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날개의 비행.
달빛에 달아오른 빗줄기가 떨어지는
음습한 거리를 거닐다가
나는 그런 무거운 비행을 목격했다.
들쭉날쭉 다양한 크기로 모여 있는 건물들의 사이
몇 없는 가로등에 청백색으로 빛나던 그 새는
2층짜리 낡은 점포에 부딪히더니, 벽이며 짧게 내민 기와에 툭툭 쓸리며 떨어져 내 발가락 앞까지 굴러왔다.
아스팔트에 드러누운 채, 아직 날 수 있노라 흠뻑 젖은 한쪽 날개를 푸드덕대기 시작했다.
가로등의 불빛에서도 애매하게 벗어나 있어서, 그 작은 새의 윤곽을 따라 흐르는 물결만 보석처럼 빛났다. 투명한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막아보았지만 아스팔트를 따라 내려오는 빗물은 그 새가 걸리적거리는 둑이라도 되는 양 주춤대다 옆으로 흐를 뿐이었다.
째액. 째액.
그 찢어지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느껴지는 가슴 속의 이것이, 나는 안타까움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녕 안타까움이라면, 기력을 모두 앗아갈 만큼 차가울 저 빗물의 온도를 알고 있음에도, 어째서 나는 저 새를 선뜻 건져 올려주지 못하는 걸까. 평소대로라면 남의 불행을 보며 위안을 받고 싶은 것이라는 자조적인 생각을 했겠지만, 인간이 아닌 새로서는 그런 불순한 마음조차 들지 않고 그저 꽉 메여올 뿐이었다.
“내가 너를, 구해줘도 될까?”
그렇게 발밑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대답 없이, 젖은 날개만을 웅덩이에 철썩철썩 부딪힐 뿐이었다.
“.....”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뜨거운 액체가 뺨을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의심할 것도 없이 눈물이다.
눈물이었다.
불쌍해서도
안타까워서도 아니라―
분했기 때문에.
달궈진 눈물이 턱에 모여 떨어져 흐르는 빗물 속으로 녹아들었다.
“어째서, 날지 못하는 거야....”
푸드덕.
“어째서, 돌아갈 곳 하나 없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비상하려는 거냔 말야.”
푸드덕. 푸드덕.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기력이 빠져 힘들어하다가도,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를 악물고서 한차례의 쉼도 없이 필사적으로 저어대는 저 날갯짓은
돌아갈 곳이나, 지키고픈 이를 가진 이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봐주기 힘든 추한 자존심, 딱 그것 하나만을 남기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의 것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나는 비가 그칠 때까지 그 새를 빗속에서 구해주지 못했다.
구해줄 수 없었다.
구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숨을 다하는 것을 지켜보며, 손때 묻어 구겨진 가족사진 한 장을 엄지로 어루만지는 것 밖에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비에 젖어 탁하게 가라앉은 산 속.
축축하게 빠져드는 흙길에는, 곧 휩쓸려 지워질 나의 발자국 몇 개만이 뒤로 이어져 있고
백색 빗줄기와, 탁 트인 녹색 시야에
발바닥 밑에서 떨어진 돌덩이가 저 아래로 한참동안 낙하했다.
한껏 고여 있는 녹음 아래로, 풍덩.
세상을 온통 지배한 줄기찬 빗소리 뒤로
소리 없이 빠져 들어갔다.
그날 나의 두 손에는, 한 마리 새의 시체가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