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에 깃든자 (2)
겸 : “사자?”
소연 : [예 그렇습니다.]
좀전 진지함은 사라지고 다시 그녀의 활기차고 해맑은 목소리가 짜증을 불러온다.
겸 : “.... 즐겁냐?”
소연 : [... 아닙니다.]
겸 : “목소리는 지금 완전 즐겁게 들렸는…”
소연 : [절대 그렇지 않은데요?]
겸 : “...우습냐?”
소연 : [...설마요..!]
뭐 그리 즐거운지 알수 없지만…
누구 하나라도 즐거운 상황이라 다행이다.
소연 : [일단 다음 임무수행을 위해 이동을 하겠습니다.]
소연이 말을 마치자 정면의 벽이 스르륵 열리고 어둠이 감싼 공간이 나타난다.
어두운 곳을 바라보니 저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소연 : [어둠길을 지나면 영암부 안으로 들어 갈수 있습니다. 어둠길은 지나는 것만으로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공간입니다.
상대는 *실존 하는 것이 아니니 *역량껏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소멸하지는 않으나 그에 준하는 손상을 입을 수는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또다시 들려오는 진지한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녀의 설명대로 라면 굉장히 위험한 곳이다.
그런 곳에 왜 들어 가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다.
그가 있는 곳 역시 그다지 오래 있고 싶지 않다.
삭막하게 하얀것이 오래 있다가는 정신에 이상이 올 것 같다
할 수 없이 한발을 내어 어둠의 길이란 곳에 진입한다.
말 그대로 어둠 밖에 없는 곳
그나마 둠 쪽 빛 덕분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감사했다.
순간 어둠 속에서 움직임이 감지 되었다.
형체가 보이진 않지만… 검은 공간이 일그러져 보인다.
그 곳엔 무언가가 있다,
그는 자신의 만월을 꽉 움켜 잡으며 한걸음 더 앞으로 향했다.
스으으윽~~
그가 길에 완전히 들어 서자 뒤에서 둠의 문이 닫힌다.
어둠 속에 갇혔다.
만월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그의 코앞까지 오는 적은 보이리라는 기대를 해보며 신중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겸 : “이런 제길..”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소연 : [귀를 잘 기울여 보세요]
옆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에 ‘흠칫’ 슬그머니 들린 쪽으로 살짝 돌아본다.
겸 : “계속 내 곁에 있는 건가?”
소연 : [네 전 항상 당신 곁에 있습니다. 흣흣… 자 옵니다. 정신 차리세요]
소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곁을 베고 지나는 무언가를 아슬아슬 하게 피했지만 옷깃을 살짝 찢긴다.
소연 : [이크~ 조심 좀 하시죠!]
경쾌한 그녀의 목소리가 거슬린다.
겸 : “그 입 다물지”
소연 : [옙~ ]
소연 : [또 옵니다.]
겸 : “...”
소연 : [힛~]
겸 : “...”
*물색없는 길랑이 참으로 얄밉다.
잠시 후 아니 꾀~~ 지난 후에 문을 열고 쓰러지듯 들어오는 겸의 뒤통수에 꽂히는 한마디
소연 : [첫 행차에 이 정도면 뭐 봐 줄만 합니다.]
겸 : “하~ 방금 나 죽을 뻔 한 것 같은데”
소연 : [에이~ 안죽습니다.]
겸 : “매번 이렇게 죽음을 ...”
소연 : [이미 죽은 자 이십니다.]
겸 : “.... 어디로 가지?”
말장난이… 참… 하… 앞날이 걱정 된다.
소연 : [ 앞으로 쭉~~]
그의 뒤를 따라 오는 것인지 그의 뒷쪽에서 계속 길을 알려 주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역시 경쾌하다.
그의 길랑은 좀 조증이 심한 것 같다.
뭐가 그리 신난 것인지…
겸 : “같이 신나면 좀 좋아..”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 나온 소리였다.
소연 : [네?]
겸 : “...”
그녀의 되물음에 그는 모른척 갈길을 간다.
나무로 된 벽과 바닥때문에 커다란 나무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그 나무들 사이사이에 걸쳐진 덩굴과 간간히 보이는 화분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가 생각한 저승과 너무 다른 공간이다.
겸 : “죽은 자들의 공간이 생명력 넘치는 군!”
소연 : [이 곳 역시 삶을 사는 자들의 또 다른 공간입니다.]
겸 : “다른 공간 일뿐인 것인가?..”
그가 생각하는 죽음은 끝이었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소멸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죽음 후 또다른 삶이 시작 되고 있다.
소연 : [길을 따라 쭉~ 가시다가 마지막 방문을 열고 들어 가시면 됩니다.]
그의 생각을 방해 하며 소연은 목적지를 정확하게 짚어 준다.
그녀가 알려준대로 따라가 문이라 여겨지는 곳에 섰지만
그 문(?)은 일렁이는 물속 같다.
그 문을 지나는 것이 꼭 물속에 빠지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아 주춤 거린다.
겸 : “지금은 옷을 적시고 싶지 않은데..”
소연 : [그냥 지나 가시면 됩니다.]
문쪽에서 찰박찰박 소리가 난다.
이미 그녀는 그의 곁을 지나간 것이다.
매몰차게 그를 버려놓고 가다니… 괴씸한 길랑 같으니라구..
어쩔 수 없이 따라 그 역시 한발 내딛는다.
마치 물에 들어가는 느낌이 발 끝부터 전해져 문을 지나는 그의 몸을 차례로 감싸고 지나간다.
지나온 그는 혹시나 싶어 머리부터 쓸어 내려 봤지만 젖은 곳은 어디하나 찾을 수 없다.
신기한 마음에 문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쓰으윽 넣어 본다.
물결을 가르고 손가락이 들어가며 감싸는 느낌이 다시 전해져 온다.
물속과 같지만…물기는 전혀 없는...
소연 : [다 하셨습니까?]
보이진 않지만 말투에서 그녀의 표정이 그려진다.
겸 : “신기해서..”
소연 : [솔직하시니 좋네요]
겸 : “난 항상 솔직했던거 같은데?”
소연 : [뭐… ]
겸 : “나를 잘아나?”
소연 : [… 쫌..]
겸 : “내가 너를 볼 수 있는 날이 오는 건 확실하지?”
소연 : [네! 그럼요]
겸 : “기대된다.”
소연 : [...]
평 : “겸?”
겸 : “그렇소”
평 : “난 너의 사수를 맡은 평이라 한다.”
그의 이름은 좀전에 소연에게 말했을 뿐인데 저자가 어떻게 알고 있지?
소연 : [기본적인 사항은 공유합니다.]
겸 : “말도 없이?”
소연 : [넵]
이곳엔 사생활이 없는 건가? 내 정보를 왜 맘대로 공유해?
기본 예의도 없는 저승같으니라구…
평은 겸과 대화하며 그를 방 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나무 옆에는 여러개의 편안해 보이는 의자들과 의자 옆에는 개인탁자들이 자유롭게 배치 되어 있다.
평 :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 탁자 옆에 명패가 없다면 빈자리지”
그곳은 그냥 숲속에 있는 휴식 공간 같다. 그러고 보니 벽에선 물이 흐르고 정 가운데 커다란 미루나무 주위로 작은 나무들이 드문드문 있고 바닥은 잔디가 빼곡히 나 있다. 그로 인해 그곳은 정원 같기도 작은 숲속에 들어 온 것 같기도 하다.
겸 : “ 자리에 앉아서 무얼 하는 건가?”
평 : “딱히 …뭐”
겸 : “일은?”
평 : “하지”
겸 : “언제?”
평 : “딱히… 정해진건 없고..”
겸 : “그럼 여기서 무얼하며 기다리는 건가?”
평 : “뭐든지…닥치는 대로 ”
겸 : “정해진 것이 없는 건가?”
평 : “뭐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네”
그들은 자연스레 편안한 자세로 자리잡고 앉아 계속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대화 중이다.
그 순간 탁자 모서리의 빨간 불이 깜박이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어리둥절하는 겸과는 달리 평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다.
평 : “소연!”
평의 입에서 그의 길랑이름이 나오자 겸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보이지도 않는 그녀가 있을 법한 방향을 정확히 바라보며 그녀를 부르는 평을 보며 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소연 : [네]
충직한 그녀의 목소리에 또 배신감이 몰려온다.
보이지도 않는 그녀 쪽을 바라보며 자신의 감정을 전해 보려 하지만 …
허공에다가 뭘하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젓는다.
소연 : [차원의 문이 열립니다.]
*물색없다 : 말이나 행동이 형편이나 조리에 맞는 데가 없다.
*실존 : 사물의 본질이 아닌, 그 사물이 존재하는 그 자체
*역량 :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