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와 같이 학교에 간다. 밥을 먹고, 이를 닦고, 잠깐 티비를 보다가 시계를 멍하니 쳐다보니
벌써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었다. 서둘러 가방을 어깨에 메고, 핸드폰을 챙기고, 버스카드를 챙긴 뒤
학교로 뛰어갔다. 다행히도 굉장히 귀차니즘인 내가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건 학교가 가까워서 일것이다.
학교가 가깝지 않았다면, 나는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겠지. 내가 이런 말을 하자 유일하게 오래 간 내 친구는
"거짓말이지, 아무리 너라도 그건 아니잖아."라고 간단히 흘려보냈지만, 나는 나름대로 진심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 스스로 뭔가를 한다는 것에 피곤함을 느꼈다. 지금은 더 심해졌다. 발전까지 해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잘까만 생각하게 된다. 그런 나의 유일한 좌우명은 단 하나, "피곤하면 하지마라"였다.
원래는 자고 싶다고 초등학교 때 적고 싶었는 데, 나는 기본적으로 잠을 잘 못잔다. 두 세시간 만 자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한번은 체육대회가 있어서, 지칠대로 지쳤을 때 잤다. 그런데도, 세시간 조금 넘으니 악몽을 꿨다.
그래서 일어났다. 침대에서 이불을 껴안고 뒤척여도 졸리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잠을 잘 자는 애들이 부럽다.
열 몇시간이나 자는 애들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잤으면'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뭐, 그래봤자, 어차피 희망사항일뿐이지만. 나는 저렇게 될 수도 없고 노력해도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까 얌전히 잘 수 있는 잠만 자야지. 나는 뛰다가 잠깐 쉬고 다시 학교로 뛰어갔다.
부디 오늘도 재미없는 생활이기를.
학교에 도착했다. 여전히 시끄러운 교실이다. 내가 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말릴 수 있는 것이면
나는 어떤 짓을 해서라도 말렸을 것이다. 시끄러운 건 그리 좋아하지 않다. 학교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옥상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 조용히 바람 소리만 들린다. 그래서 그 장소가 좋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건
도서관이다. 특히 사람이 없는 점심 시간 때가 더 좋다. 아무도 없어서 그런가, 생각도 차분하게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시끄러운 친구가 없다. 그러고 보니 그녀석은 아직 없나.
나는 내가 보던 정면에서 살짝 고개를 돌려 교실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 녀석은 없다.
왠일이지, 늦지 않는 게 유일한 장점인데. 나는 잠깐 그 녀석이 안 오는 이유를 생각해보다가 1분 정도 지나자 관뒀다.
그 녀석이 안 오는 이유가 너무 분명해서였다. 그 녀석은 아무리 아파도 기어라도 오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안 온다는 건 오지 않은게 아니라 왔는 데 내가 못 본 거겠지.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놀래키기 위해 오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움직이면 지는 것이 되는 거다.
여기서 움직이기라도 하면 바로 그녀석이 다가와서 놀래키겠지. 있을 장소라고하면, 청소도구함 정도인가.
키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그녀석이라면 무리없이 바로 들어가겠지.
나는 책이라도 읽으면서 종이라도 치길 바라면 된다. 그걸로 그 녀석은 나오텔니까.
나는 어제 보던 책을 꺼내서 읽었던 부분 후부터 읽기 시작했다.
귀에는 이어폰을 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키고는 .
그리고 한 3분 정도 지났을까, 역시나, 그 녀석은 내 어깨를 약간 세게 때렸다.
조금 짜증을 내야하나라고 생각하면서 돌아보니 완벽히 삐져있었다.
"야, 내가 온거 알면서 그러기냐."
녀석은 화난 투로 말을 걸었다.
녀석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