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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17. 하트 뿅뿅, 코피 뿜뿜
작성일 : 17-10-26 15:53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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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파랑이 몸을 꾸물거리자 하완이 한 마디 했다.

 

  "좀 가만히 있지? 지금 눈썹이 4개가 되려고 하거든?"

  "그러게, 파랑씨 왜케 가만히 못 있어요? 오늘따라, 펜슬에 긁혀서 간지러워요? 아픈가?"

 

 하지만 로사가 말을 할 때마다 움직이는 건 파랑의 허벅지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품은 두 가슴 역시 로사의 호흡에 맞춰 부풀어졌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했다. 그것이 파랑을 더욱 미치게 했다. 그가 하완에게 눈짓을 했다.

 

  "뭐? 왜?"

 

 하며 그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하마터면 분수처럼 코피를 뿜을 뻔 했다. 게다가 그의 손을 잡고 있는 건 터질 것 같은 가슴의 소유자, 그녀의 손이 아니던가. 로사의 손과 가슴이 이어져 있다는 상상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어깨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온기는 또다른 덤이 아니던가. 어느샌가 그녀가 그의 등 위로 몸을 기댄 것이었다. 이번엔 하완이 몸에 반응이 일었다. 두 남자의 얼굴이 똑같이 달아올랐다. 누가 더 절제력이 강한지 이제부터 관건이었다. 먼저 백기를 든 건 파랑이었다. 시각과 촉각 중에서 단연 시각의 반응이 빨랐다. 이래서 남자는 시각의 동물이라고 하는 것인가.

 

  "저,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응, 그래요."

  "저, 저도요."

 

 로사는 두 사람이 동시에 화장실로 가는 것에 대해 큰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 원인도 모르는 듯 했다. 둘이 그렇게 교실을 나가는 것까지 모든 사태를 관망한 시아는 참 어이가 없었다.

 

  "헐...뭐야? 저 샘 완전 꽃뱀 아니야?"

 

 시아가 린에게 톡을 보냈다.

 

  '야, 완전 가관이었어. 알아? 봤어? 지금 한 짓? 완전 꽃뱀 아니냐?'

 

 하지만 린에게 답은 없었다. 뭐하나 싶어 다시 고개를 들어 린의 교실을 염탐하는데, 린은 아주 꾸벅꾸벅 화장을 받으면서 잘도 졸고 있었다.

 

  "쳇, 지금 아말고는 난리가 났는데 아주 속편히 꿈나라 여행 중이시구만?"

 

 그러는 동시에 그녀는 하완과 파랑이 뭘하는 매우 궁금해졌다. 조용히 손을 들고는 선생님께 양해를 구했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성격이므로.

 

  "선생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헤어반 샘의 찌릿한 눈빛을 받았으나, 그녀는 온 몸과 얼굴 표정으로 볼 일의 시급성을 판토마임했다.

 

  "10분만에 갔다와."

  "네!"

 

 그렇게 시아는 교실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갔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은 고요했다. 그래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문 틈으로 밖에 누가 있는지 몰래 봤는데 역시나 둘이 그곳에 있었다. 공기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둘은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파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씨, 작살이야."

  "나도 죽는 줄 알았다."

  "와...자연산인가? 어떻게 그렇게 사람 몸이 화가 나 있을 수가 있지?"

  "성형이라면 진짜 명의다."

 

 그러다 문득 파랑이 고개를 훽 돌려 하완을 진지하게 쳐다봤다.

 

  "너, 어디까지 봤어?"

  "뭘?"

  "눈 돌려서 어디까지 봤냐구?"

  "야, 난 니가 보래서 본 거야."

  "내가 언제 보랬냐? 그만 보라고 눈짓 한 거지."

  "쳇, 보긴 니가 더 정확히 봤잖아. 난 곁눈질로 살짝, 아주 살짝 밖에 못 봤다고."

  "그런데 왜케 얼굴이 붉어지고 티가 확 나는데?"

  "본 게 문제가 아니라...닿았단 말이야."

  "어디를?"

  "어디겠냐?"

 

 파랑의 표정이 구겨졌다.

 

  "만진 거야?"

  "뭘 만져? 만진 건 샘이 날 만졌지. 갑자기 내 손을 잡는 바람에 나도 놀랐다고."

  "손? 나한테는 이때껏 한번도 손을 직접 잡아서 그려준 적이 없었는데..."

  "...너 여전히 그 샘 좋아하냐?"

  "...아, 짜증나."

  "그럼 고백을 하던가. 왜 엄한 사람 자꾸 몰아가는데?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니 존재 자체가 아무 짓이야."

  "뭐?"

  "아까 듣자하니 의대생이라며? 그래서 전에 응급실 얘기를...하긴 차도 좋은 거 타고 다니고 의사니까 여자들이 꽤 꼬이겠네."

  "..."

  "고백은...언젠가 할 거야. 지금은 물밑 작업 중이고. 그런데 니가 들어와서 차질이 좀 생긴 듯 하네."

  "내 타입은 아니야."

  "로사샘 타입이 너니까 문제인 거지."

  "아,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여친 있다고 하면 안 되겠냐?"

  "왜 내가 그런 말까지 해야하는데?"

  "그럼 계속 이런 식으로 어장관리 할 거야?"

  "나 좋다고 잘 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 없지."

  "사귀자면...사귈 거냐?"

  "음...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내 타입은 아니어서."

  "니 타입은 뭔데?"

  "어...예쁘고 날씬하고 말이 잘 통하고 장난 치면 재밌는?"

  "쳇, 아무튼 로사샘은 아니라고 한 거지?"

  "어, 뭐 아니야."

  "그럼 전에 그 고딩은?"

  "고딩?"

  "그 손바닥...아니, 유시아 말야."

 

 순간 시아의 귀가 쫑긋해졌다.

 

  "푸핫, 너 지금 장난하냐? 걘 채무자야. 난 채권자고...지금 어디에 붙이냐?"

  "그럼 하트 뿅뿅인 눈으로 널 엄청 따라다니는 부잣집 애는?"

  "부잣집 애?"

  "가린이 말야."

  "걔네가 부자야?"

  "듣자하니 빌딩주라고 하더만. 아버지는 의사고..."

  "헐...그래? 하긴 집은 좋더만."

  "집에도 갔어?"

  "내가 걔 과외선생이다."

  "이야...뭐, 학원 다닌지 일주일 밖에 안 된 녀석이 여자들 완전 다 깨고 있네?"

  "너야말로 동사무서 알바하냐? 걔네 집 호구 조사는 언제 그렇게 다 했냐?"

  "그거야...걔들 수다 떠는 거 듣고 싶지 않아도 교실에 있으면 듣게 되니까 아는 거지."

  "어디 병원인지도 알아?"

  "서연대병원이라고 하더만."

  "..."

 

 하완은 멈칫했다. 누구인지 물으면 거기까지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어떤 이름을 듣게 되더라도 마음이 심란해질 게 뻔했으므로.

 

  "암튼 페어 플레이하자! 너는 학생 낚고 난 선생 낚고..."

 

 그렇게 생각에 잠긴 하완을 버려두고 파랑이 옥상에서 나왔다. 그가 다가오는 소리에 놀라 시아 역시 재빠르게 문 뒤로 숨었다. 그가 간 후 홀로 남겨진 하완의 뒷모습을 보았다.

 

  "쳇, 둘이 신사협정이라도 맺은 거야? 참나...뭐, 채무자? 채권자? 착각하고 있네. 이건 범죄자와 피해자 신분이라고 하는 거지.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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