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붐비는 만원 지하철을 뚫고 겨우 내 직장에 도착했다. 등산은 많이 안 해봤지만 피로감만 두고 보면 쉬지 않고 등산을 두 번 왕복한 정도다. 상사와 신입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내 자리로 가서 모니터를 바라봤다. 내가 하는 일은 동물원의 동물 감시이다. 관객들 앞에서 동물들끼리의 죽을 정도인 격렬한 싸움이 일어나거나 심각한 병에 걸린 것처럼 행동할 때 담당자들에게 연락하고 담당자와 동물들 간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감시하는 일이다. 이렇다 할 큰 사고는 여태껏 없는지라 직원들의 분위기는 따스한 봄날 그 자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 말이다.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평화롭게 오전의 한 때가 지나가고 찾아온 정오, 사무실 안을 돌아보며 모두에게 “나가서 밥이나 먹어볼까요?” 라고 말을 건넸고 다들 내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모니터에서 갑자기 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깜짝 놀라 얼른 뒤를 돌아 모니터를 바라봤더니 호랑이가 지독하고도 큰 울음소리를 내며 벽이며 유리창이며 거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발톱을 세운 채 긁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관객들도 호랑이가 갇힌 곳 앞에서 다 멀어져 다른 곳으로 갔다. 당장 전화기를 들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랑이가 어디 아픈 것 같습니다.”
“어디가 아픈 거죠?”
“아마도 내부의 문제? 외상은 없어 보입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상황이 예전에 있던 상황이 아니어서 그런지 나른한 공기가 한순간에 확 얼어붙었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내 표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숨을 죽이고 마취총을 든 사람들이 나타나길 기다렸고 그들이 나타나자 얼은 분위기가 살짝 풀어졌다. 그들이 문을 살짝만 열고 마취총을 그 사이로 넣어 호랑이를 겨냥하는데 갑자기 난데없이 사람의 짧은 고함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니 뭔 고양이 떼가 무리를 지어 그들을 향해 달려들어 할퀴고 물고 심지어 뜯고 있었다. 장담하건데 내 짧은 인생이지만 그 안에서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그 무리 중 몇몇이, 거의 절반이 잠깐 떨어져 나와 살짝 열린 그 문을 활짝 열었다. 여태껏 아프게 울부짖던 그 호랑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울음을 멈추곤 그들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들었고 고양이들이 일사천리하게 그들에게서 떨어졌다. 모니터로 비춰져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오싹하게 다가왔다. 저것은 코앞에서 벌어지는 진짜 살육의 현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호랑이가 피가 흥건한 주둥이와 눈을 카메라를 향해 돌렸고 그것을 봤을 때 난 주저앉아버렸다. 그러다 얼마 안 남은 이성을 나는 꽉 붙들어 맨 채 사무실에 있는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경보기 작동시키고 전부 도망쳐!”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얼어붙었던 건지 내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누군가는 허둥지둥 경보기를 작동시키고 누군가는 잽싸게 짐을 챙기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나 또한 기계음으로 녹음된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급하게 짐을 챙겼다. 젠장, 젠장... 마음과 입으로 온갖 욕을 내뱉으며 떨리는 손을 분주히 움직여 대충 짐을 다 꾸리고 밖으로 나섰다. 일단 여길 벗어나자.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데 바로 옆에 그 호랑이가 있었다. 입에 새빨간 액체를 범벅으로 묻힌, 아까 마주친 그 호랑이가 말이다. 놀라 주저앉았더니 그것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 큰 발을 들이밀었다. 발이 다가오는 만큼 나 또한 뒤로 재빠르게 물러났다. 맹수의 앞에서 등을 보이면 안 된다고 어렸을 적 스쳐가며 들었기 때문에 뒤돌아 뛰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앉은 채 물러나기에도 한계가 있는 법. 가로수와 내 등이 맞닿아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 호랑이가 입을 벌리며 다가왔다. 그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내 목을 뚫었고 미칠 것만 같은 고통이 전신을 지배하다가 이상하리만치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