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피를 머금은 놈의 칼날이 이미 수차례 찔린 복부를 다시 한 번 파헤쳤다. 내장인지 뼈인지 모를 것들이 둑 터지듯 붉은 물과 함께 쏟아지며, 주인을 잃은 로렌의 검은 바닥에 소리 없이 떨어졌다.
‘털썩!’
그리고 검과 함께 무너진 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꿰뚫린 자신의 심장 정중앙을 노려보며, 생의 마지막 발작을 했다.
“말도..안..돼..”
움직임은 곧 멎었다...
***
붉은 세상 위에 로렌은 홀로 우뚝 서, 차고 검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이 붉어서 그런 걸까, 덩달아 붉은 달을 보며, 상처가 깊게 베인 그녀의 오른쪽 눈에서 피와 섞인 눈물이 뺨을 적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도 두 명의 시체와 스컷의 피 웅덩이 위에 무너져 내렸다.
붉은 와인보다 강렬하고 축축하고 역겹도록 달콤한 피 냄새가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로렌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항상 그녀에게 향수처럼 달라붙던 냄새였으니, 함께 가는 것도 괜찮겠지.
‘피식‘
로렌은 깊은 암흑으로 서서히 잠겨가는 의속에서 공허하게 지독한 승리를 만끽했다.
하늘에서는 하나 둘 그녀가 생전 입던 백색의 제복처럼 흰 물의 결정들이 소복소복 내렸다.
로렌은 그것이 주는 포근함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마지막 온기는 달빛에 하얗게 흩어지고, 커티스 산맥 정상에 있는 공터는 네 구의 시신과 함께 싸늘한 적막에 파묻혔다. 전장의 패왕으로 불리던 로렌 왓슨과 검은 사신으로 악명을 떨치던 바리테온 스캇의 최후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