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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도 많다
작성일 : 24-05-15 13:53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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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화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도 많다.

 

  누나가 약간 당황하며 실언을 인정했다. 민망한지 누나가 부리나케 어디론가 갔다.

 나는 음식이 너무 맛있어 게걸스럽게 먹었다.

 

 - 저 식탐, 지겨워...

 

 내 딸 선의가 핀잔을 줬다.

 나는 민망했다. 그래서 입 안에 음식을 가득 넣으며 한 번씩 고개를 치켜들고 베아트리체 엄마를 향해 1차원적 인간 인양 웃었다. 베아트리체 엄마도 그래, 많이 먹어, 눈으로 말했다. 엄마는 누가 빼앗아 먹어? 천천히 먹으라고 눈을 흘겼다. 나는 바로 외면했다. 선의 앞에는 베아트리체와 엄마가 가져다준 음식이 그득 했다. 선의는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었다. 딸 많이 먹어라, 언제 이런 맛있는 걸 먹겠니? 이럴 땐 무조건 먹고 보는 거야, 킥... 아버지는 베아트리체가 따라 준 원저 다이아몬드 주빌리가 입에 착착 감기는지 홀짝홀짝 마시며 고급진 술병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살폈다.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그 술이 그 술인가? 부산 서면에서 주먹으로 있을 때 잠깐 관리하던 클럽에서 팔던 양주 이름을 보스의 명령으로 외워야 했는데 그때 기억을 더듬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우리나라에 딱 2병 밖에 없는 한 병에 1억 5천만 원 하는 술인 건 그땐 몰랐다.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유우는 조신하고 품위 있게 먹었다. 어딘지 모르게 엄마와 아버지가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엄마나 아버지 앞에 놓인 음식이 먹고 모자란 것 있으면 재빠르게 채워놓는 재치도 발휘했다.

 

 - 수진이는 엄청 이쁘기도 하지만 공부도 참 잘했는데,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무조건 수진이는 서울대 간다고 했지.

 - 엄마, 수진이 누나는 서울대보다 더 좋은 데 나왔어, 베이징 대학하고 하버드...

 - 그래? 그럼 그렇지...

 - 수진 씨한텐 타이틀이 하나 있죠?

 - 뭔데요?

 

 엄마가 궁금한지 유우를 향해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포크엔 방금 썬 쓰리 플러스 한우 안심이 꽂혀 있었다.

 

 - 말해도 될까요?

 

 이시하라 유우가 베아트리체 엄마에게 미소를 흘리며 동의를 구했다.

 

 - 네, 괜찮아요.

 - 세계에서 제일 이쁜 엉덩이 베스트 텐 중에 1위죠, 아직 부동의 1위죠. 그 전통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고요.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럼, 베이징 대학 도서관 창에 내민 엉덩이가 수진이 누나 엉덩이? 야, 이 무슨 눈이 번쩍 띄는 톱뉴스야, 수진이 누나 엉덩이 다시 봐야겠네.

 

 - M.I.T에 피아노 떨어뜨리기가 있으면 가쿠슈인은 추락천사와 파라슈트 걸 뽑기, 하버드는 누드 달리기와 설립자 동상에 오줌 누기, 베이징 대학은 엉덩이 내밀기 전통이 있지... 유아틱 하긴...

 

 나는 놀랐다. 아니, 뭐야, 내 딸이 가쿠슈인의 전통을 알다니... 선의야 이 아빠가 그 전통을 만들었어, 우하하... 이시하라 유우가 주인공이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이 보일 듯 말 듯 혼자만의 미소를 보냈다.

 

 - 유우 씨는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가 본데 같이 공유하면 안 될까요?

 - 자, 선물...

 

 베아트리체 엄마의 말은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히 거부하지 못하는 힘이 있었다.

 마침 수진 누나가 그림 한 점을 들고 나타났다.

 수진 누나는 자기 이야기를 우리가 하고 있는지 눈치 못 채고 들고 온

 마가렛 킨의 빅아이즈 그림을 선뜻 선의에게 내밀었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나는 수진 누나 엉덩이를 유심히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엉덩이 하면 우리 엄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소환 해 봐도 마당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볼일을 보던 엄마의 엉덩이가 농염했지만 아름다웠다. 민교도 버금가기는 하지만 엄마한텐 미치지 못했다. 베아트리체 엄마가 내 행동을 보고 큭하고 웃었다. 나도 베아트리체 엄마에게 하얗게 웃어줬다.

 

 - 너랑 많이 닮았지, 그렇지?

 - 잘 받을게요.

 

 수진 누나는 흥분해서 말했다. 감동 같은 거였다.

 그것에 비해 선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마가렛 킨의 빅아이즈를 한동안 뚫어지게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림을 받았다.

 

 - 눈은 영판 선의네.

 - 그렇죠? 빅아이즈 내 조카, 너무 좋아요.

 

 엄마가 함박웃음을 웃으며 말했고, 수진 누나는 엄마가 거들자

 더 흥분해 약간 떴다.

 

 - 선물로 그림을 받았으니 나도 그림을 선물로 줄게요.

 - 그래, 난 땡큐지...

 - 누난 횡재했네...

 - 뭐가?

 

 수진 누나는 내 말뜻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 선의가 슈야...

 - 뭐라고?

 - S.U라고...

 - 잭슨 폴락이 환생했다는 슈?

 

 이번엔 이시하라 유우가 놀라 포커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물었다.

 내가 거들먹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까짓 거 가지고 하는 썩소까지 지었다.

 수진 누나와 베아트리체와 유우가 한동안 할 말을 잊었다.

 엄마와 아버지는 저 사람들 왜 그러지, 그러는 게 이상해서 어리둥절했고

 나는 더 어깨에 뽕이 들어갔다.

 

 - 잭슨 폴락을 잇는 추상표현주의 대가가 나타나자마자 사라졌다는 슈가 선의라고?

 - 의심나면 우리 집 가봐, 거실에 걸려 있어, 대신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수진 누나의 놀라움에 엄마가 그게 뭐가 대수라는 듯이 어연번듯하게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그렇다고 엄마가 잭슨 폴락에 대해 지식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를 보고 이야기를 해줘서 그런 사람이 유명하구나, 정도였다.

 

 - 어머니, 그럼 저도 놀러 가도 되나요?

 - 그럼요, 언제든지 오세요. 잔치 국수 말아줄게요.

 - 어머니, 말씀 낮추세요, 저는 어머니라고 하는데 어머니가 말을 높이니까 이상해요.

 

 이사하라 유우가 바짝 달아 체면이고 뭐고 없이 엄마에게 애교를 떨었다.

 이건 뭐야? 아주 대놓고 들이대는 거잖아, 큰일인데 민교 있을 때 둘이 부딪치면

 어쩌지?...

 

 - 어허, 일을 해야지, 어딜 와, 일하러 왔나 남의 집 가정방문 왔나?

 - 민교 언니 땜에 걸리겠...

 - 유우 씨는 우리 선의에게 줄 선물 없어요?

 

 우려했고 늘 불안했던 것을 폭로하기 일보 직전에 내가 선의의 입을 인터셉 막았다.

 

 - 아, 있어요, 근데 내 껀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다...

 

 이시하라 유우가 일본 틴에이저(teenager) 소설책과 웹툰이 저장된 태블릿 PC를 선의에게 건넸다.

 선의가 소설책과 태블릿 속의 웹툰을 처음엔 근성으로 보더니 깜짝 놀라 일어났다.

 내 태어나고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선의가 그 큰 눈을 더 크게 떠 유우를 바라봤다.

 처음으로 보는 존경의 눈빛이었다. 그 눈엔 부러움과 경의가 가득했다.

 엄마와 아버지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의 때문이었다.

 이건 엄마나 아버지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현상이었기에 그랬다.

 그리고 엄마는 유우를 다시 아래, 위를 훑어봤다.

 찰나였다.

 

 - 아란... 혹시 아란이에요?

 

 유우가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엄마는 선의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멀뚱 서로 쳐다봤다.

 

 - 네에?!

 

 이번에는 수진이 누나가 화들짝 놀랐다.

 우리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영문이지? 천재들끼리 통하는 뭔가 있나?

 

 - 일본 하이틴 소설과 웹툰계의 2대 산맥, 아란? ‘열일곱 여수상 히라테 시리즈 I.

  Ⅱ’ 미완성인 채 끝내고 완성본 Ш가 언제 나오냐고 아우성인 그 작가 아란이 이시하라 유우란 말이에요?

 - 부끄럽게 왜 그러세요, 자꾸 그러면 수진 씨에 대해서 계속 폭로할 거예요.

 - 네? 무얼 폭로했는데요?

 

 누나는 자기가 없는 사이 무슨 꿍꿍이가 있었구나, 의심의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노려봤다.

 

 - 아냐, 아무것도... 니가 서울대보다 더 좋은 대학, 베이징 대학하고, 하버드하고 또 뭐더라...

 

 엄마가 불안한 존재인 내 입을 먼저 막았다.

 그런데 몽대가 몽대지 어디 가겠냐, 큭...

 

 - 누나 엉덩이, 헤...

 

 엄마가 내 등짝을 손바닥으로 스매싱했다.

 

 (E) 철썩~

 - 윽~ 엄마?! 나만 그래요?

 

 나는 아프다고 몸을 비틀며 엄살을 떨었다.

 

 - 난 또, 왜 엉덩이를 힐끔힐끔 도둑고양이처럼 쳐다보나 했지, 이 엉큼한 놈...

 

 누나가 내 뺨을 좀 세게 꼬집었다. 그리고 흔들었다.

 

 - 어버버버, 안 놓으면 꽉 안아서 안 놓을 거다, 엉덩이, 킥...

 - 으악~

 

 누나는 내 음흉한 소리에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내 곁에서 떨어져

 저만치 비껴놨다.

 그때였다.

 

 - 꺄악, 이건 신작 ‘열일곱 여수상 히라테 시리즈 Ш’잖아요?

 

 선의가 이제는 비명까지 질렀다.

 엄마와 아버지는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왜, 재미없어?...

 - 아뇨, 아뇨, 너무 좋아서, 너무나 기다렸는데... 이모 짱!

 

 유우가 선의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의는 기뻐서 소리를 질렀고 유우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 이시하라 유우가 누구냐, 손을 벌렸다.

 선의가 뛰듯이 다가가 안겼다.

 이시하라 유우는 선의를 힘껏 안고 흔들었다.

 

 -고마워... 선의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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