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의 공장에 있는 유류탱크들이 블랙박스에 쏙쏙 저장되었다. 여유 있게 차를 돌려 다시 왔던 길로 나갔다. 차가 멀리 사라질 때쯤 김경일의 뒤를 따라서 직원들이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폴리스, 폴리스”
그 중 한 명이 대원이 탄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차는 벌써 멀리 사라져 버렸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김경일이 고동우에게 전화를 건다. 계속 통화 중이다.
‘이 새끼는 항상 이래! 바쁘지도 않은 놈이..’
그리고는 문자를 보낸다. ‘혹시 따라 오는 놈 있었어? 불길해’
그러나 고동우의 회신은 마지막 차가 제품을 다 풀어주고 갈 때까지 없었다. 그리고 김경일 걱정했던 그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고 멀리서 빨간 불만 계속 깜박거렸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공장의 어느 누구도 그 불빛은 보지 못했다.
“아니!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떻게 계속 같이 일을 하겠어요?”
고동우가 돈을 찾으러 갈 때 사온 양주를 한잔 따르고 있다.
“야! 임마! 항상 조심해야지”
술만 입에 들어가면 편하다가 못해 완전히 아래 것으로 취급하는 이 말투에 고동우는 비위가 거슬렸다.
“그 말 좀 조심하세요. 그래도 내 때문에 먹고 살잖아요”
“새끼!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가 없으면 네가 어디다가 팔아 먹을 거야.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누구 때문에 호의호식하는 줄도 모르고. 시건방지게”
김경일의 이런 성격과 말투는 오랜 버릇으로 습관이 되어 있었다. 학창 시절에 이런 행태를 똑같이 했다가 수리에게 개 맞듯이 얻어 터졌고 그 후로 거의 심복 역할을 해야 했다. 그 덕에 덕도 많이 봤다. 수리가 아니었으면 이 놈은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동우는 이들 바드득 갈았지만 그래도 오늘처럼 이렇게 현금으로 바로 거래할 수 있는 거래처는 여기와 몇 곳이 되지 않아 참으며 계속 양주를 들이키며 자존심을 억누르고 있었다. 시골에 있는 공장이라서 그런지 밤은 빨리 왔다. 어두컴컴해졌다.
“형님! 12대 다 온 모양입니다. 조용하네요”
“야! 이 놈아! 몇 대인지 세라고 했잖아”
“예! 12대 맞습니다”
“그렇게 보고를 해야지”
휴대폰을 들고는 동원에게 보고를 하고 명령이 하달되었다.
“덮쳐”
‘도둑이 제 발 저리다’
딱 맞는 말이었다. 앞 유리에 붙여둔 깜빡이는 블랙박스 빛이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경찰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허둥대는 발걸음에서 그들의 외침이 짐작되었다.
‘폴리스, 폴리스, 폴리스’
벌써 야산으로 줄행랑을 치는 녀석도 보였다.
“형님! 제들은 불법 체류자겠죠?”
머리를 한대 얻어터진다.
“야! 임마! 너는 그렇게 많이 경험을 해봤으면서도 모르냐? 지난번에 너 신호등 앞에 녹색 조끼 입은 할아버지 보고도 놀라서 도망갔잖아”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인다.
“그때 하고는 다르죠. 허허허”
“빨리 잡아”
벌써 고동우도 김경일도 거의 필름이 끊길 정도로 취해서 마주보고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먼저 일어나는 놈이 와장창 소리를 내게 할 수 있는 사태가 벌어질 지점에 도달했다.
“솨~~장님… 폴리스. 폴리스…”
이 말만 하고는 공장 뒤로 쫓아가버렸고 눈치라면 둘 다 우위를 가릴 수 없는 위인들이라 동시에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무리 술에 취했지만 김경일은 평범하고 간편한 옷차림에서 사복 형사임은 쉽게 알아차렸다. 그러나 고동우는 아니었다. 영업을 하면서 업계를 쫓아 다니며 들었던 풍문이 많아 이들이 조직폭력배란 걸 알아차리고는 제일 등치작고 어린 놈에게 달려 들었다. 바로 나가 굴러 떨어졌다. 두 번 다시 영업전선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얼굴만 집중적으로 가격을 당했다. 성형을 해야만 그나마 인간의 모습을 가질 정도로 얻어터지고서야 무릎을 꿇은 채 번지르르 했던 얼굴에 흐르는 선혈을 닦지도 못하고 두 손을 바짝 머리 위로 치쳐 들고 있었다.
그리고 김경일. 바지 끈을 잡고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왜 이래! 놔! 왜 이래?”
“빨리 벗기고 해치워”
“왜 이래? 무슨 짓을 하려고 아는 거야”
하필이면 제일 나이 어린 순진한 대원이 김경일 바지를 벗기려고 애를 쓰고 있다. 벗기려는 놈과 벗겨지지 않으려는 놈의 줄다리기를 뒤에서 배를 잡고 웃던 대원 하나가 졸병의 머리를 한대 쥐어 박고는 뒤로 물러서라고 한다.
“이렇게 하란 말이야”
바지가 벗겨지지 않게 팬티 끈을 꽉 잡고, 벌렁 누워 다리를 벌려 놀라고 있는 김경일을 빙긋이 웃으며 쳐다보던 고참 대원의 발 뒤꿈치가 그의 거시기로 사정없이 내려 갔다.
“으악~~~ 으악~~~”
김경일은 화장터 가스 불 속으로 실려가는 시체처럼 벌렁 누워 잠시 혼절했다가 거시기를 붙들어 싸잡고는 나뒹굴다가 뜨거운 불에 근육이 경직된 시체처럼 잠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가 다시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이 소문은 빠르게 피부 색이 다른 직원들의 나라에까지 퍼져 나갔다.
“살살 다루지 그랬어”
“그게 형님이 바라던 것 아니었어요. 저! 잘했죠”
“그래! 고맙다”
수리는 동원이가 건네준 현장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고는 연어에게 그랬듯이 상세히 설명을 해준다. 말하자면 인수인계의 과정을 밟고 있다. 강성호가 심각한 얼굴로 임운영을 쳐다보고 묻는다.
“그 뒤로 어떻게 됐어?”
“이상하게 조용합니다”
“고동우는 출근해?”
“아뇨!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김경일은?”
임운영이 입은 막았지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침을 강성호에게 튀기고 만다.
“아이! 이 사람이 더럽게”
“고자 됐답니다”
“뭐? 고자? 어떻게 했길래? 다른 데는 괜찮고?”
“예! 다른 데는 손도 안 대고 거시기만 뭉개버렸답니다”
“그 참! 이상하네. 에이! 그 놈에게 악감정이 있는 누가 헛소문을 냈겠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허허! 정말입니다. 듣기로는 절반은 자른 걸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게 더 큰 문제 입니다. 사장님도 조심하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나야 뭐! 원수 질 사람이 없으니 그런 일이야 있겠어. 그런데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지?”
강성호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뒤끝이 개운찮았다. 무슨 이유로 다른 데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기를 뭉갰을까? 더 이상한 건 제품에는 손도 대지 않고 왜 그랬을까? 뒷덜미가 아프기 시작했다. 꼭 무슨 전쟁이 벌어질 것 같은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며칠 내내 뒷조사를 했지만 김경일의 공장을 덮친 놈들이 누구인지 도무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면 절대로 있을 수가 없는 큰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