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것처럼 쉬지도 않고 장대비가 내렸다.
어둔 건물 옆, 검은 레인코트를 입은 남자가 후드를 쓰고 한 건물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 대의 자동차가 지나갔다. 그 순간 헤드라이트 불빛에 드러난 남자의 얼굴은 끔찍했다. 죽은 것처럼 까만 피부와 우둘투둘한 얼굴, 작게 찢어진 눈에서 풍겨나오는 섬뜩할 정도의 열망.
병원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깜빡임 한 번 없었다. 몇시간이 지나도 화난 것처럼 무서운 얼굴 그대로였다.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다른 지상의 인간이라면 그 거리에서 아무 것도 들을 수 없겠지만 천상의 장수가 가진 힘을 그대로 간직하고 도망친 그는 인간 보다 몇 배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우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믄 건 물론이고 그 아기가 자신의 연인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기 주변에는 하늘 병사들이 잠복중이었다.
그를 잡을 때까지 그들은 아기 주변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남자는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기회는 꼭 온다. 천계의 사람이 벌을 받아 인간으로 태어나면 기억을 모두 잃는다고 했지만 자신의 연인만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그는 믿었다. 얼마나 열렬히 사랑한 사이인가. 절대 손대서는 안될 견우의 예물까지 훔치려할 정도로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여자도 마찮가지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잊지 않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었다. 무럭무럭 자라라, 나의 연인아, 혼잣말을 하던 남자가 급히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병원 출입구로 한 남자가 뛰어나왔다. 얼굴이 푸둥푸둥하고 입술이 툭 튀어나온 사람이었다.
주변을 휙 둘러본 그는 갑자기 작은 돼지로 변해 수상한 남자가 서 있던 곳으로 갔다. 열심히 냄새를 맡던 돼지가 꼬리를 탁탁 소리나게 휘둘렀다.
빗물에 냄새가 씻겨나갔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