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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달빛이 내리면 피는 꽃
작가 : 꿍아
작품등록일 : 2017.12.11

조선의 신데렐라. 25대 지존 강화도령 이원범

강화도 촌부에서 한 나라의 지존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가 사랑한 단 한명의 정인 봉이.

차마 이루지 못한 그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지금 이뤄집니다.

“내 너를 비춰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전하가 내리면 소녀는 피어날 것입니다. 저를 지킬 힘을 가지세요.”


-달빛이 내리면 피는 꽃-

 
달빛이 비추는 곳으로
작성일 : 17-12-11 20:04     조회 : 45     추천 : 0     분량 : 8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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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수레가 비다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야. 비켜! 내 직접 가 볼 테니.”

 

 

 권혁이 달려온 무사를 밀치고 달려갔다. 이윽고 하주가 그 무사에게 물었다.

 

 

 “딱새야 이게 다 무슨 소리냐? 피투성이라니 그 둘의 숨은 붙어 있느냐?”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은데 다들 상처가 깊습니다. 아무래도 자객을 만난 것 같아요.”

 

 

 “앞장서라 내 직접 가서 상태를 봐야겠다.”

 

 

 하주도 곧바로 딱새를 따라 그곳으로 갔다.

 

 

 “자..잘못했습니다. 형님. 이 골목까지 거의 다 왔습니다. 거의 다 왔었는데.”

 

 

 “자객이 있었습니다. 그 놈들이 저희를 이 꼴로 만들고 아이들을 데려갔어요.”

 

 

 권혁의 발밑에는 피투성이가 되어 애걸하고 있는 영호와 선웅이 있었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권혁의 눈빛에는 조금의 동정도 없었다.

 

 

 “자객이라 하였느냐? 허면 네놈들은 시정잡배들이냐? 그게 지금 무사라는 놈들이 할 소리더냐!”

 

 

 권혁의 불호령에 영호와 선웅은 얼음이 되었다. 영호가 권혁의 발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정말 거의 다 왔을 무렵이었어요. 어..얼마 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희가 얼른 가서..”

 

 

 영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권혁의 칼이 바람을 갈랐다.

 

 

 “무사는 방심하는 순간 죽는 것이다.”

 

 

 영호가 피가 솟구치는 목을 잡고 쓰러졌다. 그러더니 권혁을 향해 증오의 눈빛으로 말했다.

 

 

 “김하경의 개자식.. 네..놈은 평생 조선을 좀먹는 좀벌레.. 김하경의 개새끼로 살게 될거야.

 용호영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도 결국 나처럼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게 되는거야..”

 

 

 권혁이 눈빛이 가늘게 떨렸다. 권혁이 다시 칼에 힘을 주어 영호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영호의 몸이 힘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권혁의 검에 힘이 실려 있었다.

 

 

 “그 더러운 주둥이는 내 직접 짐승의 먹이로 줄 것이다.”

 

 

 권혁의 영호의 목을 들고 이번엔 선웅에게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선웅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울며 권혁에게 매달렸다.

 

 

 “살려주세요. 형님. 저 선웅입니다. 제게 친 동생 같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가 가서 책임지고 그 놈들을 잡아오겠습니다.”

 

 

 권혁은 잘린 목을 흔들며 교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나는 명을 수행함에 있어 단 한 번의 실수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실수를 하였구나. 그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

 

 

 선웅은 이제 말조차 잇지 못하고 울며 고개만 가로저었다.

 

 

 “바로 아둔한 네놈들을 믿은 실수다. 책임은 목숨으로 지어라.”

 

 

 권혁이 검을 높이 들어 정확히 선웅의 심장을 찔렀다.

 

 

 “내 너를 친동생처럼 아꼈다. 하여 고통 없이 죽여주었으니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네놈 동무가 눈깔이 없어 저승길을 헤맬까 걱정되는구나. 먼 길 서로 의지하여 잘 가거라.”

 

 

 권혁이 차갑게 내뱉고 돌아섰다.

 

 그가 돌아본 곳에는 사지를 떨고 있는 딱새와 분노에 찬 하주가 있었다.

 

 혁은 하주를 외면하며 딱새에게 말했다.

 

 

 “어서 찾아. 어린애 둘이니 멀리 못 갔을 거야. 네놈에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야.”

 

 

 “네.. 네 형님”

 

 

 딱새가 대답을 마치고 어둠속으로 뛰어갔다. 권혁이 다시 하주를 외면하고 가려는 순간

 

 

 “우정을 버리고 맹세를 버리고 가냐고 물었는가?”

 

 

 하주가 권혁을 향해 말했다.

 

 

 “그래. 자넨 기어코 가겠다 대답했지. 지금이라도 나와 도망친 아이들을 찾으러 가세. 그럼 내 못들은 걸로 할 것이야.”

 

 

 “나도 내가 가는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제 알겠어. 우정과 맹세를 버리고 자네 참 멀리 갔군 그래.”

 

 

 “뭐?”

 

 

 “금석아..”

 

 

 하주가 낮은 음성으로 권혁의 예전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은 권혁과 하주가 어릴 적 불리던 이름이었다.

 

 그러자 권혁이 하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시는 나를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 거지새끼 이름 버린 지 오래야.”

 

 

 “나는 차라리 그때가 좋았다. 너는 금석이 나는 효복이..너와 밥을 구걸하고 내가 더 먹겠다. 싸우고. 울고 화해하고 하던 그때가 그리워 하지만 금석이 넌 그때의 네가 아닌데 내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보다.”

 

 

 “그래. 그 어릴 적 기억은 나한테는 끔찍함 그 자체야. 할 수 있다면 이 검으로 그 기억을 도려내고 싶을 정도야.”

 

 

 “몸조심해라 혁아.”

 

 

 “날 다시 만난다면 지체 없이 검을 뽑아라. 날 버리고 간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테니.”

 

 

 “이 산에서 널 다시 만나지 않길 바란다.”

 

 하주는 낮게 대답하고 돌아서 아이들을 찾으러 갔다.

 

 권혁 역시 곧바로 돌아서 사라진 아이들을 찾으러갔다.

 

 이날 조선 최고의 검은 이렇게 갈라졌다.

 

 

 

 

 **

 

 그 시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아이들은 자신들을 이끄는 사내를 따라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형과 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들은 기껏해야 열다섯, 열세 살 정도로 어려 보였다.

 

 얼마쯤 갔을까 사내가 멈춰서 아이들을 향해 돌아서 말했다.

 

 

 “도련님 이 길로 쭉 가면 작은 동굴이 나올 것입니다. 그곳에서 몸을 숨기고 계십시오. 그럼 제가 이쪽 일을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사내는 연신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쪽 일이라니 그게 무엇이냐? 우리는 강화도로 유배를 가던 중이었다. 근데 어찌 우리를 데리고 도망친 것이야?”

 

 

 질문을 한 아이는 응경이었다.

 

 

 “유배를 가장한 살인계획이었습니다. 지금 산속 어딘가에 도련님들을 죽이려고 매복한 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제 부하들이 그들을 찾으려 산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습니다. 저도 가서 그놈들을 찾아내 죽이고 바로 뒤 따라 가겠습니다.”

 

 

 사내의 말을 들은 응경이 사색이 되었다. 응경은 떨고 있는 동생 원범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게 사실이란 말이냐?”

 

 

 “틀림없습니다. 그니까 반드시 도망가셔서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그럼 해경이 너도 같이 가자.”

 

 

 곁이 있던 원범이 말한다.

 

 둘은 며칠 전 역모 사건으로 처형당한 이광의 마지막 남은 핏줄이었다.

 

 이광은 사도세자의 아들 은언군의 손자로 매번 외척세력에 의해 십여 년째 유배살이를 하였다.

 

 허나 순조 대왕의 은혜로 죄인 신분이 풀려나 조금 편해질까 할 무렵 다시 이광이 역모를 일으키려 하였다는 밀고로 이광과 그의 장남 이원경, 부인 최씨까지 모조리 처형되고,

 

 두 형제만 대비마마의 자비로움으로 목숨을 부지하여 강화도로 유배되어 가던 중이었다.

 

 

 “저보단 도련님들의 안전이 먼저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따라갈 테니. 그리고 응경 도련님..”

 

 

 해경이 응경을 나지막이 불렀다.

 

 

  “응?”

 

 

 “이걸 받으세요.”

 

 

 해경이 작게 접은 서찰을 건넸다,

 

 

 “이게 무엇이니?”

 

 

 “나도 보여줘.”

 

 

 원범이 서찰을 보려 손을 뻗는다.

 

 응경이 그럴 때가 아니라는 듯 엄한 표정으로 원범을 밀쳐낸다.

 

 

 “혹여 제가 조금 늦거나 돌아오지 못할 경우 이걸 가지고 청연 선생님을 찾아가세요.”

 

 

 “청연? 그게 누군데? 그리고 그분이 어디 계신 줄 알고 우리 둘이 찾아가?”

 

 

 그러자 해경이 응경의 옆에 있던 나무를 가리켰다.

 

 달빛에 비춰 희미하게 ‘淸’ 이라 새겨진 글자와 화살표 표식이 보였다.

 

 

 “이 표식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반드시 청연을 찾아가 이 서찰을 전하셔야 합니다. 이걸 보시면 도련님들을 알아보실 거예요.”

 

 

 “알겠어. 하지만 해경아 꼭 살아와야해. 늦지도 말고 와서 우리랑 같이 가자.”

 

 

 “맞아 해경아 우리랑 꼭 같이 가자 응?”

 

 

 해경이 두 형제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들 제가 누구입니까? 이광 어르신의 호위무사 이해경입니다. 제가 얼마나 빠르고 강한지 도련님들 잘 아시지요?

 그리고 이젠 도련님들의 호위무사 입니다. 제 목숨을 걸고 두 분을 구해 낼 거예요. 지체하지 말고 얼른 가세요.”

 

 

 해경이 일어나 두 형제의 등을 떠밀었다.

 

 두 형제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다 이내 산속으로 달려갔다.

 

 해경은 형제가 떠난 자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다.

 

 한참을 뛰어가던 해경 앞에 검은 옷과 복면으로 무장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아이들을 어디로 보낸 것이냐.”

 

 해경이 빠른 속도로 검을 뽑아들었다.

 

 

 “감히 네놈이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닐 텐데?”

 

 

 사내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복면을 벗으며 해경에게 말했다.

 

 

 “지금 나와 검을 겨루자는 것이냐?”

 

 

 해경은 복면 속 얼굴을 보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유하주...?”

 

 

 이윽고 해경이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영상의 의지가 대단하신 모양이군. 고작 어린 아이 둘 죽이는데 조선 최고의 무사를 보내다니 허나 나를 죽이기 전까지는 그 분들을 찾으러 갈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을 벌어주겠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세 발자국 안에 널 끝낼 수도 있어. 너도 모르지 않을 텐데?”

 

 

 “그 입 닥치고 어서 검을 뽑아라.”

 

 

 “죽일 생각이 있었다면 아까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칼을 뽑았을 것이다.”

 

 

 검을 뽑은 해경이 멈칫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무사로서 감이 없구나. 내가 곁에 있는데도 살기를 느끼지 못하였느냐 넌 결코 기혁 으로부터 그 아이들을 지켜낼 수 없어.”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똑바로 말해”

 

 

 “내가 그 아이들을 살릴 것이다. 너는 이 길로 떠나 다시는 그 아이들을 찾지 말거라.”

 

 

 해경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네놈이 도련님들을 살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으라는 것이냐?

 지금 네놈이 여기 와 있는 이유는 바로 그분들을 죽이기 위해서인데, 그런 네놈이 도련님을 살려!“

 

 

 해경이 소리치며 하주에게 달려들었다.

 

 

 챙- 챙-

 

 

 잠시 후 해경의 칼끝이 바닥에 쓰러진 하주의 목에 닿았다.

 

 

 해경의 얼굴엔 당황함이 역력했다.

 

 

 “ 어째서 공격하지 않는 것이냐..?”

 

 

 “내 그 아이들을 살린다 하지 않았느냐! 어서 비켜라. 지체할수록 그 아이들만 위험해질 뿐이다. 난 반드시 그 아이들을 살려낼 것이다.”

 

 

 하주의 의지가 분명해 보여 해경은 다시 한 번 당황했다.

 

 

 ‘이자의 눈빛은 조금의 거짓도 없다. 이자가 어째서.. 도련님들을 살리려 하는 것이지?’

 

 

 “지금 네놈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내 어찌 아느냐”

 

 

 “그건 너의 판단에 맡겨야겠지”

 

 

 “그렇다면 네놈은 지금 죽을 것이다.”

 

 

 해경이 허공으로 검을 올렸다. 하주는 체념한 듯 웃으며 눈을 감았다.

 

 휘익-

 

 허공을 가른 해경의 칼이 하주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주의 목에서 얇게 피가 흘러내렸다.

 

 

 해경은 몹시 놀라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야!”

 

 

 “진정 피를 봐야만 믿는 놈이구나.”

 

 

 “이유. 이유가 무엇이냐?”

 

 

 “이제라도 어느 멍청한 사내의 말에 따르려 한다. 그리고 내가 맨 처음 살릴 목숨은 반드시 응경과 원범이어야 한다. 그 아이들을 찾아 반드시 살려내겠다. 그리고 청연이니 뭐니 다 잊고 빌어먹든 뭘 하든 목숨만 부지하고 살라 할 것이야.”

 

 

 “그건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분들은 꼭 살아서 후일을 도모해야해.”

 

 

 “네가 살리고자 하는 것이 그 아이들의 목숨이냐 너의 대의냐?”

 

 

 순간 해경의 머리가 무언가로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그 아이들이 살아 청연을 찾아간다면, 해서 네가 말하는 그 후일이라는 것을 도모한다면

 분명 그 아이들은 이광과 같은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그건 그분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할 문제야. 우리가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 피하게 할 수는 있지. 충분히. 선택해 내가 간다면 반드시 아이들의 목숨을 살릴 것이다.”

 

 

 해경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결정한 듯 입을 열었다.

 

 

 “날 속인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내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너의 눈깔부터 발끝까지 찢어 놓을 것이야.”

 

 

 “감사하다는 인사가 아주 격하군.”

 

 

 “또 하나. 네놈이 도망치라고 피하라고 말한 뒤에도 그 분들이 청연을 찾으신다 하시면 그땐 그대로 보내주어라.”

 

 

 해경의 말에 하주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알겠다. 무사로서 감도 없고 검술도 형편없으나 판단력은 좋구나. 너는 가서 기혁의 무사들이 아이들을 찾지 못하게 시간을 벌어라.”

 

 

 “모든 일을 마치고 해가 뜨면 다시 이곳으로 오거라.”

 

 

 하주가 해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들이 사라진 쪽을 향해 힘껏 뛰어갔다.

 

 

 ‘이광.. 제가 분명 멈추라 말씀 드렸는데 어찌 그리 허망하게 가셨습니까. 당신은 그때 제 말을 들었어야 합니다. 하오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 유하주가 당신의 두 아들은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

 

 “어서 뛰어 원범아 우릴 죽이려는 사람한테 들키면 절대 안 돼.”

 

 

 형 응경과 동생 원범이 숲을 향해 도망치고 있다.

 

 어둠속에 그들을 비추는 것이라고는 오직 구름에 가려진 희미한 달빛뿐이었다.

 

 

 “형, 나 너무 힘들어 잠깐만 앉았다 가자. 이제 깜깜해서 아무도 우리 못 찾을 거야 응?”

 

 

 원범이 힘든지 응석을 부린다.

 

 

 “안 돼 조금만 더 힘내자. 해경이가 시간을 벌어줄 동안 빨리 그 동굴을 찾아야해.”

 

 

 응경이 원범의 손을 잡이 원범을 끌다시피 달려간다.

 

 그렇게 형제는 다시 어둠속을 한참 달렸다.

 

 

 “으악-”

 

 그때 원범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응경이 서둘러 달려가 일으켜보지만 다리를 접질린 원범은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형 어떡해.. 나 못 걸을 것 같아 나 버리고 형 혼자가.”

 

 

 울먹이며 말하는 원범을 보며 응경이 말한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될 거야. 형 잡고 일어나봐.”

 

 

 원범은 어떻게 해서든 일어서보려 하지만 통증이 심하여 도저히 다리에 힘을 줄 수 없었다.

 

  결국 응경은 원범을 등에 업었다.

 

 응경 자신도 몹시 지친 상태였지만 형이라는 책임감은 응경에게 힘을 나게 했다.

 

 

 “형...”

 

 

 등에 업힌 원범이 힘없는 목소리로 응경을 불렀다.

 

 

 “왜 힘드니까 말시키마.”

 

 

 “아버지랑 형이 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응경이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소리야.”

 

 

 “감옥에 있을 때 거기 아저씨들이 그랬잖아. 우리 아버지랑 형이 큰 죄를 지어서 우리도 이렇게 갇힌 거라고. 아니지?”

 

 

 “힘들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쪼끄만 게 더럽게 무겁네.”

 

 

 “말해줘 응 ? 아니잖아.”

 

 

 “바보 같은 놈 그걸 꼭 말을 해야 알아? 당연히 아니지.”

 

 

 “근데...근데 말이야 왜 우리 아버지와 형은 그렇게 죽은 거야..?”

 

 

 원범이 울먹이며 말했다.

 

 응경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리고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눈물 따위 감옥 에서 모두 흘려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눈물이 야속했다.

 

 응경은 이내 눈물을 삼키고 말했다.

 

 

 “아버지와 형은 분명 좋은 분이셔. 그건 우리가 제일 잘 알잖아. 그저 나쁜 사람들이 모함한 거야.. ”

 

 

 원범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응경에 등에 기대어 울기만 하고 있었다.

 

 

 응경이 원범을 땅에 내리고 원범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꼭 살아서 우리 아버지와 형님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야해. 응? 울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응경의 말에 원범이 눈물을 닦는다.

 

 

 “응 알겠어. 형”

 

 

 “그렇지 그래야 내 동생이지. 자 다시 업혀.”

 

 응경이 다시 원범을 업고 걸음을 재촉한다.

 

 얼마쯤 걸었을까 응경의 눈앞에 멀리 동굴의 형태가 보였다.

 응경이 자세히 보려 눈을 비볐다. 십리, 아니 오리정도 거리였다.

 

 

 “야 원범아 일어나봐. 저기 동굴이 보여”

 

 

 “응? 어디..?”

 

 

 원범이 그사이 잠시 잠이 들었었는지 졸린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기.. 안개 때문에 흐릿하긴 한데 분명 동굴이 맞는 것 같아. 이제 살았어. 원범아!”

 

 

 “응! 살았다. 얼른 가자”

 

 원범이 밝게 소리친다. 응경도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동굴을 향해 걸었다.

 

 허나 응경의 발걸음은 몇 걸음을 가지 못하고 멈추었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형 뭐 하는 거야?”

 

 

 “쉿 잠깐만.”

 

 

 잠시 두리번거리던 응경이 찾던 것을 발견하고 다시 황급히 걸어갔다.

 

 도착한 곳은 커다란 바위틈이었다.

 

 

 응경은 그곳에 원범을 내려놓았다.

 

 

 “뭐야? 왜 나를 여기 내려놔?”

 

 

 “가만히 있어봐. 형이 먼저 가서 동굴에 아무도 없는지 살펴보고 올게.”

 

 

 “그럼 나도 갈래.”

 

 원범이 억지로 몸을 일이키며 말했다.

 

 그런 원범을 다시 앉힌 후 응경이 달래기 시작했다.

 

 

 “걷지도 못하는 게 어딜 따라와 혹시 자객들 만나면 바로 도망쳐야 하는데 네가 있으면 짐만 된다고.“

 

 

 “그래도 형 혼자 가면 나 무섭단 말이야”

 

 

 “걱정하지 마 금방 올게. 자 무서우면 이거 가지고 있어. 아버지께서 나 주신 건데 너 줄게”

 

 

 응경이 품에서 작은 금장도를 꺼내 원범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나 준다고?”

 

 

 “그래 멋있지? 이것만 있으면 네가 어디 있든 아버지가 지켜줄거야.”

 

 

 “그럼 형이 가져가.”

 

 

 “형은 이런 거 없어도 하나도 안 무서워 너는 쫄보니까 내가 특별히 주는 거야.”

 

 

 응경이 원범을 안심시키려 부러 놀렸다.

 

 

 “나 쫄보 아니야!”

 

 

 “그래 너 쫄보 아니면 잘 가지고 있어. 아 그리고 이것도”

 

 

 응경이 아까 해경에게 받은 서찰을 꺼내 원범에게 건내줬다.

 

 

 “혹시 내가 뛰다가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까 네가 잘 가지고 있어. 읽어보지 말고! 이따 형 오면 같이 읽어보자.”

 

 

 “응 알겠어.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뛰어와.”

 

 

 응경이 원범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동굴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괜찮아. 아무도 없을 거야. 해경이가 말한 그 동굴일거야.’

 

 

 응경은 스스로 다독이며 앞으로 향했다. 응경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고작해야 열다섯 살 된 응경에게도 견디기 벅찬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응경은 내색할 틈도 없이 동생 원범을 챙겨야 했다. 그렇기에 응경은 어느 것 하나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아버지와 형의 누명을 밝힐 거야.’

 

 

 응경의 눈 앞에 동굴이 점점 가까지더니 이내 동굴 앞에 다다랐다.

 

 

  ‘괜찮아. 아무도 없을 거야. 괜찮아.’

 

 

 동굴 앞에서 여러 번 마음을 가다듬고 응경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아주 작았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구석엔 응경과 원범이 들어가 숨어있기에 제격인 바위틈도 보였다.

 

 

 원범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살았다. 아무도 없어.”

 

 

  응경은 재빨리 몸을 돌려 원범을 찾으러 가려했다.

 

 

 그때, 차가운 칼날이 응경의 목 끝에 닿았고, 응경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움직이거나 소리치면 더 빨리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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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간절한 초혼 2017 / 12 / 24 310 0 3868   
29 달이 지다. 2017 / 12 / 24 340 0 3877   
28 네 이름 수화야. 2017 / 12 / 24 332 0 4004   
27 우리가 필요한 것이 왕입니까? 2017 / 12 / 22 315 0 3330   
26 원범아, 궁으로 가자! 2017 / 12 / 16 307 0 4045   
25 그리운 얼굴 2017 / 12 / 16 327 0 2848   
24 반격의 시작 2 2017 / 12 / 16 340 0 4085   
23 반격의 시작 1 2017 / 12 / 16 340 0 3899   
22 흩날리는 첫 입맞춤의 기억 2017 / 12 / 15 344 0 4596   
21 수상한 만석이 2 2017 / 12 / 14 339 0 4462   
20 수상한 만석이 2017 / 12 / 13 346 0 3574   
19 사라지지 않는 흉터 2017 / 12 / 13 332 0 3121   
18 외로운 조선의 지존 2017 / 12 / 12 345 0 3974   
17 허수아비의 꿈 2017 / 12 / 12 332 0 3340   
16 살신성인 이야. 2017 / 12 / 12 322 0 3475   
15 도망치는 원범 2017 / 12 / 12 335 0 2918   
14 달빛만 아는 이야기 2017 / 12 / 12 313 0 2711   
13 만나야 할 인연. 2017 / 12 / 12 311 0 4978   
12 강화도령의 비밀 2017 / 12 / 12 334 0 4136   
11 허수아비 왕 2017 / 12 / 12 327 0 3239   
10 시간아 멈춰라. 2017 / 12 / 12 320 0 3233   
9 효복이와 금석이 2017 / 12 / 12 335 0 4399   
8 강화도령 이원범. 2017 / 12 / 12 321 0 3711   
7 꼭 잡은 작은손. 2017 / 12 / 12 303 0 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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