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실로 놀라웠다. 인간들의 중심지로 가자는 말만 던지고 그 과정은 생략했는데 각기 다른 역할을 알아서 나눠 하고 있었다. 덩치가 크고 두꺼운 동물들은 길의 양 끝 쪽에 설치된 빛이 나오는 기다란 것들을 부수고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자동차나 인간 자체를 밟고 깔며 길을 텄다. 몸집이 작은 동물들은 하수도 같은 경로를 이용해 무기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인간들의 사이로 튀어나와 주의를 끌며 물기도 했고 그 틈을 타 몸집이 크고 날랜, 날카로운 이를 가진 동물들은 그 인간들을 하나하나 작살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소리를 내는 기계를 타고 인간들이 올 때마다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날아다니는 동물들이 유리창을 깨거나 부서진 건물의 파편을 가지고 와 빠르게 도는 기계의 맨 위에 달린 것에 얹어 작동을 멈추게 해 추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작살난 인간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들은 그들과 비슷하게 생긴 동물들이 그걸 사용하면서 인간들의 대응에 맞불을 놓았다. 깔끔하고 완벽한, 군더더기 없는 일처리다. 그렇게 우리는 순식간에 중심지에 도착했다.
건물을 지키듯 앞에 일렬로 서있는 인간들을 제압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장담컨대 한 번도 밟지 못 했을 바닥이다. 나름 소소한 감상에 젖어들고 있는데 옆에서 룩이 말을 걸었다.
“이제 어쩔 거지?”
“어쩔 거냐고요?”
“뭐... 온 이유도 없어?”
“아. 그럼 몇 가지만 찾아봅시다.”
룩에게 인간들이 크고 네모난 기계에 나타나고 소리를 낼 때 쓰는 것들을 준비해달라고 했고 룩이 그 말을 들어와 있던 밖에 있던 모든 동물들에게 말하자 다들 흩어져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룩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건 왜?”
“저희에겐 인간과 비슷한 동물이 있죠.”
“아 그... 원숭이던가? 그 쪽의 무리였던 것 같은데.”
“네. 즉, 인간처럼 무언가를 다룰 수 있단 거죠.”
“그렇다고 쳐도 지식이 없잖아.”
“이 건물에는 손을 크게 대지 않았으니 구석까지 찾아보면 말만 하면 되는 완성본의 기계가 있을 겁니다.”
“흐음... 찾은 다음엔 어쩔 생각이지?”
“인간들이 하듯 기다란 것에 대고 말을 하면 아마 이 나라 전체에 퍼진 네모난 기계에 우리의 목소리가 나올 겁니다. 그건 전 구역에 있는 동물원도 마찬가지겠죠.”
“나라를 뒤엎자는 소리인가?”
“할 만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룩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하다가 끄덕이며 이내 동의의 표시를 했다. 실패로 끝날 확률과 성공으로 끝날 확률이 각각 절반인 계획이지만 성공만 한다면 적어도 이 땅덩어리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계획인데 성공할 확률이 절반이면 할 만하지 않겠는가? 시간이 좀 지나자 한 원숭이가 기계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이거인 것 같은데?”
난 그것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이걸 마치 알고 있어서 끄덕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쌓아올린 신뢰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연기인 것이다.
“뭐, 아니면 다시 찾아보면 되죠.”
웃으며 말하자 원숭이도 끄덕이며 자신이 가지고 온 뭉치를 내 옆에 두고 다시 찾기 위해 건물 위로 사라졌다. 그런 행동들이 반복이 되고 있는 와중에 입구 쪽에서 펀이 달려 나와 내게 말했다.
“자동차가 오고 있어요!”
“뭉개버리라고 그래.”
펀의 말에 룩이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펀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러니깐... 공격 수단을 하나도 안 가진 채로 그냥 오고 있더라고요.”
“안에 인간들은요?”
“있는 것 같긴 한데...”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
별이 어느새 우리들의 옆으로 다가와 한마디를 보탰고 난 어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아마 우리 모두들 그렇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자그마하게 “일단 만나볼까...?” 라는 말을 흘렸고 내 말을 들은 나 이외의 셋은 각자 다른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밖에서 기계음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내 말이 들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