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팔아?”
“사랑은 하는 거지 파는 게 아니에요.”
“그럼 리사가 입은 팬티를 사고 싶어. 나 돈 많아.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뭐요? 저질.”
리사와 리사를 찾는 단골손님이 주고받는 대화다. 대화는 유치하다. 거스턴을 찾는 단골손님들은 유치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유치해지는 게 이 도시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빌미가 된다. 너무 진지하기만 하면 그 진지함에 깔려 숨이 멎을 것이다. 그러면 장례식장에 자리가 없어 줄을 서야 할지도 모른다. 유명한 돈가스 집처럼 줄을 서서 돈가스를 먹는 것만큼 유치한 건 없다. 유치함이 가득한 곳이 이 도시다.
“난 리사를 데리고 나가려 하지 않잖아, 대신 리사가 입었던 팬티를 팔아줘.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할게.” 술이 된 리사의 단골손님은 리사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리사는 싫다고 했다. 몇 번이고 리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청록색의 밤이 짙어간다.
사람들은 전부 바쁘다. 바쁜 사람들이 빠르게 먹으려고 편의점 같은 것을 70년대에 만들어냈다. 편의점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다. 컵라면도, 도시락도, 감자탕도, 컵밥도 금방 따뜻하게 데워서 빠르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새벽에 편의점에 오는 사람들은 빠른 음식을 느리게 먹는다. 이곳은 그런 도시다. 젖은 어둠 속의 금붕어들이 쉴 곳을 찾아 편의점에 흘러들어온다. 밤새 편의점에 있으면 손님들이 적어서 편하다. 반면에 술에 취한 손님이 오면 골치가 아프다. 나의 몸에 동전을 밀어 넣는다. 그리고 언어를 받아먹는 자판기처럼 나에게 술의 힘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곤 한다. 그들 모두 자신에게 편견이 없는 자신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마치 sns에 의미 없이 쏟아내는 말과 비슷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도시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폰 속의 번호는 점점 늘어가지만 정작 내 편은 줄어가기 때문이다.
팬티를 팔라고 하던 단골손님이 결국 난동을 부렸다. 술이 취해 바를 넘어와 리사의 옷을 벗기려 했다. 또 한 번 화분으로 쓰레기 같은 놈의 머리를 갈겼다. 이렇게 해서 리사에게 영웅이 된 대신이 빚은 더 늘었다. 벌어들이는 돈은 변호사 비로 쏙쏙 빠져나갔다. 2금융업보다 변호사가 더 도둑놈 같았다. 거스턴의 사장은 돈 많은 단골을 그렇게 만들었다며 나를 쫓아내려고 했지만 리사와 레이를 비롯한 식구들이 노조처럼 대들었다. 고맙기는 하지만 그런 일이 또 일어났을 때 나에게 빌미를 주려는 걸 나는 모른 척하느라 애먹었다.
“넌 나의 영웅이야.”
“뭐지 그런 말투는? 난 영웅도 무엇도 개뿔도 아닌 엉망인 인간이야. 사람을 때려서 영웅일 필요는 없어. 나의 본 모습을 알면 리사 넌 내 옆에 있으려고 하지도 않을 걸.” 나는 나도 모르게 말을 쏟아냈다. 내 말을 듣는지 마는지 리사는 무시하고 말했다.
“영웅이란 나쁜 게 아니야.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은 영웅이야. 나 아닌 사람이 위험할 때 행동하는 사람이지. 넌 적어도 나에게는 영웅이야. 그건 어쩔 수 없었잖아. 너 아니면 나는 옷이 벗겨져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어떤 인간에게 사진까지 찍혔을 거야. 인간의 본 모습을 반드시 드러낼 필요도 없어. 본 모습이라는 게 사실 있기나 할까. 그림의 본 모습은 어쩌면 그저 하얀 도화지일 뿐일지도 몰라.”
리사는 진실이란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