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여주/용사 남주/걸크러쉬여주/츤데레남주/로코/회귀?]
마왕으로서 존재한지 어언 220년. 그 동안의 생활은 그저 닥치는 대로 인간을 죽일 뿐인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와 같이 용사가 찾아왔다. 그는 내게 패해 죽기 직전임에도 이렇게 지껄였다.
“불쌍하네, 너.”
“불쌍하다고? 내가?”
“인간이었다면 뭇 남자들이 줄줄이 뒤따랐을 외모인데. 마계에서 강한 놈들은 못 생긴 녀석들 천지잖아. 그런 녀석들 중 하나랑 혼인하고 밤을 함께 해 자식을 낳고 마왕의 대를 보전해야할 네가 불쌍하다고. 보나마나 저런 거 비슷한 녀석을 낳겠지. 하하.”
지금 그런 거 걱정할 때야? 제정신인 건가? 게다가 이 남자는 패배를 인정하기는커녕 시간만 있다면 나를 죽일 수 있단다.
곧 죽을 상황에서도 말장난으로 화를 돋우지를 않나. 주제도 모르고 남의 혼사까지 걱정하지를 않나. 도대체가 너무 가소롭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마구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왠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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