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막강한 마법도 물론 걸림돌은 걸림돌이지만, 테론을 파괴하기 위해 거두어들인 동력 생성 장치를 아직 테론에 재설치하기는 커녕, 내려보내지도 않았기에, 임시적으로 보내 둔 플라잉 서치들이 아직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한다.
마더의 말이 뜻하는 바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를 해야 할까?"
-좀 더 확실하고 편안한 정착을 생각하신다면, 테론의 절대자적 생명체들과의 대화는 필수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소유 님이 직접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알파나 베타를 대신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 아이들이 위험하진 않고?"
-드래곤이나 신들에게도 생각이란 게 있다면, 절대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슥.
마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뮈제런과 함께 방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알파가 돌연 소유에게로 다가왔다. 그런 알파의 하얀 구슬 목걸이는, 어느새 찬란한 석양을 담아낸 것 같은 붉은 눈동자와 동일한 색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허나 구슬은 곧 푸른색으로 뒤덮여 졌다.
구슬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알파의 입이 열리며 한차례 준비된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으니, 그렇게 걱정하시진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리 에너지의 총량이 많다고는 하나, 결국 도마뱀은 도마뱀일 뿐입니다. 신들이 입자 분열포를 막지 못한 데에서, 하위 개체인 드래곤이란 생명체들은, 이미 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셈입니다."
"응."
소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마더가 기다렸다는 듯 재차 소유에게 말했다.
"그러면, 제가 임의적으로 대화를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소유 님이 직접 참여하셔도 문제는 없습니다."
워낙에 딱딱한 말투 탓인지, 갓 성장기에 접어든 소녀의 귀여운 목소리를 하고 있으면서도, 듣는 이로 하여금, 꼭 꼬장꼬장한 노인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알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소유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이들과 대화한 후, 정리한 내용을 소유 님에게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유 님이 다시 테론에 내려가실 239시간 안에, 신들과의 모든 대화를 소유 님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알파의 몸을 빌린 마더의 더할나위 없이 텁텁한 울림이, 소유의 끄덕거림과 마찬가지로 거진 반복적으로 흘러나와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