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한스!”
“오늘은 어떤 이야기냐!”
“으하하!”
한스라는 이름으로 불린 청년.
나는 깔끔한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채, 은은한 미소를 띠며, 가게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을 보았다.
‘저게 다 돈뭉치란 말이지.’
팁이라고 말하기엔 뭐하지만, 비싼 가게답게 많은 사람이 오는 편이었고, 그들 중 대다수가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재밌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마다 식사며, 자신들의 이야기조차 풀어주는 용병들.
그리고 갖가지 향신료와 정보를 파는 상인들까지.
‘아무리 내가 소설을 이해하고 있다지만, 자세한 건 모르니까.’
상인의 정보는 나에게 있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였다.
내가 이 도시, 크론벨츠에 온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앞으로 한 달 내외, 주인공이 이곳에 숨어든다.’
출입증이 없는 사람, 시민권이 없는 사람으로 한해, 출입이 매우 깐깐한 게 현 크론벨츠의 상황이었다.
크론벨츠는 변방 백작 크론의 도시였고, 최근에 크론벨츠가 속한 기오르왕국에서 도플갱어가 발견되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깐깐하다.
‘나야, 저렇게 해주면 좋지. 안전하니까.’
지금쯤이면 도플갱어들이 각지 숨어들어 여러 정보를 모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처리하는 건, …내가 아니라 주인공이니까.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푸른 눈을 가진 소년입니다.”
“오?”
“푸른 눈은 흔하잖아!”
“우우! 재밌는 이야기 맞냐?”
‘이 사람들이.’
“제가 재미없는 이야기 들고 온 적 있습니까!”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고 온 적 있느냐라는 말에, 슬며시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 인정하고 있었다. 한스의 이야기는 재미가 있다는 걸, 이번에는 용병 왕 아서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었던 것뿐.
용병 왕 아서 이야기의 경우, 용병들은 물론, 평민 남성들의 가슴을 사로잡은 전설의 이야기.
남성에 한해서다.
“푸른 눈을 가진 소년은 항상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죠. 항구 도시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아버지와 갔죠.”
푸른 눈을 가진 소년은 지구에서 봤던 영화를 묘하게 바꾼 이야기였다.
어머니는 고래 족의 여성이었고, 아버지는 전설의 대장장이라는 역할.
어머니가 고래 족이었단 사실이 발각되고, 결국 가족의 안전을 위해 바다로 숨어들었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끝까지 기다리다, 인생의 걸작품을 만들고 난 뒤,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아들이 그 걸작품을 가지고 바닷속을 여행하는 이야기.
“흑흑…”
“…이, 이건 너무해.”
“흑흑… 엄마아아!”
‘…순정이란 게 있다. 인마! 라는 느낌이네.’
내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머리를 잡으며, 울기 시작했다.
역시 이야기꾼은 내 성격에 천성인 듯, 했다.
‘오늘은 비도 올 것 같고, 닭고기꼬치에 맥주나 사갈까.’
크론벨츠에서 가장 맛있었던,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음식을 말해주세요! 라고 한다면, 양념이 잘 발린 카키라는 타조 모습을 가진, 중형 크기의 몬스터 고기로 만든 꼬치.
그리고 크론벨츠의 특산물 흑맥주!
닭고기꼬치가 어찌나 큰지, 1개만 들고 다녀도, 배가 부를 정도의 양이다.
“어이~ 단골 이야기 꾼 씨, 오늘은 재미 좀 본 모양이네.”
“하하, 하루하루가 그렇죠. 뭐.”
“뭐가 하루하루가 그래. 하하하, 덕분에 나도 이야기를 조금은 들었으니까!”
내가 이야기꾼으로 일하는 가게 앞에 위치한 노점상인 꼬치 가게 [카키의 불꼬치]
나는 그곳의 단골이었다.
‘쩝쩝’
나는 노점상 주인, 푸짐한 인상을 풍기는 사내에게 동전을 건넸다. 동색의 동전 5개.
동화의 경우, 동전, 은색 동전의 경우, 겔랑 그리고 금색 동전의 경우 금화라고 부른다.
대체로 통일된 이름이라고도 한다. 단지 국가마다 그림이 다를 뿐.
금화는 겔랑 10개의 값어치, 겔랑은 동전 100개의 값어치다.
‘역시 이 맛이야.’
피로가 가득한 삶을 치유해주는 느낌이었다. 꼬치를 열심히 먹으며, 거리를 걷던 나는 무슨 소리가 들려서 걸음을 멈추었다.
-끄헉. 나, 나는 모른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네 몸에 있는 옷, 딱 봐도 장물이다!
-헤~ 대장 이 녀석, 허리에 있는 것도 명품 같은데?
-그, 그건 안 된다!
‘…또 누구 돈 뜯나 보네.’
아마도 대머리 3인방이지 않을까? 목소리가 굵직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
틀림없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일에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넘어가려고 했다.
-오, 옷은 안 된다! 부탁한다!
-어쩌라고.
-차, 차라리 도, 돈을 구해주마.
묘하게 기억에 있는 대신데, 말이지.
뭐였더라, 소설 속에서 여름쯤에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자세히….
‘잠깐, 지금이 여름쯤인가.’
“…아!”
드디어 생각났다.
여름이면 크론벨츠에 중요한 손님, 주인공의 동료가 될 남성이 등장하는 시기.
남성과 주인공과 함께 들어온다. 그래야… 몬스터 웨이브를 막지 않겠는가?
‘혹시 몰라서다. 정말로 용사와 그라면.’
나는 대머리 3인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퍽… 퍽퍽…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습한 냄새와 누군가 두들겨 맞는 소리가 들렸다.
“도령 씨, 볼그 씨, 핫도 씨, 잠깐만요!”
‘응?’
세 사람의 고개가 돌아가자, 자연스레 맞고 있던 사람은 축 늘어졌다.
나는 축 늘어진 사람의 외모를 보고 깨달았다.
확실히 …주인공의 동료가 될 용병 왕의 손자, 타일러….
검은색 머리에, 눈덩이가 부어있지만, 충분히 잘생겼다.
주인공이 애칭으로 타일러라고 불렀는데.
‘그런데 용사가 안 보이네?’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 사람, 제가 아는 사람 같은데 노, 놓아줄 수 없을까요?”
두 근… 두 근…
대머리 3인방의 리더, 도령이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보통의 관계라면, 험악하게 말하며, 오히려 부탁하는 사람의 돈까지 빼앗는 불한당.
하지만, 나와의 관계는 조금 특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