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가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는 슬비와 마주친 엄마 비에 젖은 슬비의 모습을 보고 달려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우산 있었다며 왜 비를 맞고 다녀"
슬비는 대답을 하지 않고 바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건우와 함께 있었던 장면들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그때 해외에서 전화가 온다.
"오빠 연우오빠..."
"지금 어디야 집에 들어갔어?"
"이제 자려고 침대에 누웠어 근데 잠이 안 와"
"어떡하지 지금 당장 날아가지도 못하고 자장가 불러 줄까?"
"오빠 내가 왜 오빠의 프로포즈를 늦게 받아들였는지 알아?"
"알고 싶지만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사실은... 건우를 기다리고 있었어"
"역시 건우 때문이었구나 그냥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오빠도 짐작하고 있었으면서 왜 재촉하지 않았어"
"내가 없는 동안 너와 건우 사이에도 많은 추억들이 있었을 거라 생가했어 그 모든 것을 정리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만약 내가 건우를 선택했다면 어떡하려고... 오빠는 알고 있었지? 건우가 채린이와 결혼한다는 사실을..."
"너에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니야 알았다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 내가 정말 오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피곤하겠다고 빨리 자! 나도 지금 오아시스 블루 본사에 도착했어"
"잘 되야 할 텐데 내가 기도할게 사랑해"
"나도 사랑해 일이 잘 되서 빨리 한국에 가야겠다 보고싶어"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안녕을 빌며 슬비는 잠자리에 들고 연우는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들어가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밤에 잠을 설치고 겨우 잠이 든 슬비가 힘겹게 아침에 일어난다. 출근 전 분주한 모습 보다는 회사에 가기 싫어서 시간을 때우는 사람처럼 걸어 다니며 보는 사람을 정신없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 참다 못한 엄마가 등을 휙 때리며 찰싹 소리와 함께 슬비가 정신을 차린다.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정신없이 왔다갔다해 회사 안 갈거야?"
"가야지 가야하는데 왜 이렇게 가기 싫지"
"그럼 가지마 라고 할 줄 알았냐 얼른 나가지 못해"
결국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온 슬비가 터덜터덜 골목길을 걸어간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회사까지 왔지만 한참 건물을 바라보며 서 있다. 출근하는 사람들에 치여 건물 안으로 들어 온 순간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일을 할 곳으로 향한다. 사무실 문 앞에서 마주 선 건우와 슬비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숙이며 서 있다. 그러나 슬비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 뒤로 건우가 따라 들어간다.
"아~ 안녕하세요. 도건우 이사님"
"어제 못 잤구나 다크서클이 장난 아닌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 같은데"
둘은 피식 웃으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프로젝트를 위한 일들로 마라톤 회의가 이어지고 그 옆에서 심부름을 하며 보조를 하는 슬비의 모습이 힘들어 보였다. 긴 회의가 끝나자 잠시 여유가 있을 무렵 건우가 커피를 마시자며 제의를 한다. 슬비와 건우가 테라스로 나가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며 도시의 풍경을 마주한다.
"도건우 이사님 저 아무래도 다른 비서를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혹시 어제 일 때문에 그런 거라면..."
"아니 연우오빠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아마 같이 일을 하게 될 것 같아 미리 다른 비서를 채용하는 것이 어떨까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연우형 언제 돌아오는데"
"생각보다 일이 잘 되서 이번 주말에 들어 온다고 했어 너의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금요일 새벽이나 토요일 오전에 들어오는 비행기 타고 온데..."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더이상 방법은 없는 거지"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모르겠어요. 전 이만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다른 사원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슬비를 잡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서 있는 건우가 들고 있는 커피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 걸어간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을 하고 있는 슬비 앞으로 다가가려고 하는 순간에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채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