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도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레이스가 아버지를 불렀다.
"왜그러니? 그레이스?" ...
"있잖아요. 아빠. 혹시... 혹시말이예요. 내가 죽으면 아빠는 어떻게 할거에요?"
그레이스에게 '죽음'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운명같은 존재였다.
죽는건 무섭지 않다.
......
"그레이스, 그거 아니? 세상에는말이야. 정말 많은 언어가 있고, 정말 다양한 단어가 있단다. 하지만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있단다. "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
"그래. 그건 바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을 부르는 호칭이란다.
세상 그 어떤 단어도, 그 어떤 소리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표현할 수 없었단다.
그 슬픔의 깊이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메인 크리퍼는 자신의 앞에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서워하지 말거라. 이 아빠가 널 보고있을테니. 아빠가 말 했지?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거라고..."
이야기를 마친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레이스의 옆에 있던 그레이스의 모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모자를 향해 손을 뻗은 그레이스는 자신의 손가락이 끝에서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레이스는 오벨리스크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라져가는 손을 흔들며 그레이스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