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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2. 죽음과 용의 세계 (4)
작성일 : 17-06-19 10:33     조회 : 30     추천 : 0     분량 : 4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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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역겨운 일은, 탐욕스러운 헤일 이살롯 왕이 당신의 불로(不老)를 탐내 전쟁이 났다고 인간들이 가장 먼저 당신을 버릴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닌 인간들도 있었겠죠. 그러나 대부분은 당신을 내어주고 전쟁을 끝낼 생각만 했습니다. 그 당시 당신이 이주시킨 셀다인은 몇 되지 않았고, 거의 대부분은 이살롯에게 셀다의 것을 넘겨주고는 후한 보상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죠."

 

 바얄로와 왕비의 일기장에서 본 내용이었다. 마녀라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이살롯의 백성이 되었다는.

 

 오셀롯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고 격앙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짓씹을 듯 한 기세였다.

 

 

 "셀더교는 이름은 명분 좋게 종교이지만 실체는 마법을 신봉하는 자들의 모임입니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마법이 실존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마법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입니다. 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것만을 위해 살아왔고 당신은 지금 그들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이죠."

 

 

 순간 아침에 본 타냐라는 사제가 떠올랐다. 뜬금없이 마법을 보여 달라며 눈을 빛냈었다.

 

 

 "물론 제가 그들을 데려왔죠. 허나 그것은 그들이 몬테의 백성 중 유일하게 셀다 론도가 실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고, 제가 그들을 곁에 두지 않는 것은 그들이 결국 당신을 또 이 땅에 묶어둘 것임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셀롯은 어느 샌가 울고 있는 샤를롯테를 보고 화들짝 놀라 말을 멈추곤 가만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쳐주었다. 샤를롯테 역시 자신이 왜 울고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고 무척 피로했다. 지친 어깨를 늘어뜨리며 오셀롯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험악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걱정만 가득했다. 그의 눈동자에 들어찬 스스로를 보며 샤를롯테는 인정했다.

 

 

 그는 자신을 걱정했을 뿐이었다. 기만하고 농락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긴 오셀롯은 처음부터 한결같았다. 엘드리치의 핏줄임을 의심하기 힘들 정도로 자신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작은 일에도 부산을 떨었다. 자신은 그것이 단순한 과보호인줄로만 알았다. 사람들의 접촉을 차단하려는 행동이 다소 갑갑했으나 그런 내색을 하면 언제나 죄송스런 얼굴을 했다. 이젠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기억을 찾으면 안 되는 이유도 그런 연유 때문이야? 내가 인간을 또다시 가엾게 여겨 이 땅에 묶여 있을까봐?"

 

 샤를롯테의 말투가 누그러지자 오셀롯도 다소 편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 역시 용에게 들어 자세한 것은 모르나 잃으신 기억은 인간이 당신에게 자행한 끔찍한 행위이기에, 당신이 그것을 기억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화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샤를롯테는 뭐라고 말하려다 자꾸 주저했다. 전부터 궁금했었지만 대답이 두려워 묻지 않았던 것인데, 역시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왜… 날 깨웠지? 그 봉인은 오직 하우드와 몬테의 피가 아니면 깨어지지 않는 것이었어. 굳이, 그것을 왜?"

 

 "용과 저의 의지였습니다."

 

 하우드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자 샤를롯테는 다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용은 두려워했습니다. 그 봉인은 오롯하게 당신의 힘으로만 작동되는 것이라고요."

 

 "그게 두려워 할 일이라고?"

 

 오셀롯은 다시 타르트 접시를 재차 밀어주고 그 위에 슈를 두어 개 올려주었다.

 

 

 "그것 자체는 두려울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천 년간 쭉 잠들어 있다는 것이 용의 눈엔 죽음과 다를 바 없어보였나 봅니다. 용은 샤를롯테님이 단지 봉인을 위한 매개가 된 것이 참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죽음과 같다. 사라도 그렇게 말했었다.

 

 「 … 변함없이 제자리에 있는 건, 늘 멈춰있다는 건 죽어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

 

 하우드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꿈에서 보았던 하우드의 얼굴이 떠올랐다.

 

 

 

 "용은 절대 인간을 용서치 않습니다. 그는 인간 때문에 당신이 스스로를 봉인할 결정을 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반대로- 인간을 위해 당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고, 인간의 당신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질 때 봉인을 풀기로 했습니다. …이제 눈물을 그치세요. 자, 단 것을 드시면 마음이 좀 편해지실 것입니다."

 

 

 내 삶. 나를 위한 삶. 샤를롯테는 자꾸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이 에밀에게 말하던 것을 오셀롯이, 하우드가 말하고 있었다. 그 속에 감추어진 염려와 배려가 너무도 와 닿았다. 하우드는 자신과의 언약으로 강제로 이 땅에 묶여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는데도 원망은 조금도 없이 자신만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샤를롯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이 삶은 하우드가 준 것. 이제 정말로 셀다의 여왕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론도만 남았다.

 

 

 "당신의 어깨는 이제 가볍고, 모든 짐은 제가 질 것입니다."

 

 오셀롯의 속삭임은 뿌리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했다.

 

 

 

 

 이 모습을 눈여겨보던 까마귀는 침음했다. 오셀롯이 여차해서 안드라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입막음을 할 생각이었는데 그도 아예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샤를롯테님이 또 눈물 한 바가지 흘린 걸 아시면 엄청 화내실 텐데…"

 

 으아아. 까마귀는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렸다. 용은 샤를롯테에 관한 것이라면 가장 사소한 것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마치 온신경이 그녀에게 쏠린 것처럼 예민하게 반응했다. 괜히 죽어나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다 자리에 일어난 까마귀는 별관으로 들어서는 샤를롯테의 뒤를 따르려다 휘청거렸다. 다리가 힘없이 푹 꺾여 우당탕 넘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하필 이런 때에!"

 

 제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뚱아리에 속으로 육두문자를 남발하던 그는 결국 정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

 

 "이 몸도 이젠 한계인 것 같은데…"

 

 다른 숙주를 찾아야 하나, 건조한 혼잣말이 정원을 맴돌다 사라졌다.

 

 

 

 

 

 복잡한 심경에 정처 없이 걷던 발걸음은 자연스레 별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샤를롯테는 언제나처럼 자신 있는 얼굴로 에밀을 볼 수 없었고 그럴 기운도 없었다. 베개를 끌어안고 자장가를 부르는 에밀의 옆모습을 슬쩍 훔쳐보고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십 수 년간의 습관 때문인지 성 안을 맴도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복도의 창문을 닦던 사제들이 반가운 얼굴로 꾸벅 인사했지만 이내 도망치듯 사라졌고 기사들도 다를 바 없었다. 오셀롯의 명령때문인걸까. 이해해보려 했지만 마치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기분에 성을 뛰쳐나왔다.

 

 

 

 성 밖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면 물이 말라버린 해자가 있고 다리를 건너면 언덕 아래로 광활하게 보이는 이샤숲이 있었다. 샤를롯테는 검은 모래가 가득한 이샤숲에 주저앉았다. 모래 사각이는 소리만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러나 샤를롯테의 마음은 더할 바 없이 시끄러웠다.

 

 

 자신은 아주 오랫동안 론도의 이름 없는 아이였다. 론도는 그곳을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창조주 아델론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종족이었다. 자신은 미천한 탓인지 이름이 없었던 탓인지 단 한 번도 아델론을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무엇을 지켜야 했는지도 알 지 못했다.

 

 론도들은 영혼보다 이름이 우선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아델론이 정한 이름이 있어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름에 걸맞은 임무가 주어졌다. 그런데 자신은 신이 깜빡한 것인지 버려둔 것인지, 이름도 없는 채 그 영혼이 세계수에 잉태되었다. 나중에라도 이름이 내려지는 기적은 없었고…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 없는 취급을 당하며 살아왔다. 존재는 하지만 없는 자.

 

 

 자아가 집어삼켜질 것만 같은 외로움을 알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쓸모가 없어 그 무력함과 무능함에 자기혐오가 깊어지는 날도 있었다. 나는 왜 태어난 것인지, 왜 사는 것인지 덧없는 질문에 울었던 날도 있었다.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랬던 그녀를 처음으로 필요하다고 해준 것은 인간이었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예쁘다며 이름을 준 것은 하우드였다. 그 때 처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스스로 정했었고 선택할 수 있다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들이 저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 하더라도 그건 조금도 싫지 않았다. 셀다에 묶였더라도 이곳에서 이름도 얻었고 친구를 얻었으며 사람도 얻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그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르겠다. 오셀롯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더는 인간에게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억은 온통 인간과 함께했던 것뿐이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나를 위한 삶? 그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 삶일까.

 

 

 결국 샤를롯테는 퍼뜩 스치는 생각에 무너지듯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자신도 에밀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자신을 위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런 것. 자신의 미래에 '나'가 없는 것. 아델론의 세계에서와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목적이 없는 삶, 그 목적을 정하지 못하는 삶. 그래서 하우드는 걱정했던 걸까?

 

 

 하우드, 근데 난 잘 모르겠어… 셀다는 이제 없는 곳이고 셀다가 없는 곳에서 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마침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무 거라도 차근차근 해 볼 생각이었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안드라페를 찾고 하우드를 찾자. 지금의 목표는 그것으로 하자. 그 이후엔 뭐라도 되겠지.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샤를롯테가 앉은 자리에선 골든레몬타임 싹이 비쭉 올라와 잎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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