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거짓과 선택의 연속 속에서 하연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다.
20년 만에 나타나 대리 맞선을 봐달라는 쌍둥이 언니 정아의 부탁을 받았을 때도
그랬고, 그가 내건 계약 결혼을 선택했을 때도 하윤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사면초가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 하윤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버진로드를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버진로드의 끝,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향해…….
그래, 너라면 가능할지도.
첫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자신이 맞선을 보기로 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초조해하는 기색이 무슨 말만 해도 경직되는 표정이
그리고 그럼에도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자신을 마주하려는 너의 가상한 노력에
차라리 너라면 이 지긋한 맞선을 끝내고, 결혼을 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백번째 맞선에서 만난 민하연이라는 여자는 그의 몸과 마음을 동하게 만들어 버렸다.
게이라고 소문난 한보그룹의 후계자, 장유혁.
그는 벼랑 끝에 선 하윤에게 한 줄기 빛이었고,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이었다.
“나와 새로운 거래를 하죠. 기간은 내가 원하는 때까지.”
병석에 누워 있는 엄마, 돌도 지나지 않은 호적에도 올리지 못한 딸 꽃님.
하연은 눈을 질끈 감고, 끝을 알 수 없는 위험한 거래에 손을 잡아 버렸다.
이 거래의 끝은 해피엔딩인 신데렐라일까 아님 못 오를 나무를 함부로 오른 자의 처절한 말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