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항상 내게 불행만을 가져다 주었다. 내가 혼자 되었던 날도, 하나 뿐인 혈육이었던 엄마가 없어진 날에도 모두 비가 내렸으니. 그런데 그의 책을 만난 이후로, 그를 만난 이후로 비가 내리는 날은 나에게 있어 가장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비가 오던 그날 열아홉의 내 곁에는 그의 책이 있었고, 스물다섯 지금, 그가 내 곁에 있었다.'
글을 쓰는 것만이 유일하게 제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작가 민서울과 그런 그를 제 꿈이라 여기며 동경해 마지않는 은우연. 그 두 사람 사이에서 파생되는 모든 이야기들,
사랑은 한 끝 차이였다. 한 끝 차이로 그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길게 잔상을 남기고, 한 끝 차이로 그 사람과 내가 교류를 하고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