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을 벌린 채, 십자가.
고가를 타고 정신없이 내달리는 바람들을 전부 먹어 삼킬 기세로
금방이라도 터질듯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팽배하게 부풀린 가슴을 보란 듯이 내세우고는
차선의 한가운데서, 두 팔 벌려 십자가.
계란 껍질같이 탁한 흰자의 중앙에
좁쌀만 한 크기의 방점을 찍은 검은 눈동자는
이리저리 휘둘리며 얼굴을 물들이는 자동차의 조명에도 옴짝달싹 않고 허공을 노려본다.
습기 차 희미한 유리 상자 속, 두 팔 벌려 십자가.
겹쌓여 울리는 경적과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는 수많은 바퀴들의 신음,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유리를 흔들어대는 고가의 강풍에도
그는 고요하게 경직되어 있을 뿐 그 어떤 행위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교착된 팽창.
폭발에 대한 갈망은 피부 거죽의 질김에 비례해서.
아니, 딱 그와 같아서.
터지지 아니한 채 정지해버린 것일지도.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달밤의 연쇄 추돌, 그 한복판에 멀쩡히 선 채-
고요히 방치되어버린.
도시 그 어느 곳의, 두 팔 벌린 십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