 짓다가 톱니가 움직이자 다음 이빨로 폴짝 뛰어올라갔다. 가만히 서서 나름대로 그 질문의 의미를 해석해보려다 타이밍을 놓친 남자가 다음 타이밍에 한 칸을 나아가자, 동시에 한 칸을 더 나아간 소녀는 몸을 빙글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새삼 왜 그런 걸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밑에 있는 핵이 돌고 있기 때문인 게 당연하잖아. 애초에 나도, 아가씨도, 그리고 여기 있는 모두가 그걸 찾기 위해서 이곳에 태어났는걸?”
“누가 찾으라고 시킨 건가요?”
“음? 그 당연한 걸 뭐하러 누가 시켜서 하...”
“그럼 그 핵은 무엇 때문에 움직이는지 아세요?”
“으, 응?”
오늘 여러 번 갸웃거리는 그였다.
“또 그 다음은요?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뭐죠? 애초에 무언가가 남을 수나 있는 건가요?”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찾는 건....우왓!”
잠깐 방심했던 남자가 다음 이빨로 뛰어오르자, 이번에는 소녀가 그 칸에서 움직이지 않고 상반신을 앞으로 불쑥 기울였다. 덕분에 떨어질 뻔한 남자는 등을 뒤로 활처럼 구부린 채 두 손을 내밀어 소녀를 타일렀다.
“지, 진정하자고 아가씨.”
그 말을 들은 소녀가 몸을 뒤로 무르자 남자는 그제서야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
“아가씨는 마치 내 아들 같은 질문을 하는구만. 지금 7살인데, 아무리 설명해줘도 ‘왜?’라고 물어오는 탓에 굉장히 난처하단 말이지. 예를 들면 ‘저 주인공은 왜 화를 내?’라고 묻는 말에 ‘직장에서 부당하게 잘렸기 때문이지.’라고 대답해주면 ‘부당하게 잘린 게 왜 화가 나는 거야?’라는 말이 끊임없이 돌아오는 패턴인 거야. 그리고 대개 그런 질문들은 별 의미가 없거든. 혹 지금 아가씨도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닌가...한다만...?”
“흐응~”
눈을 가늘게 뜬 소녀는 그런 콧소리를 내더니 다음 이빨을 향해 뛰었다.
“뭐야, 알고서도 이러는 거구나? 바보.”
“응? 지금 뭐라고...”
“아뇨아뇨. 혼잣말이에요. 괜한 질문해서 죄송해요.”
“아, 응...”
순간 다른 사람인 듯한 기분이 느껴졌지만 다시 순수한 미소를 짓는 소녀의 모습에 남자는 조금은 불순한 안도감를 느꼈다.
“손, 잡아도 될까요?”
“으, 응?! ......그래.”
그리고 그 불순함은 참 신속하게도 순수함으로 바뀌었다. 역시 남자는 참으로 단순한 동물인가보다. 어쩌면 뇌가 직선으로 되어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이들의 말에 한번쯤은 귀기울여볼 필요도 있다구요? 순수한 만큼 본질에 가까운 게 아이들이거든요. 왜 어린아이가 그려놓은 미숙한 그림이 공포영화의 소재로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그리고 어른들은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으, 응!” 남자는 머리카락을 쭈뼛 세우고선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는 눈치였다.
“어른은 아이보다 상등하지 않아요. 동등하죠. 아니 오히려 하등할 수도 있어요. 언제부턴가 과거의 것은 하등한 것이라는 풍조가 만연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세상에 위아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 그녀는 나긋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뭐 거의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하늘은 없지만, 천장과 바닥 사이의 기다란 틈으로 붉은 노을이 새어들고 있는 그 금색 바다 위를, 그들은 물꼬가 터진 대화를 계속 이으며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