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업(4-1)
<선화그룹 회장실>
최비서 : “회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평 : “안본사이 예뻐졌네 최비서”
최비서 : “...”
평 : “농담 안받아 주는것도 여전하고.”
회장실 문에 손을 얹은 최비서는 그의 말에 대답없이 그가 안으로 들어 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평 주위에는 다들 재미 없는 사람들 뿐이다.
모두 유머를 몰라 왜 인생을 다 다큐로 사는지들 참 이해 할 수가 없다.
무현 : “왔써?”
평 : “어”
무현 :“뭐가 불만인겨?”
평 : “비서 바꿀 생각 없어?”
무현 : “이자가 또 일잘하고 있는 우리 최비서에게 심통이여!”
평 : “유머가 없어!”
무현 : “오늘은 뭐랬는데 그려?”
평 : “이뻐졌다 했지”
무현 : “미친겨? 말 조심해 요즘 세상엔 성추행으로 잡혀가 최비서나 되니까 그냥 놔두는겨!”
이번엔 충청도 사투리다. 매번 올때마다 바뀌는 사투리들… 얼마전에 충청도를 갔다 왔나?
무현 : “어 그려~ 얼마전까지 청주 대학에 강의가 있어서.. 댕겨왔어!”
평 : “적응이 빠른건지 귀가 얇은건지 미친건지 참 너도 좀 그렇다.”
무현 : “내가 그래서 말은 빨리 배우잖여~”
평 : “긍정적이기 까지 하고…”
무현 : “그취~ 당연한겨!”
평 : “그 재능을 써먹을 날이 왔다”
무현 : “왜 어딜 갈려구?”
평 :“너 모시러 왔어!”
무현 : “나 당분간 바쁜데?”
책상위에 스케줄러를 들어 확인 시켜주며 무현은 슬며시 발을 빼본다.
그의 감이 맞다면… 되게 귀찮은 일 같다.
지금 회사일로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영암부 일까지 그가 봐주고 싶지 않다.
평 :“분신 하나 만들어 놓고 말일까지 들어 와”
무현 : “아~ 왜 그려!!”
평 : “네 마지막 임무라고 전하래”
무현 : “그게 왜 하필 지금이랴?”
평 : “왜 뭔일 있어?”
무현 : “아녀 내가 해결할 일이니께 … 뭐 암튼 그려서 그 임무라는 건 이미 다 정해 놓으시구 통보 하시는 거자녀?”
평 : “뭐 새삼스레!”
무현 : “그니깐…”
회사의 사활이 걸린 일들이 수두룩 쌓여 있으나 평이 들고온 임무 역시 중요하다.
이번 임무만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무현은 더이상 저승과 관련없이 그냥 그의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다.
그것이 취영이 그에게 한 약속이었고.
마지막 임무라고 한다면 아마도 새 영사자리에 앉을 자를 위한 것이겠지.
그 말은 위험한 임무라는 것이다.
마지막 임무까지도 못갈 수 있다 생각한 때가 있었는데…
마지막 임무에 대면을 하니 생각이 또 다르다.
위험한 임무라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크나 한번 한 약속을 번복 하기도… 참 모냥 빠진다.
평 : “그건 그렇고 자네 너무 오래 힘을 안써서… 걱정이 되나만… 아직 쓸만은 하나?”
무현 : “하~ 나 무현이여!”
평 : “...”
무현 : “날 몰러?”
평 : “알지!”
아직 큰소리 뻥뻥 치는 것을 보니 쓸만은 하나 보다.
평 : “그리고 영암부 들어 올땐 원래 모습으로 들어와”
지금 그는 60이 넘은 얼굴이다.
이 얼굴에 정이 가려고 하는데 그만 봐야 하다니… 아쉽다.
무현 : “이 얼굴로도 힘은 쓸수 있는디!”
평 : “아니 내가 좀 거슬려서”
그럼 보질 말던가…
지금 얼굴 되게 중후한것이 딱 본인과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현 : “혹시 되게 예쁜 그 망나니도 같이 가는겨?”
평 : “그럴껄? 너도 아는 사이야?”
무현 : “두번인가? 싸우다 죽을 뻔 했지…”
평 : “사자들 중에 그녀와 안싸워 본 이가 있을까? 이기지 못해서 그렇지”
무현 : “같은 편이라면 든든한 스타일이지 그분이”
평 : “그 분?”
무현 : “나보다 쎄면 다 형님이여”
평 : “아..”
말은 겸손하게 하지만 무현역시 다른 이에게는 그분이라 불린다.
지금 모습이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아서 전혀 무현 같지 않은 이질감에 눈쌀을 찌뿌려지지만
그의 본 모습은 얼굴 자체가 명패 같은 자이다. 불지옥에서 방금 나온 사자!
어느날 갑자기 사자를 관두겠다고 하곤 홀연히 사라져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만큼 사자라는 직업을 즐기고 어울리는 자가 없었다.
한동안 행방을 모르던 그를 다시 만난 것은 현세 미디어매체에서 였다.
물론 저승부사자들은 현세에서 지내는 것이 맞으나 다들 있는듯 없는듯 섞여 살고 있지 유명세를 타고 살지는 않는다.
남들의 이목을 많이 끌수록 본업을 하는데 불편함이 생기므로..
마지막 임무라 전한 것을 보면 그동안 영사와 뭔가의 거래가 있었던듯 하다.
평 : “이번 임무가 끝나면 자네는 어떻게 사는가?”
무현 : “난 이대로 그냥 현세에서 조용히..”
평 : “조용히 살진 않잖아?”
무현 : “하하하 내가 태생이 조용히는 못사는 종자여”
평 : “시간이나 맞춰와”
대답대신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며 그는 사무실앞 통유리로 보이는 야경을 가만히 바라본다.
매일 보고 있는 이 풍경이 오늘 새삼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야경의 끝자락 중 어느 한 골목 앞>
겸 : “만월!”
단칼에 악령을 베어 내는 겸!!
드디어 해냈다. 평이 하듯이 베어내고는 그자세 그대로 멋짐을 느끼는 중이다.
공기중으로 흩어지는 검붉은 가루들…
비록 낮은 등급의 악귀이나 자기 만족 하기는 충분했다.
겸 : “어떠냐?”
소연 : “괜찮습니다.”
그녀의 대답이 시원찮지만.. 그래도 본인의 만족감을 해치지 못한다.
드디어 해냈다!! 그는 자기 만족감에 빠져
옆에서 소연이 하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