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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가 : 은이설
작품등록일 : 2019.10.25

제 이름은 설입니다. 몸이 없어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들처럼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제 처지가 이 모양이라 사람들 몸에 들어가 생활합니다. 다른 존재에 의지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는 붙살이지요. 그리고 동거인이 염원하는 누군가의 몸 안으로 동거인과 함께 이동하면서 삶을 유지하지요.
최근에는 제 이야기를 누구에게라도 들려주고 싶더라고요. 속이 답답해서…, 털어놓고 싶은 사연이 무궁무진하거든요.

 
넷 여자와 집
작성일 : 19-10-25 20:28     글쓴이 : 은이설     조회 : 780     추천 : 0     분량 : 27,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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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여자와 집

  선희씨는 자기 안에 형철씨와 이교수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 못하고 지냈습니다. 그래 팔짱을 낀 채로 펜션 이층 방에 누웠겠지요. 가로등불빛이 비쳐 들어와 아주 어둡지는 않았는데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덜 덜 덜 덜컹! 바람이 광폭하게 유리문을 흔들어대니까 선희씨가 일어나 앉더군요. 베란다 문으로 걸어가 머리를 대고 바짝 붙어 섰습니다. 펜션 앞으로 일차선 도로가 지나가고 그 도로 너머로 어두운 바다가 보였습니다. 파도가 도로와 난간, 아스팔트길 위로 껑충 넘어와 하얗게 부서지더군요. 그걸 가로등이 비추었고요.
  선희씨는 가로등 불빛에 드러난 아스팔트길과 파도와 바다를 오래 건네다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흰색 트럭이 나타나 위태하게 내달렸습니다. 난간을 넘어선 파도가 트럭 뒤꽁무니를 덮치려는 찰라 선희씨가 흠칫 뒷걸음질 쳤습니다. 손을 뻗어 베란다 문을 끝까지 꽉 잠갔어요. 낯선 방에 서서 성난 바다와 텅 빈 도로를 내려다보는 자신이 불안했을까요?
  선희씨가 늘어진 앞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겼습니다. 천천히 돌아서서 맥주를 마시던 상을 들어다 개수대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정신이 좀 깨어났나 보더라고요,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 문단속을 했지요.
  화장실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더군요. 취기가 설핏 오른다 싶었는데 그 마저 소진되었는지 핏기 없는 얼굴에 한기가 돌았습니다.
  볼일을 보고나서도 어깨를 축 내려뜨리고 조는 듯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느릿느릿 팔을 돌려 물 내림 레버를 누르고 바지를 추슬렀지요. 세면대 앞에 서서 손을 닦다가 휑한 눈으로 거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얼굴에 표정이 어리지 않아 심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어름 잡기조차 어려웠어요.
  아까까지는 아는 척을 좀 했는데요, 톡 까놓고 얘기해서 모르겠습니다. 이교수님에 형철씨까지 근 십 년 이상을 남자하고만 지내서 그런 가 선희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에 쉬이 빠지는지 좀체 파악할 수 없었어요. 동거인하고 붙살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꾸준히 교감을 유지하는데, 다른 동거들하고는 늘 그래왔는데 선희씨하고는… 힘들더군요. 순간순간 막막할 때가 잦았어요.
  거울을 보면서 지저분하고 더럽다, 끈적거린다, 추레하다, 이런 것들만 느꼈나 봐요. 선희씨가 화장실 문턱에 가방을 가져다 놓고 세면도구가 든 비닐봉지를 꺼냈습니다. 클렌징 티슈를 빼내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고 양치질에 물 세수를 하고 발을 닦았습니다. 화장실 불을 끄고 나와서는 어두침침한 벽에 기대앉아 스킨에다 에센스, 아이크림까지 차분히 발랐습니다.
  손바닥만 한 주머니에 화장품을 챙겨 넣고는 휴대전화를 집어다 전원을 켰습니다. 삼척 행 버스에서 여행 간다는 사실을 김성수씨에게 전송한 뒤 전원을 꺼놓은 상태였어요. 전화기 화면이 밝아지면서 한 시 칠분,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맥주를 마시고 누웠을 뿐인데 꽤 지났더라고요. 창이 열리면서 대기 중이던 메시지가 나타났습니다. 김성수씨한테서 문자 두 개가 들어왔더군요.
  ‘어차피 떠난 여행 편히 쉬다 와. 어디서 묵는지 연락하고.’
  두 시간 전 쯤 열한 시 십구 분에 전송한 내용이었어요. 선희씨는 지그시 내려다보다 삭제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김성수씨가 이보다 먼저 보낸 문자를 열었지요.
  ‘대체 뭐하자는 짓이야. 당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당장 돌아 와!’
  전송 시간 다섯 시 사십일 분, 여행 간다는 글을 뒤 늦게 읽은 김성수씨가 앞뒤 안 재고 썼더군요. 아니면 하루 종일 속을 끓이다 끝내 분을 못 참고 터트렸는지도 모르고요. 선희씨가 모래사장 위에 서서 바다를 보던 때에 김성수씨는 안절부절 허둥댔을 거예요. 집을 지켜야할 부인이 집에 없다는 사실, 충격이었겠지요. 김성수씨 입장에서 선희씨는 집 자체니까 집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흥!”
  선희씨가 입 꼬리를 당겨 올리며 김성수씨 문자를 지워버렸어요.
  ‘남편이 지겹다보니 사는 집마저 지겹다.’
  선희씨가 이런 글귀를 섰다 이야기했던가요? 참 우스워요. 김성수씨에게 집은 선희씨인데, 선희씨 역시 집은 김성수씨였던가 봅니다. 그 탓에 김성수씨에게 선희씨는 꼭 필요한 존재이고, 선희씨에게 김성수씨는 지겨워 도망치고 싶은 존재였지요.
  집 얘기로 언성을 높였던 적이 있어요. 일요일이 아니었나 싶은데, 김성수씨가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을 지키던 날이었습니다. 거실 소파에 기대 리모컨만 눌러댔지요. 아침 식사 이후로 안방 침대에 누웠던 선희씨가 문을 열고 나와 차가운 오미자차를 두 잔 타서는 거실 탁자에 내려놓았습니다. 김성수씨와 거리를 두고 멀찍이 떨어져 앉더군요.
  “작은 아파트 한 채 마련해주세요.”
  선희씨가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아파트는 뭐하게?”
  그제야 김성수씨가 텔레비전에서 고개를 돌려 뜨악한 눈으로 선희씨를 쳐다보았지요.
  “필요해요.”
  선희씨는 김성수씨에게 눈을 주지 않은 채 붉고 투명한 유리잔을 집어 들었습니다.
  “누가 살 건데?”
  김성수씨가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내가요.”
  선희씨가 선홍색 오미자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작게 대답했지요.
  “당신은 집이 있잖아. 여기가 당신 집이잖아.”
  “여기는 당신 집이지 내 집이 아니잖아요. 나도 내 집이 필요해요.”
  “당신하고 나는 부부 아닌가. 부부한테 네 집 내 집이 어디 있나. 우리 집이지.”
  김성수씨가 높아지려는 목소리를 다잡았습니다. 선희씨 돌발행동을 몇 차례 겪고 난 다음이라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아니에요. 이건 당신 집이에요. 나는 내 집을 가져야겠어요.”
  “당신, 요새 정말 왜 이래?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정 그러면 일 년 정도만 나가서 살게요.”
  “별거하자는 거야?”
  김성수씨가 감정의 날을 드러내 보이고 말았습니다. 선희씨가 바라던 바였을까요? 선희씨 얼굴에 생기가 스미더군요.
  “별거? 따로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난 그저 내 집이 필요하고, 이 집에서 나가고 싶을 뿐이에요.”
  “안 돼!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야.”
  김성수씨가 탁자에 놓인 오미자차를 집어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함정에 빠진 기분이었을 겁니다.
  “왜요? 난 그냥 내 집이 필요한데, 남들 다 갖는 집, 나도 한 채 필요하다는데 왜 나만 안 되죠?”
  선희씨가 빠르고 정확한 어투로 김성수씨를 닦아세웠습니다. 김성수씨는 정면으로 부딪쳐오는 매서운 눈길을 피해 얼굴을 돌렸지요. 숨을 들이 쉬었다 천천히 내뱉고는 소리를 낮추어 말을 받았습니다.
  “알아, 당신이 당신 몫으로 가진 재산이 없다 싶어서, 마음이 헛헛해서, 이리 군다는 사실 충분히 이해한다고. 그러면 당신 명의로 집 한 채 삽시다. 하지만 당신이 사는 집은 여기야, 여기 이 집이라고.”
  김성수씨가 손가락을 세워 발밑을 가리켰습니다.
  “당신은 나하고 함께 살아야해. 우리는 부부잖아. 삼십 년을 동고동락한 아무 문제없는 멀쩡한 부부라고, 당신도 알고 있잖은가.”
  김성수씨가 연민어린 시선으로 선희씨를 바라보며 못을 치듯 똑똑 끊어 말했습니다.
  “흐-음.”
  선희씨가 한참 동안 고심을 하더군요. 마침내 꽉 다문 입을 열었습니다.
  “난 당신이 지겨워요.”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조용히 일어나 방으로 걸어갔습니다.
  “뭐? 그게 남편한테 할 소리야? 이, 이 사람이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김성수씨가 뒤늦게 소리쳤습니다. 선희씨는 흔들림 없이 안방 문을 밀어 닫았지요.
  아마도 김성수씨는 디디고 선 땅이 푹 꺼져 내리는 듯 어찔했을 겁니다. 눈앞에서 집이 주저앉는 듯싶었을 거예요. 선희씨가 짐을 싸지는 않는가 신경을 곤두세우다 아들한테 전화해 조만간 집에 들르라고, 그 전에 먼저 엄마한테 안부전화부터 넣으라고 당부했을 겁니다. 다음 날 아침에 아들 김연빈이 전화한 걸 보면 빤하지요.
  “저예요, 엄마.”
  아들 김연빈 목소리가 심하게 가라앉았더군요.
  “응, 연빈아. 왜?”
  선희씨는 김성수씨가 출근한 다음에 두세 시간 자는 버릇을 가졌는데 다행히 잠들기 전이라 그나마 또릿하게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해서요?”
 김연빈이 머뭇대다 물었습니다. 아빠 김성수씨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고는 이야기하지 않더군요.
  “엄마? 그럭저럭 지내지.”
  선희씨가 침대 시트를 당겨 펴며 무심히 대답했어요.
  “밥은요? 식사는 정상적으로 하는 거예요? 전번에 보니까 상당히 말랐던데.”
  김연빈이 쫒기 듯 물어 제켰습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먹기는 제대로 먹는데 살이 좀 빠진다.”
  남편보다 아들이 낫다 싶은지, 아들이 관심을 보여 기쁜지 선희씨가 슬며시 웃었습니다.
  “거르지 말고 챙겨 드세요.”
 김연빈 말투에서 짜증이 배어나왔습니다. 수 없이 들어오던 당부를 엄마한테 되돌리려니 거북했겠지요. 뒤바뀐 입장을 받아들이기 싫었을 겁니다.
  “그래, 걱정 마. 엄마가 얘니? 보호자 노릇할 필요 없어.”
  선희씨가 경쾌하게 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허했어요.
  “아프지 않은 거지?”
  김연빈이 갑작스럽게 말을 놓았습니다.
  “안 아파. 엄마 건강해.”
  “건강검진은 언제 받았어?”
  “얘가 왜 자꾸 이래? 작년 겨울에 받았잖니.”
  선희씨가 엄마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인지 다만 귀찮고 성가실 뿐인지 신경질을 내더군요.
  “그래도 건강검진 다시 받아. 원래 일 년에 두 번 받아야한다잖아.”
  김연빈 역시 불퉁스럽게 톡 쏘아붙였어요.
  “알았어. 시간 내 볼게.”
  한참 동안 대화가 없었습니다. 김연빈은 해야 할 말을 차마 못했고 선희씨는 딱히 할 말이 없는 듯했지요.
  “요새 기분은 어때요? 우울하지는 않고?”
  긴 침묵 끝에 김연빈이 허겁지겁 말했습니다.
  “그냥 그렇지 뭐.”
  “힘들면 참지 말고 병원에 가 봐요. 요새는 다들 그런다니까!”
  “안 힘들어. 엄마 건강해.”
  선희씨가 급하게 주어 섬겼습니다. 스스로 그리 믿는 듯도,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듯도 싶었어요.
  “알았어. 그런데 혹시 모르니까 아빠한테 얘기해 볼까?”
  “아냐, 그럴 필요 없어. 안 아픈데 어딜 가니? 아프면 엄마가 그 날로 병원 찾아 갈 거야. 걱정 마.”
  “그럼, 제발이지 엄마, 정밀검진 받아. 괜찮다고 미루다 병만 키우면 어떡해. 심각해지면 엄마만 죽도록 고생한다고.”
  “안 아파, 엄마. 안 아프니까 엄마 걱정 말고 공부 열심히 해.”
  또 다시 대화가 끊어졌어요. 김연빈은 김연빈대로, 선희씨는 선희씨대로 선희씨 건강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김연빈은 불길한 예감에, 선희씨는 무너지는 확신에 말을 이을 수 없었지요.
  “진짜 집 살 거야?”
  김연빈이 먼저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응?”
  멍하니 넋을 놓았던 선희씨가 되물었어요.
  “아빠가 그러던데, 엄마 집사고 싶어 한다고.”
  “아빠가? 어쩔까 재보는 중이야.”
  “엄마가 현명하게 판단하겠지만 나는…”
  “그런 거 아냐.”
  무엇이 아니라는 건지 선희씨 입에서 아니라는 소리가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주말에 갈게요. 엄마. 그 전에 시간 내서 병원 좀 다녀와요.”
  김연빈 목소리에 힘이 쪽 빠져 있었어요.
  “오기 전에 문자해. 먹고 싶은 거 알려주고. 준비해 놓을 게.”
  선희씨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통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자마자 전화기를 쥔 채로 침대에 널브러졌습니다. 오래 동안 죽은 듯 누웠다 주방으로 갔지요. 차가운 맥주를 꺼내들고 손에 닿는 대로 컵을 집어 급하게 따라 마시더군요. 가까스로 막혔던 숨을 터트린 다음 맥주에 양주를 타서 식탁에 앉았습니다.
  집을 떠나면서 전화기를 꺼놓은 이유가 어쩌면 김연빈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들과 말하기 버거워서 아예 길을 막아버렸지 않았나 싶어요. 선희씨에게 있어 아들 김연빈은 마지막까지 놓으면 안 되는 의무이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낚아채는 갈고리일 테니까요. 엄마한테 자식은 끊어낼 수 없는 존재잖아요.
  전원이 죽어 표시가 없지 살려놓았더라면 수시로 울렸을 거예요. 대부분 김성수씨 전화일 테고요.
  체념은 언제 찾아올까요? 선희씨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상 마음을 내려놓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저녁을 지나쳐 밤이 깊어지면서, 열 한 시를 넘어 하루가 끝나면서 선희씨가 부재함을 받아들였겠지요.
  새벽 한시 십이분, 선희씨가 버튼을 눌러 휴대전화를 종료시켰습니다. 일순간 눈앞이 새까매졌습니다. 그 순간 김성수씨는 무엇을 하던 중이었을까요? 잠을 못 이루다 혹시나 받을까 싶어 선희씨에게 전화를 걸었을까요? 전원을 재차 꺼버렸으니 통화가 불가능했겠네요.
  오 분, 선희씨는 김성수씨에게 오 분 남짓 기회를 주었어요. 그 오 분을 이용해 김성수씨가 전화를 걸었다면 선희씨는 어떻게 했을까요? 받았을까요? 받아서 내일 아침 돌아갈 테니 걱정하지 마라 안심을 시켰을까요?
  먹통이 된 전화기를 가방에 던져놓고 선희씨가 요 위에 누웠습니다. 잠이 안 올 적에는 차라리 포기하고 시간 보내기 좋은 소일거리를 찾으라하는데 그냥 누워버리더군요.
  여자들이 중년을 넘기면 바닥에 눕는 습성이 생기나 봐요. 십여 년 전 일이라 한참 잊고 지냈는데, 송씨아줌마가 눕는 걸 즐겨했어요. 아침 먹고 눕고, 점심 먹고 눕고, 저녁 먹고 눕고, 연속극까지 누워서 시청했지요. 그렇다고 게으른 건 아니었습니다. 집에 아이가 없어서 그런 가 몸 놀릴 일이 적었을 뿐이지요.   
  나이든 부부가 생활하면서 어지를 것도, 새로 들여놓을 것도 없으니 가끔 청소하고 세 끼 밥이나 차려먹고 옷가지나 모아두었다 세탁기에 돌리면 그만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저씨가 한 달에 반은 외지에 나가 돈벌이를 하니 집안일은 더욱 줄었지요. 공사현장을 찾아다니는 목수였거든요.
  참, 송씨아줌마는 이교수님과 동거하기 바로 전에 제가 한 오 년 정도 머문 분이에요. 오며가며 들리는 이웃들은 송씨아줌마만큼 편한 인생이 없다 다들 부러워하더군요. 슬하에 자식이 없으니 뒷바라지 하느라 허리 휠 까닭이 있나, 작고 낡은 구옥인들 살만한 집 한 채 손 안에 쥐었으니 세 올려줄 걱정을 하나, 부인밖에 모르는 아저씨가 꼬박꼬박 돈을 벌어다 주니 근심거리가 없어 보였지요.
  욕심이 유별나지 않아서 실제로 신간 편히 지냈고요. 일주일에 두 번 교회엘 가고, 아저씨가 집에서 쉴 때면 손잡고 근처 학교 운동장에 걸어가 배드민턴을 치고, 반가운 이가 찾아오면 차 한 잔 나누어 마시고, 살가운 이가 불러주면 주전부리 들고 찾아가 펼쳐놓고 먹고. 골치 아플 일이 전혀 없었어요. 
  아저씨하고 둘이서 평생을 함께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뒤늦게 만난 천생연분이었는데…. 흐-음, 고작 십 년 갔습니다. 늙고 병든 부모 모시고 살다가 일 년 상관으로 두 분 다 여의고 혈혈단신이 되었을 때 은인처럼 만난 짝이 아저씨였다더라고요. 효성이 지극해서 복을 받았다 다들 기꺼워라했답니다.
  송씨아줌마는 무남독녀였습니다. 어렵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해 정월부터 직장에 나갔다지요. 아버지가 젊을 적부터 콩팥이 부실해 고통이 심했다는데 선희씨 혼담이 오가던 해에 거동을 못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었다는군요. 병수발 하던 어머니까지 삼 년 만에 몸져누우면서 결국 선희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에 들어앉을 수밖에 없었다데요. 혼담은 그 전에 흐지부지 되었고요. 아버지가 그 지경인데 결혼할 여력이 남았겠어요.
  집안에 환자가 둘씩이나 되니 살림은 제쳐두고 병 치다꺼리가 대단했겠지요. 모아둔 재산이라고는 딸 혼수로 보낸다고 틈틈이 사둔 식기나부랭이 뿐이었어요. 오 년 만에 집 팔고, 다시 오 년 만에 전세에서 월세로 내려앉았답니다. 그 다음은 빤하지요. 보증금을 줄여가면서 월세를 전전했어요. 개당 몇 원 받는 포장일로 잔돈푼이나 벌어서 그 정도나마 버텼다는군요. 아저씨 만나기 전에 병든 부모 봉양하느라 결혼은커녕 고생만 새빠지게 한 위인이 송씨아줌마였습니다.
  힘없는 부모 밑에서 청춘을 보낸 송씨아줌마가 사십 후반에 이르러서야 오십 초반인 아저씨를 만났어요. 집을 합치는 날 아저씨는 절대 고생 안하게 한다고, 밖에서 벌어다 주는 돈으로 심신이나 편히 하라고 누차 당부했다더군요. 송씨아줌마는 그런 아저씨에게 팔자에 없을 듯싶은 예쁨 받으면서 딱 십 년을 살았고요. 십 년 세월을 꿈처럼 보내고 문득 눈을 떠보니 혼자만 덜렁 남겨졌더라, 수시로 눈물을 찍어냈어요. 
  제가 송씨아줌마 안에 들어간 가을부터 그 다음 다음 해까지는 아저씨가 건재했어요. 막 환갑에 이르러 목수 노릇이 힘에 부칠 즈음이었죠. 기술이야 여전했지만 일감 떨어질 걱정에 몸을 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 앞장서서 위험한 작업에 뛰어들었지요. 이십 초반부터 평생 해온 천직이지만 한 번 두 번 뒷전으로 밀리면 허드렛일이나 맡아하다 종내 집에 들어앉게 됨을 모르지 않았으니까요.
  그지없이 평안한 삶을 하루라도 길게 지키고 싶었을 겁니다. 남들보다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움직여서 더 오래, 더 오래 꽃밭 위에 머물고 싶었을 거예요. 송씨아줌마와 함께 누리는 안락을 포기할 수 없었겠지요. 죽는 한이 있어도 자리를 지켜야한다 자신을 다그쳤겠지요.
  그예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저씨가 오층 높이 비계에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당일에 급하게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삼일을 머물다 저세상으로 떠났지요.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수술 경과가 원만해서 회복될 가망성이 크다 했어요. 그런데 고생길이 훤한 송씨아줌마를 위하는 마음 때문인지 잘 살라는 잘 간다는 인사 한 마디 남기지 않고 숨 줄을 놓아버렸습니다.
  “여보! 여보! 정신이 들어요?”
  마취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에 중환자실에 들어간 송씨아줌마가 아저씨 손을 부여잡았습니다.
  “…….”
  아저씨는 눈만 떴다 감았습니다. 애지중지하던 부인을 쳐다보지 않았어요.
  “제 말이 들리면 뭐라고 좀 해봐요!”
  송씨아줌마가 아저씨 귓바퀴에 입을 바짝 가져다대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
  송씨아줌마가 보내는 따뜻한 입김을 느꼈을 텐데 아저씨는 힘겹게 숨만 몰아쉴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왔어요, 제가. 저 모르겠어요?”
  송씨아줌마가 아저씨 얼굴에 이마를 대고 울먹였어요.
  아저씨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소독약 냄새, 간호사들 이야기, 반쯤 넋이 빠져 허둥대는 송씨아줌마. 무슨 사단이 났는지 알아차렸겠지요. 그 누구보다 송씨아줌마를 위해 피하고 싶었던 일이 기어코 벌어졌음을 통감했겠지요. 최선을 다해 지켜온 안락이 바닥부터 무너졌음을, 앞날에 고생만 남았음을 헤아리고 헤아렸을 거예요. 불행해진 아줌마를 지켜볼 자신이 없었겠지요.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눈과 입을 닫아버렸을 거예요.
  교인들이 도와준 덕분에 장례식은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송씨아줌마는 먹는 줄 모르게 먹고, 자는 줄 모르게 자다가 어영부영 한 달하고 또 한 달을 보냈어요. 그릇 하나에 수저 한 쌍 뿐인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세탁기를 최저 수위에 맞추어 돌려놓고, 텔레비전 앞에 누워 깜박 졸다 흠칫 놀래 일어났습니다. 가슴이 뜨겁고 숨이 가빠서 안절부절 심신을 가누지 못하다가 냉장고 문을 열고 정수리를 디밀었어요. 눈 코 입으로 파고드는 냉기를 빌어 까무룩 멀어지는 의식을 다잡았습니다.
  냉장고 앞에 철퍼덕 주저앉았는데 그 순간 번쩍하고 지갑에 든 돈이 보였습니다. 쌀을 한 말 팔고 반찬거리 서너 개 사면 손에서 사라질 액수였어요. 송씨아줌마는 아저씨 목숨 가지고 흥정하기 싫어 군소리 없이 받아들었던 보상금 오백만원과 세조차 놓을 수 없는 구옥 한 채만이 자신에게 남겨졌음을 두 달 만에 깨쳤습니다.
  장롱을 열고 부의금 봉투를 찾아 열어보았어요. 장례식 비용을 치루고 남은 부의금이 얼마나 되는지 그때껏 몰랐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곧장 쳐 박아 두었으니까요. 보상금 오백에 남은 부의금 백오십, 채 일 년을 버텨내지 못할 금액이 남았더군요.
  “돈을 벌어야해.”
  송씨아줌마가 부의금 봉투에 흐트러진 돈을 쑤셔 넣으며 중얼거렸습니다.
  “돈 벌러 나가야지.”
  또 아주 한참 만에 한 마디 뱉어냈지요. 아저씨에 대한 그리움, 혼자 남겨진 외로움보다 어느 결에 돈에 대한 절박함만 커졌더라고요. 나이는 육십 가까이 되고, 강산이 변할 동안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데 무슨 수로 헤쳐 나갈지 막막하더군요.
  “어디 일할 만한 자리 없으려나? 돈을 벌어야 돼서 말이지.”
 만나는 사람마다 조용한 장소로 잡아끌어서는 손을 부여잡고 물었습니다. 젊은 여자가 몸 안에 들어 그런 가, 환갑이 다된 나이는 개의치 않았어요. 아저씨 돌아가기 이 년 전 즈음에 제가 민아엄마하고 같이 송씨아줌마 안으로 옮겨갔거든요.
  “나이가 있어서 아무 일이나 못할 텐데, 어쩌나.”
  일자리 부탁을 받은 사람들이 되레 먼저 걱정을 했어요.
  “그런 염려는 말고 일거리 나오면 소개나 시켜줘요. 뭐든 할 테니까.”
  사람들이 머뭇댈수록 송씨아줌마는 더욱 강하게 매달렸습니다. 그 때는 그것만이 하루를 보내는 빌미였으니까요. 일자리를 수소문하면서 송씨아줌마는 본래 위치로 돌아왔어요. 일상을 꾸려갈 기력이 조금씩 회복됐지요.
  자식을 낳았으면 손자를 업고 다닐 연배인지라 사람들을 상대로 하거나 따로 기술을 배워야하는 직종은 애초부터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알음알음으로 대학 청소부 자리를 얻었어요. 청소부로 출근한 첫 날 송씨아줌마라는 달갑지 않은 호칭을 받아야했고요.
  십 수 년 만에 해보는 바깥일이라 육신은 육신대로 고달팠지만 만만치 않은 사람들한테서 이리저리 휘둘림 당하는 걸 한층 버거워했어요. 학생 빼면 죄다 윗사람이어서 하나같이 아래로 보려 들었지요. 맡겨진 구역이 경상대 건물이었는데 유독 넓고 높아 빗자루 들고 복도를 한 바퀴 돌면 반나절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화장실하고 강의실은 손도 못 댔는데 말이에요.
  이를 악물고 한 달을 버텨냈지요. 처음 받은 월급봉투를 화장대 위에 던져놓고 요 위에 픽 쓰러졌답니다. 이불까지 끌어다 덮었는데 썰렁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어요. 알뜰하게 가꾸면서 십 년을 머문 집인데, 지붕부터 댓돌까지 아저씨 손때가 밴 집인데 온 사방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어요.
  다음 날로 송씨아줌마는 부동산 사무실에 집을 내놓았습니다. 중년 부부한테 팔렸는데 집을 부수고 그 자리에다 이층 양옥을 짓는다더군요. 하기는 욕실 하나 갖춰지지 않은 구옥에 누가 살려들겠습니까.
  집을 판 대금으로 대학 근처에 토끼장만한 열셋 평짜리 아파트를 샀습니다. 돈이 모자라 아저씨 사망 보상금에다 부의금까지 닥닥 긁어모았지요. 아저씨하고 둘이 해외여행 가겠다고 이년 째 붓던 적금을 깼고요. 취득세 낼 돈이 부족해서 부모님 모실 적에 깔아두었던 월세 보증금을 찾았답니다. 그 돈 쓸 일 없을 테니 은행에나 넣어놓으라는 아저씨 제안에 복리로 마을금고에 맡겨두었지요.
  그 간 세월이 짧지는 않아서 두 배로 불었더군요. 그런데 송씨아줌마는 만 원짜리 돈 묶음을 받아들자마자 가방 깊숙이 쑤셔 넣었습니다. 한숨과 눈물이 덕지덕지 붙은, 동티가 난 놈을 옆에 두어 이 모양 요 꼴이 되었다, 동티가 아저씨한테 튀어 사고를 당했다, 옷을 사 입든 남을 줘 버리든 없애버려야 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원망하고 후회하고, 멍이 들도록 허벅지를 쥐어박았답니다.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출퇴근은 수월해졌는데 살갑게 교제하던 이웃들이 뭉텅 떨어져나갔습니다. 교회는 교회대로 동네는 동네대로 집안대소사나 행사에 기별을 해왔는데 한두 번 아는 체를 하다 점점 뒤로 물러나더군요. 몸이 고돼서 쫒아 다니기 힘든 건 둘째 치고 아저씨 없이 혼자 다니자니 허전함이 컸겠지요.
  이교수님 몸에 안착할 때까지 대략 삼년을 대학 청소부로 근무했어요. 송씨아줌마 일생에서 가장 고약한 시기였지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종일 청소하고 일요일을 맞으면 할 만한 짓이라고는 고작 몸에 익은 대로 새벽 참부터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며 눕는 것뿐이었습니다. 점심나절에 찜질방 갔다 게서 저녁까지 사먹고 아홉 시 경에 돌아와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일분일초 낙이 없었습니다.
  일요일 하루 불리고 지지고 간신히 삭신을 풀어서 엿새 동안 힘을 쓰는 생활이 멈추지 않고 뱅글뱅글 이어졌어요. 월급이라고 몇 푼 받으면 관리비 내고 쌀 사고 약값하고, 늙어서 쓸 돈 따로 떼어 저축하고. 달랑 입 하나 건사하면 그만이라 그럭저럭 쪼이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지갑을 열면서 즐겁던 적도 없었습니다. 싸구려일망정 철따라 옷에다 화장품까지 오며가며 사들여 입고 발랐지만 남들이 추레하게 볼까 싶어 흉내나 냈을 뿐이에요. 물건 욕심이든, 예쁘게 보이고 싶은 허영이든 뭐라도 하나 지녔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청소 시작하고 한 달 정도 지났나, 연세가 꽤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송씨아줌마를 앉혀 놓고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오다가다 전해들은 말로는 청소부들 중에서 경력이 제일 오래 되었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여자 청소부들은 형님이라고, 남자 청소부들은 누님이라고 불렀어요.
  “거기 새로 온 동생, 그만 왔다 갔다 거리고 이리 와서 커피 마셔.”
  아주머니가 학생 휴게실 앞에 서서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던 송씨아줌마를 불렀어요.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라 학생들이 놀던 휴게실에서 잠깐은 쉴 만했거든요.
  “이백오 강의실 물청소해야 되는데…”
  송씨아줌마는 아주머니가 내민 커피를 다소곳하게 받아들었습니다.
  “먹고 쉬어야 힘이 나지. 걱정 말고 예 앉아.”
  아주머니가 먼저 기다란 소파 한 쪽에 앉으며 자리를 권하더군요. 송씨아줌마는 마지못해 쭈뼛쭈뼛 걸터앉았지요. 
  “작업은 할 만한가? 사지가 견디기는 해?”
  송씨아줌마를 향해 고갯짓을 하며 아주머니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그냥저냥 따라는 해요.”
  송씨아줌마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답했습니다.
  “얼마나 할 작정인데? 어디 다른 자리 알아보지는 않고?”
  아주머니가 송씨아줌마 얼굴을 뚫어져라 쏘아보았습니다. 새파란 아이섀도에 새까만 아이라인까지, 눈 화장이 무척 화려했는데 좀…, 괴팍하게 느껴졌어요. 입술은 또 어찌나 새빨갛게 칠했는지 보기 민망했고요. 
  “그럴 주변머리 없어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떻게든 해야죠.”
  송씨아줌마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숙기가 없어서 어려운 상대 앞에서는 바닥만 쳐다보기 일쑤였어요.
  “그럼 화장은 왜 안 하고 다녀?”
  아주머니가 대뜸 혼을 내듯 물었습니다.
  “예?”
  송씨아줌마가 놀라 고개를 번쩍 쳐들었어요.
  워낙 오래 전부터 집 밖에서는 일을 안 해본 터라 화장은 염두에 없었거든요. 살림만 하는데 공들여 꾸밀 필요가 있나요. 그래도 교회예배에는 화장들을 하고 가기에 송씨아줌마가 아저씨한테 화장을 해볼까요? 묻기는 했다대요. 그런데 아저씨가 당신은 고와서 안 해도 되네, 이리 대답했다더라고요. 예전에 송씨아줌마가 화장품 외판원한테 거절삼아 이리 늘어놓았는데, 겸사겸사 금슬을 자랑하고 싶어 부러 꺼낸 이야기였어요.
  “윗자리에 앉은 관리직원들이 제일 꺼려하는 인사가 누군지 알아? 일머리 없는 사람이 아니라 아프고 늙은 사람이야. 자네라면 맘 불편하게 환자하고 늙은이한테 일시키고 싶겠어?”
  아주머니가 남은 커피를 털어 마시고 느릿하게 말을 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언짢은 기색을 보였지요. 자기 이야기임을 모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여자 청소부들 중에서 아주머니 화장이 제일 진했어요. 주름이 짜글짜글한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해서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눈썹을 그리고 눈을 그리고 입술을 그렸지요. 광대뼈 위에는 붉고 둥글게 볼연지를 했고요. 한 번 두 번 마주할 때에는 허연 탈바가지를 뒤집어 쓴 것 같아서 거부감부터 일었는데 세 번 네 번 보니까 또 그럭저럭 익숙해지더군요. 늙어서 주책이다 싶었지만 또 그만한 이유가 짐작되니까 고개가 끄떡여지더라고요. 젊은 사람들 속에서 나이를 감추려니 화장을 할 수밖에 없고, 아주머니 나이가 그중 많았으니 화장이 제일 셀 밖에요.
  “동생이 직장을 안 다녀 봐서 아직 모르나 본데 젊은 여자든 늙은 여자든 밖에 나와서 돈푼이라도 벌려면 화장을 해야 돼. 늙은 사람일수록 늙어 보이면 안 된다니까.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월급을 타먹고 싶으면 머리 염색하고 화장 똑바로 하고 다녀.”
  아주머니가 송씨아줌마를 지긋이 넘겨다보았습니다. 대처에 나가 돈 벌다 돌아온 이웃집 언니 같았어요. 
  “그래야지요.”
  송씨아줌마가 설핏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아저씨 돌아간 뒤로 처음 웃었어요. 한 계절을 버텨내야 간신히 웃게 되더라고요.
  “허리 아프다고 구부러트린 채로다 청소하지 말고. 허리 꼬부라지면 예선 끝이야, 끝.”
  아주머니가 구겨 쥐었던 종이컵을 옆에 세워둔 쓰레기통에 툭 던져 넣었습니다. 바닥 쓰레기를 모아 담는, 바퀴가 달려 끌고 다니기 편한 아주머니 전용 쓰레기통이었지요.
  “일어나, 오늘 몫은 오늘 해야지.”
  쓰레기통을 앞세우고 휴게실을 나갔어요. 송씨아줌마는 얌전하게 아주머니 뒤를 따랐고요. 충고 몇 가지 들었을 뿐인데 쪼그라졌던 마음이 한 결 가뿐해졌답니다. 붉은 벽돌로 지은 대학 건물이 그제야 사람 사는 데로 여겨졌지요. 
  송씨아줌마는 이년 반 동안 아주머니와 짝을 맞추어서 작업했어요. 걸레 빨기부터 청소 순서까지 요령은 배우고 기운을 써야할 단계에서는 눈치껏 앞으로 나섰지요. 형님, 동생 부르면서 손을 맞추어 작업하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어요. 어하다보면 하루 일과가 끝나 있었지요. 주전부리를 챙겨가 짬짬이 나누어 먹었는데 아주머니가 맛나다 한 마디 해주면 적잖이 뿌듯하고 흐뭇했답니다.
  송씨아줌마는 아주머니를 좋아했어요. 어쩌다 가끔 믿고 의지할 어른이 형님뿐이다 넋두리를 늘어놓았어요. 아주머니는 송씨아줌마를 임의롭게 대했고요. 두 사람 다 혈혈단신이어서 쉬이 가까워졌을 거예요. 아주머니 역시 먹여 살릴, 먹여살려줄 식구 없이 홀몸이더라고요. 그런데 송씨아줌마가 가족 잃고 홀로 살게 된 경위를 시시때때로 쏟아 놓은 반면에 아주머니는 일언반구 입을 떼지 않더군요. 송씨아줌마가 넌지시 물었는데 없어, 나 혼자야, 이 말뿐이었습니다.
  심적으로 가까워지다 보니 송씨아줌마는 아주머니하고 함께 지내고 싶어 했습니다. 실제로 함께 살자는 제안까지 했고요.
  회식이라고 청소부들이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은 날 밤이었어요. 아주머니가 타고 갈 버스를 기다렸지요. 송씨아줌마는 항상 버스가 올 때까지 아주머니 옆에 붙어있었거든요. 부담이 될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는 편인데 어쩐 일인지 그 날은 망설이고 재는 게 없더라고요. 하기는 맥주를 한 잔 받아 마셔서 기분이 들뜨기는 했어요.
  “아침저녁으로 버스 타기 피곤할 텐데 힘들이지 말고 우리 집으로 옮겨 오면 어때요? 우리 아파트에서 다니면 버스비 굳고 형님한테 득이잖아요.”
  송씨아줌마가 애교스럽게 물었습니다.
  “무슨 소리, 그런 소리 하지 마러! 나는 여태껏 혼자 지내놔 가지고 남이 옆에서 얼쩡거리면 정신 사나워. 내가 불편해서 자네하고 같이 못살아.”
  아주머니가 연신 손사래를 쳤습니다.
  “뭘 그리 정색 하고 그래요, 서운하게.”
  송씨아줌마가 아주머니 옆구리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세를 비싸게 부를까봐 그래요? 우리 형님이 방세 때문에 겁이 나셨구나.”
  송씨아줌마가 아주머니 팔짱을 끼고는 놀리듯 말했어요. 아주머니 표정이 잔뜩 심각했거든요.
  “그 딴 돈이 문젠가? 늙은이랑 한 집에 살아서 뭐 하게.”
  “형님이 무슨 늙은이에요. 계단 올라갈 때보니까 펄펄 날더구먼. 내가 쫒아가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허튼 생각일랑 접고, 동생 앞길이나 제대로 챙겨.”
  아주머니가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척하며 팔을 빼냈습니다. 송씨아줌마에게는 부러 눈을 주지 않았지요.
  “정신 바짝 차리고 물러 터지게 굴지 마. 저기 버스 오네. 나는 가야겠구먼.”
  아주머니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버스를 향해 뛰었습니다. 날래게 뛴 덕에 첫 번째로 차에 올랐지요. 그러고 보면 언제나 작업이든 뭐든 맨 앞에 서는 축이었습니다. 늘 나이가 많은 입장이었으니 시키기 전에 눈치껏 손발을 놀려야 했겠지요. 늙은이 부리기를 누가 반가워라하나요?
  아주머니는 설 연휴 전날까지 일했습니다. 연휴 끝나고 출근하던 새벽에 쓰러졌으니까요. 해가 늦은 정월이라 도로가 새까맣게 어두워 한참 뒤늦게 발견되었다더군요. 그 탓에 치료시기를 놓쳐 후유증이 심하게 남았다더라고요.
  송씨아줌마는 점심나절에야 관리직원을 통해 아주머니 소식을 들었어요. 왜 이리 출근이 늦나, 전화까지 안 받고 병이 크게 났나, 불안 불안하게 걸레질하다 관리직원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불상사가 벌어졌구나, 직감했어요. 가슴이 쿵 내려앉았지요. 아주머니 가방에서 임시직 출입증이 나와 병원에서 학교로 연락을 했다더군요.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조퇴 신청이야 가능했지만 그 날 처리해야 될 작업량이 만만찮았으니까요.
  손발이 허둥대고 후들거려서 닦고 정리하던 책걸상을 수차례 넘어트리고 그 통에 발등까지 대차게 찍혔답니다. 관리직원한테서 병원 이름을 듣긴 들었는데 깜깜하기만 했어요. 퇴근 시간까지 줄곧 병원 이름이 뭐였더라, 오로지 병원이름만 기억해내려 애썼지요. 도무지 무서워서 그 이상은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후회가 밀려들었습니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집에 찾아갈 걸, 떡국이나 한 대접 맛나게 끓여먹을 걸, 가라고 내처도 문고리 붙잡고 하루 저녁 자고 올 걸, 속으로 읊고 또 읊었어요.
  “이 걸로 뭐할 거예요?”
  송씨아줌마가 식용유를 들어 보이며 물었습니다. 송씨아줌마 하나, 아주머니 하나, 세 개들이 식용유 선물세트를 손에 쥐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중이었지요. 설이라고 대학에서 식용유를 나눠줬거든요.
  “뭐하기는, 골방 구석지에다 쳐 박아 둬야지 뭐.”
  아주머니가 심통이 나서 빈정거렸습니다. 명절 선물이라고 나온 물건이 고작 몇 천 원짜리 식용유라 기분만 상하고 안 받느니만 못했어요.
  “왜 쳐 박아둬요, 이 아까운 기름을. 나우 넣고 전 부쳐 먹으면 돼지.”
  “그깟 입 챙기자고 전은 뭐 하러 부쳐, 괜히 진만 빠지게.”
  “그럼 같이 먹읍시다. 내가 녹두전에다 동태전, 동그랑땡 죄 부쳐 놓을 테니까 자시러 오면 되잖아요. 내일 요거 한 놈 따야겠네.”
  전 부칠 요량에 신이 나는지 송씨아줌마가 식용유세트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습니다.
  “귀찮게 시리. 어딜 왔다 갔다 거리나.”
  “그러면 제가요, 떡국거리에다 전 좀 챙겨서 아침 일찍 형님 집에 갈까?”
  “추운 데 뭘 와.”
  계속 딴청만 부리던 아주머니가 시큰둥하니 대답했습니다.
  “설이잖아요. 서운하지 않게 남들 먹는 떡국은 먹어줘야죠.”
  송씨아줌마가 아주머니 옷자락을 붙잡아 내두르며 어리광을 부렸어요.
  “떡국은 무슨, 나이 먹는 게 무에 경사라고. 나는 가네.”
  아주머니가 재빨리 말을 끊어내고 멈춰서는 시내버스를 향해 휘뚝휘뚝 뛰어갔습니다.
  “설 잘 쇠세요!”
  송씨아줌마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다급하게 설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주머니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빈자리부터 찾아 앉더군요.
  퇴근길에 아주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이옥자라는 이름 세 글자로 병실을 알아냈지요. 급한 치료는 마쳤는지 침대에 누웠더군요. 돌봐주는 가족이 없어서 병명은 뭔지 상태는 어떤지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인사치레로 들고 간 주스 선물세트는 탁자 위에 올려놓고 그저 가만히 침대 옆에 서서 환자 얼굴이나 내려다 볼 밖에요. 사지사방으로 내둘려져 화장이 번지고 뭉개지고, 눈이며 입술이며 꼴이 형편없었어요.
  “형님.”
  송씨아줌마가 침대난간을 붙잡고 아주머니를 불렀습니다. 언니라고 불러줄 걸 그랬다 못난 자신에 대한 원망이 불쑥 치밀었어요. 어색한 순간은 잠깐인데 고걸 못 참고, 입을 틔우지 못한 자신을 타박했지요. 늙은이 티내고 싶지 않으니까 언니라 불러, 아주머니가 농담반 진담반 여러 차례 주문했지만 마지막 날까지 형님이라 했거든요. 송씨아줌마가 본래 손이 귀한 집 무남독녀라 언니라는 호칭이 생경해서 한 번 불러볼까 맘만 먹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아 못했어요. 
  아주머니는 마취에서 깨지를 못했는지 잠을 자는지 기척이 없었습니다. 송씨아줌마는 의자에 주저앉아 먼지가 몰린 병실 귀퉁이만 건네다 보았습니다. 한동안 넋을 놓았다 기운을 차리고 병원 매점에 가서 물휴지를 사왔지요.
  얼룩덜룩 추저분해진 아주머니 얼굴을 꼼꼼히 닦아냈어요. 살과 기름기는 쏙 빠지고 주름만 자글자글한 본시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나더군요. 검버섯까지 피었는데 저걸 감출 양으로 바르고 또 발랐겠구나 싶어 속이 짠했습니다.
  물휴지 한 통을 톡 털어서 목부터 발까지 씻어내는 내내 송씨아줌마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아주머니가 못내 겁내하던 사태가 그대로 일어났으니까요. 제일 무서워하던 복병을 만나 속수무책으로 누워버렸으니까요. 송씨아줌마 역시 언젠가는 당해야할 불행이었습니다.
  풍을 맞아서 오른 쪽에 마비가 왔다는, 반신불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문병 갔다 온 관리직원이 전해주더군요. 하지만 더는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병문안 가는 동료 손에 현금 봉투만 달려 보냈지요. 그리 친하게 지내더니 인정머리 없이 군다고 뒷소리를 들었지만 끝까지 가지 않았어요. 아니 못 갔어요. 침대 발치에 이옥자(69)라고 쓰인 팻말이 붙었는데 예순아홉 되면 나도 저리 되겠구나 허겁했거든요. 딱 십 년, 아니 채 십 년이 지나지 않아 나락으로 떨어질 날을 미리 봐버렸잖아요.
  그 해 늦봄에 송씨아줌마는 환갑이 되었습니다. 자식 없이 남편 없이 지내는 외톨이라 환갑잔치라는 말은 입에조차 담지 못했어요. 나이가 들수록 터부시되는 직장에서 환갑이라고 내세울 수는 더욱 없었고요. 간소하나마 생일상을 받았으면 속상함이 덜했을 텐데 전 날 저녁 끓여놓은 콩나물국에 한 숟갈 말아먹은 밥이 전부였습니다.
  그냥 넘어가면 너무 서럽지 싶어 퇴근하는 길에 통닭을 튀기고 맥주 한 병에 딸기 한 상자를 사서 집에 들어갔지요. 누구든 붙잡고 나누어 먹자 초대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나요. 아주머니가 계셨으면 불러 함께 했을 텐데…. 아주머니에 대해서는 혼자 걸을 만큼 회복되어 퇴원했단다,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이 떨어져 병원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단다, 이러 저러 소문만 들렸지요.
  행여나 집으로 돌아왔나 전화를 넣어보고 싶었지만 그 동안 낯짝 한 번 드밀지 않다가 무슨, 마음을 접었습니다. 마비가 왔다는데 말이나 제대로 하려는지,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반기지 않을 거다 짐작 했어요. 초라한 모습은 결코 보이지 않던 아주머니였으니까요.
  튀긴 통닭을 풀어 놓고 먹으면서 오랜 만에 아저씨 생각을 했습니다. 아저씨 환갑 에는 소고기를 양념해서 볶고 잡채를 무치고 전을 부쳐 상을 차렸습니다. 송씨아줌마가 갖은 솜씨를 다 부렸지요. 각별하게 지내는 교회사람 대여섯을 초대해서 교자상에 빙 둘러 앉아 배불리 먹었어요. 워낙 두 내외만 사는 지라 집안에 널찍한 상이 없어 이웃한테 빌렸는데 전혀 부끄럽지 않았어요. 교자상 말고는 부족한 것이 없었으니까요.
  신도들이라 술은 안했지만 왁자지껄 화기애애했답니다. 전 날 백화점에서 산 환갑 선물까지 꺼내어 자랑 삼아 구경시켜주었지요. 선물 사는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색깔 예쁘다고, 딱 맞춤한 모양이라고, 입고 걸어보라고 다들 난리였어요. 손님들 성화에 못 이겨 점잖은 아저씨가 환갑 선물을 입고 모델마냥 방을 빙 둘러 걸었답니다. 송씨아줌마까지 아저씨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었는데 끝내 웃음을 못 참고 자지러졌지요.
  상 끝에 앉은 송씨아줌마가 환갑 선물을 산다고 아옹다옹했던 사연을 흥에 겨워 풀어놓았습니다. 아저씨는 계면쩍어 눈만 껌벅였는데 손님들은 와르르 웃어 젖혔습니다.
  “양복 한 벌 사러 가요.”
  아침상을 물려놓고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면서 송씨아줌마가 벼르고 별렀던 말을 꺼내놓았어요.
  “양복은 무슨.”
  아저씨가 마땅찮다는 듯 고개를 돌렸습니다.
  “나이 육십 넘어서 양복 한 벌 없는 위인은 세상 천지에 당신뿐일 거예요. 우리도 백화점 가서 근사한 모양으로 골라 삽시다. 돈은 따지지 말고.”
  “없긴, 왜 없다고, 농에 걸렸구먼.”
  “골동품 가게에나 걸어 놓아야할 놈을 무슨 양복이라고.”
  송씨아줌마가 입을 삐죽였어요. 아저씨가 젊은 총각 시절에 결혼식 찾아다니느라 입던 양복이어서 구식 중에 구식이었지요.
  “나하고 같이 가볍고 산뜻한 양복 한 벌 사러 갑시다. 응?”
  송씨아줌마가 아저씨를 끌어 일으켜서는 외출복까지 꺼내다 걸쳐주었어요.
  “허허 참, 이 사람이…”
  아저씨는 못 이기는 척 송씨아줌마가 하자는 대로 몸을 맡겼지요.
  송씨아줌마와 아저씨는 백화점 3층 신사복 매장에 갔습니다. 양복을 입어보지는 못했지만 매장 입구에는 섰어요. 송씨아줌마는 안으로 들어가자 팔을 잡아끌었는데 아저씨는 열 발작 떨어져 서서 구경만 했습니다. 햇볕에 그을린 낯으로 말끔하게 차려입은 판매 직원을 상대하고, 굳은 살 박힌 손으로 새 옷을 만지기가 쑥스러웠을 겁니다. 슬하에 결혼시킬 장성한 자식이 없는데 비싼 양복을 해서 뭐에 쓰나 내심 쓸쓸했을 거고요.
  “들어가요. 일단 걸쳐나 보자니깐요. 입어본다고 누가 뭐라나.”
  “성가시게 시리 뭐 하러. 마땅한 물건도 없구먼.”
  “왜 이래요. 예까지 와서! 재지 말고 한 벌 사요, 그냥.”
  “그만 나갑시다. 장롱에 모셔놓자고 돈 들이면 쓰나.”
  아저씨가 성큼 매장을 떠났어요.
  “당신은 참, 내 맘이 사주고 싶어서 그래요.”
  어쩌지 못하고 뒤따라나서는 송씨아줌마 얼굴에 언짢은 빛이 가득했지요.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으니까요.
  “정 그러면 실용적으로다 잠바를 사주던지.”
  송씨아줌마가 옆에 오기를 기다렸다 아저씨가 다독이듯 말했습니다.
  또 한 차례 매장을 휘휘 둘러보고 할인 코너에서 잠바를 샀어요. 반값 밑으로 파는 물건인데 촉감이 반들반들 부드럽고 모양까지 깔끔해서 부부가 흡족해했지요. 기분 내는 김에 불고기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었고요.
  아저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봄가을로 한 이 년 알뜰히 입었네요.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아저씨 물건은 죄다 정리했지만 잠바는 짐 속에 넣어 왔습니다. 예배드리러 가는 날에만 아껴 입었던 옷이라 그 중 말짱해 버리기 아까웠어요.
  닭다리를 들고 두어 점 뜯어 삼킨 송씨아줌마가 마트 봉지에서 맥주병을 꺼내 쟁반 위에 놓았습니다. 가게에서 맥주를 사들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아픈 부모 모시느라, 술 못하는 남편에 맞추느라 엄두를 못 냈지요. 차가운 맥주를 잔에 따라 놓고 홀짝여대는 송씨아줌마를 보면 아저씨가 뭐라 했을까요?
  송씨아줌마가 불쑥 일어나 아저씨 잠바를 꺼내다 방바닥에 뉘여 놓았습니다. 아저씨 생전에 한 계절 입고 나면 세심하게 빤다고 빨았는데 뒷목 자리가 누렇게 변했더군요.
  “속상해서 원.”
  송씨아줌마가 누리끼리한 데를 들여다보다 주르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안 입어주니까 지 혼자 찌들어서 이 모양이잖아요.”
  화장지를 끊어다 눈두덩을 꾹꾹 눌렀어요. 콧물을 풀어내고 남은 맥주를 잔에 따랐지요.
  “이 시원한 걸 왜 안 먹고 살았나 몰라.”
  송씨아줌마가 중얼거렸습니다. 술기가 오르는지 눈꺼풀이 무거웠지요.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그물모자까지 쓴 아저씨가 아른거려 송씨아줌마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저릿저릿한 앙가슴을 주먹으로 아프게 눌렀어요.
  아저씨가 목숨을 부지했다면 어떻게 지낼까요? 낡아가는 집에서 아저씨를 보살피겠지요. 그런데 웃는 얼굴은 아닐 거예요. 젊은 시절 병든 부모를 모셔봐서 알지요. 낳아준 부모지만 원망스러운 순간이 수백 수천 번이었어요. 아저씨 역시 누차 들어 알았던 거예요. 송씨아줌마가 미워하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끼던 부인에게서 미움을 받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작정했겠지요.
  “미안해요.”
  송씨아줌마가 입술을 달싹였습니다.
  “내가 너무 힘들었다는 얘기만 했어요. 그것 말고 다른 게 더 많았는데, 엄마 아버지가 생존해 계셨을 때는 옆에 누운 것만으로 마음이 푸근했는데. 멍청이가 되어 놔서 그 얘기를 못했어요. 꼭 살아달라고 안 해서 미안해요.”
  두 눈을 꽉 닫고 얼굴을 우그러트렸습니다. 바닥을 짚은 채 그렇게 한참 굳어 있었어요.
  머리를 번쩍 쳐든 송씨아줌마가 몸을 일으켰습니다. 휘적휘적 주방으로 걸어가 냉장고문을 열고 딸기 상자를 꺼냈어요. 꺼내다가 반나마 쏟았지요. 우르르 굴러 떨어진 딸기를 주워 담으려고 팔을 뻗던 송씨아줌마가 기우뚱 주저앉았습니다. 
  “취했네. 취했어.”
  머리를 한 움큼 잡아 쥐었습니다.
  “우세스럽게 환갑날이라고 취했어.”
  벌겋게 달아오른 뺨을 찰싹, 찰싹 맵게 두드렸어요. 
  억지로 집어삼킨 닭튀김이 속에 부딪혀 탈이 났는지 그 다음 날부터 송씨아줌마는 맥을 못 추었습니다. 먹는 족족 얹혀서 명치끝만 쓸어내렸어요. 온갖 소화제에 사이다 콜라까지 달고 지냈지만 하루 종일 더부룩하고 생목만 올랐습니다. 반나절 휴가를 내서 내시경을 찍어보라고 하나같이 성화였지만 위장이 약하다고만 대충 둘러댔지요.
  먹는 양은 새 모이인데 일하는 양은 황소 품이라 사지만 비쩍 말라갔습니다. 게다가 날이 더워져 아침부터 저녁까지 땀만 줄줄 흘렸어요. 그새 인이 박혀 얼굴 화장은 안 할 수도 지울 수도 없었고요. 화장이고 뭐고 찬물에 세수나 했으면, 집에 가서 훌러덩 벗어 젖혔으면, 연신 노래를 하면서 벌컥벌컥 얼음물을 마셨습니다. 다행히 기진하기 전에 여름방학을 맞아서 그나마 된 고비는 넘겼지요.
  송씨아줌마는 땀범벅으로 하루를 보내다 이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이교수님이 정년을 맞는 해 여름방학이었지요. 정식 퇴임은 학년말에 이루어지지만 한 학기 먼저 휴가에 들어가는 것이 관례라더군요. 그 때문에 이교수님은 여름방학 초반에 교수실을 정리했습니다. 미리 마무리를 지어놓고 한시라도 일찍 새 삶을 준비하자는 계산이었지요.
  이교수님이 지나가는 송씨아줌마를 불러 청소를 부탁했습니다. 벽 한 면을 채우던 전공서적들은 집으로 실어간 뒤라 교수실에는 잡동사니뿐이었어요.
  “쉬셔야할 텐데 불러서 죄송합니다. 시원한 음료수 좀 드릴까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이교수님은 개인용 냉장고를 열고 오렌지주스를 꺼내 송씨아줌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아니에요. 괜찮은데…”
  인사치레로 내어 놓는 음료수가 달갑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받아들었습니다. 응대하기 버거운 교수 앞이라 싫다는 내색조차 못했어요.
  “저기 앉아서 드시고 천천히 하세요.”
  이교수님이 간이의자를 가리켰습니다. 송씨아줌마는 앉는 둥 마는 둥 엉덩이 끝만 걸치고 오렌지주스를 들이켰습니다. 빨리 먹고 빨리 하자 싶었거든요. 인사조차 나눈 적 없는 남자교수 앞에 덩그러니 앉아 음료수를 마시기가 청소보다 곱절은 힘들었지요.
  송씨아줌마가 쓰레기통 앞으로 걸어가면서 남은 주스를 급히 털어 넣었습니다.
  “여기 책들은 모아서 버리면 되나요?”
  주스 병을 쓰레기통에 밀어 넣고 탁자 위에 놓인 전원생활이라는 잡지를 들어보였어요.
  “아니, 아니에요. 집에 가져갈 물건입니다. 여행갈 때 넣어 갈 거예요.”
  책상을 정리하던 이교수님이 손을 내저었습니다.
  “이걸 다요? 엄청 무거운데요.”
  크고 두툼한 잡지 다섯 개를 모아들며 송씨아줌마가 말했어요.
  “크루즈여행이라 들고 다닐 걱정은 안합니다.”
  “크루즈여행이 뭔데요?”
  “여길 보세요. 이런 대형유람선을 타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데…”
  이교수님이 책상 위에 놓아둔 안내 책자를 세워 들었습니다.
  초대형 유람선이 나오는 표지에다 여행객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페이지를 넘겨가며 구경시켜 주었지요. 장면 장면이 그지없게 즐거워 보여 송씨아줌마는 눈을 떼지 못했어요. 저 배를 타고 돌아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천국이 따로 없겠어. 자신을 위한 여행이 아닌데 가슴이 설레었답니다.
  “뭐 그 동안 해외에 수십 차례 나갔지만 학회에 참여하는 차원이라 월급 받고 하는 업무였지 여행이랄 수 없었어요. 이 나이 먹도록 여행다운 여행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얘들 엄마가 늙으면 못 간다고 보통 쪼아대야 말이지요. 아무튼 크루즈여행은 처음 가보는 거예요, 처음.”
  교수씩이나 돼서 청소하는 아줌마를 앞에 두고 푼수 없이 떠벌여댄 것이 꽤나 겸연쩍었는지 이교수님이 처음이라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워낙 크루즈여행이 돈 흔하고 시간까지 흔한 부류들이 주로 애용하는 관광 상품이더라고요.
  “이 책은 왜?”
  송씨아줌마가 전원생활 잡지를 이교수님 책상에 내려놓으며 물었습니다.
  “여행하면서 주택을 구상할 겁니다. 놀 때 놀더라도 할 몫은 하면서 놀아야지 않겠습니까. 여행 중간 중간에 책을 들여다보면 훌륭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 그래 챙겨가는 거예요.”
  이교수님이 묵직한 잡지를 한 권 한 권 상자에 넣었습니다.
  “집 지으시게요?”
 송씨아줌마가 살그머니 묻더군요. 하지만 심장은 쿵쿵쿵쿵, 전에 없이 힘차게 뛰었습니다. 저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지요. 평소하고는 느낌이 달랐거든요.
  “퇴임하고 뭐하겠습니까. 한적한 산자락에다 자그마한 집 한 채 세워놓고 쉬엄쉬엄 농사나 지어야지요.”
  이교수님이 크루즈여행 안내책자를 전원생활 잡지 위에 올려놓으며 싱글거렸습니다.
  “언제 가시는 데요?”
 송씨아줌마가 주르르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내면서 수줍게 물었습니다.
  “네?”
  갑작스런 질문에 어리둥절해진 이교수님이 되물었습니다.
  “여행이요. 크루즈 여행.”
  송씨아줌마가 흘깃 이교수님을 훔쳐보았습니다.
  “아-, 내일 모레 비행기 탑니다. 로마까지는 비행기로 가거든요.”
  슬슬 귀찮아지는지 이교수님이 사무적으로 대답했습니다.
  “비행기요? 그렇구나. 저도 가보고 싶네요.”
  “가시면 되죠.”
  “저 같은 사람이 갈 수 있을까요?”
  송씨아줌마 목소리가 날카로워졌습니다. 뒤늦게 아차 싶었는지 이교수님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구슬리듯 이야기하더군요.
  “크루즈여행은 비용이 만만찮고 일정이 길어서 참여하기가 어렵기는 해요. 이것 말고 패키지상품도 여행사에 많아요. 전화해서 알아보세요. 패키지는 목돈이 크게 안 들고 기간이 짧아서 주말 끼고 하루 이틀 휴가 내면 아저씨하고 다녀오실 만할 겁니다. 이해하시죠?”
  이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설명하듯 또박또박 말을 이었습니다. 이해하냐는 확인용 질문에서는 고개까지 끄떡여 보였지요.
  “네…, 그래요.”
  수긍하는 척했지만 송씨아줌마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크루즈여행을 못가고 패키지여행을 가야하죠? 지금 내가 여행을 갈 수나 있나요? 돈, 시간, 동행할 남편이 없는데 가능할까요? 송씨아줌마가 돌아서다 급하게 책꽂이를 붙잡았습니다.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바닥이 울렁거렸지요. 현기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눈을 감았습니다.
  중환자실에 쓰러져있던 아저씨가 머리에 선했어요. 누구는 교수를 그만두면서 크루즈여행을 가는데 누구는 죽어야 일을 그만두는지, 누구는 퇴임하고 전원에서 여생을 보내는데 아저씨는 왜 중환자실에서 황망히 떠나야했는지. 다들 행복한데 왜 유독 아저씨와 자신만 고통을 겪어야하는지 울화가 치밀었지요.
  “여사님. 쓰레기 담을 봉투 좀 가져와주시겠어요?”
  이교수님이 책상서랍을 열며 말했습니다.
  “네.”
  대답과 동시에 걸음을 내딛던 송씨아줌마가 교수실 문 앞에서 우뚝 멈추어 섰습니다. 천천히 돌아서서 이교수님을 응시했어요.
  “교수님!”
  입을 꾹 다문 송씨아줌마가 이교수님을 정면으로 쏘아보더군요. 저도 가보고 싶어요.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여기는 너무 덥고 지긋지긋해요. 여행에 대한 욕망이 몸 안에서 아우성쳤습니다.
  바짝 마른 송씨아줌마 가슴이 부풀어 올랐어요. 두 눈이 이글이글 달아올랐지요. 가장 가까이 머물며 희로애락을 지켜본 동반자로서 송씨아줌마의 열망을 모른 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목청껏 외쳤지요.
  ‘나를 삼켜주세요! 나를 삼켜주세요!’
  완벽한 휴식을 보장해준다는 크루즈 여행과 흥취 가득한 삶에 대한 기대가 커질 대로 커져서 그랬을까요? 이교수님이 몸은 사라지고 절절한 바람만 남은 송씨아줌마를 받아들였습니다. 의도된 행동은 아니었지만 송씨아줌마가 깃들도록 자리를 내주었어요. 인생 후반을 새롭게 영위하고자 활짝 열어둔 의식이 자신조차 모르게 벌인 선행이었어요.
  분별없는 행동에 대한 응보이기도 했고요. 청소나 하는 여자를 앞에 두고 생각 없이 지껄였잖아요. 지치고 힘든 누군가가 가까스로 눌러 놓은 욕망을 밖으로 끄집어냈으면 일부분이나마 책임을 져야 도리잖아요. 이것저것 다 떠나서 손해날 구석이 거의 없었습니다. 무작정 자기만 앞세우고 패악을 떨어대는 인사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있잖아요, 이교수님 사모님은 송씨아줌마 덕을 보았습니다. 사십오일, 크루즈여행을 하는 동안 사모님은 딱 일 년만 이리 지냈으면 여한이 없겠다, 찬탄을 줄곧 쏟아냈어요. 오래된 동네 친구와 여행하는 기분이었다고, 어쩌면 그렇게 마음이 맞는지 신기하더라고 경제학과 교수 부부 모임에서 자랑하더군요.
  붙살이로서 판단하건대 지중해 일원 크루즈여행의 주인공은 이교수님이 아니라 송씨아줌마였습니다. 캐리어 세 개를 끌고 공항에 들어선 순간부터 송씨아줌마가 여행을 시작한 거예요. 출국 수속하고 기내식을 먹고 비행기 창문으로 구름을 내려다  보고, 모두 송씨아줌마였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육 층짜리 호화유람선에 올라타 객실을 배정받고 짐을 풀 즈음에는 이교수님 속이라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지요. 외국인들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이는 공부가 깊은 자신이고, 전원생활 잡지를 넘기며 시골에 지을 집을 구상하는 이 역시 은행에 여유 돈을 맡겨놓은 자신이었어요. 선물 고르기까지 결혼한 아들딸을 둔,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를 보고 싶어 하는 송씨아줌마가 했습니다.
  송씨아줌마는 아침에 일어나 말끔하게 씻은 다음 침대 시트를 정리하고, 사모님이 챙겨온 볶음고추장과 밑반찬을 들고 식당에 갔습니다.
  “해외여행 가서 고추장에 밥 비벼먹는 인간이 제일 한심하다더니 맛나게 드시네요.”
  마주 앉은 사모님이 샛노란 오렌지를 콕 찍어 들고 생글생글 웃었습니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흰쌀밥에 고추장을 얹어 비비던 이교수님, 아니 송씨아줌마가 말끝을 흐렸어요. 무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지요.
  “그래요, 당신 말이 죄다 맞아요. 당신하고 마주앉아서 신선놀음을 하니까 세상 부러울 게 없네요. 돈이 들어서 그렇지 손에 물을 묻히나, 식구 챙길 걱정을 하나. 내키는 대로 보고 당기는 대로 먹고, 잘 때 자고 놀 때 놀고.”
  사모님이 지그시 눈을 감고 노래를 하듯 말을 이었습니다.
  “나도 그렇구먼. 이런 세상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어. 별천지야, 별천지.”
  이교수님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주변을 휘둘러보았습니다.
  “촌스럽기는, 대학교수라는 양반이.”
  사모님이 대뜸 면박을 주었습니다. 장난삼아 대거리를 했지만 자상하고 살가워진 남편이 새삼스레 좋아져 설레는 눈치였어요.
  어디를 가든 손을 잡고 가고, 무얼 먹든 먼저 물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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