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에서는 케인과 페리가 아닌 새로운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입니다.
아래에 간단한 2부의 프롤로그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도시 판에는 대략 1만 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도시치고는 많지 않은 숫자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연방의 도시정책으로 10만 명 이상 거주하는 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 별로 없다.
판은 별 볼일 없는 도시였다. 완전히 변두리는 아니지만 특이할 것도 없다. 빈민가도 있고 상류층이 들락날락하는 향락가도 있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면 그건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이 약 8천 명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니 수많은 사람들이 고작 2천 명 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 아래에서 열심히 노동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림으로 그리자면 홀쭉한 피라미드가 될 것이다.
도시가 생겨난 이래 사람들은 경이로울 것도 유별날 것도 없는 일상을 보냈다. 여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신문 배달을 하는 검은 머리의 소년도 그러했다. 먹은 것이 없어 마르고 키도 작았지만 그는 14살로 이 신문배달 일은 이제 4년째에 접어드는 나름의 베테랑이었다. 일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달라진 건 일의 양뿐이었다. 급료는 바뀌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었다. 어떤 특별한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 한 말이다.
거의 일을 마무리한 소년은 동료들과 짧은 잡담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벼운 봉투와 함께. 자전거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봉투는 아마 집에 다다를 때쯤엔 텅텅 비게 될 것이었다. 조금 남을 때도 있지만 우유와 빵, 그리고 종이와 연필 몇 자루까지 사면 남는 것이 없었다.
“할리 아저씨! 우유랑 빵 좀 주세요! 평소대로요!”
“아, 코멧이구나. 빵 세 덩이랑 우유 한 병, 맞지? 여기 있다.”
두툼한 턱살이 돋보이는 갈색 머리의 남자가 등을 돌리고 뒤적거리다가 빵과 우유가 든 꾸러미를 건넸다.
“맞아요. 감사합니다.”
“뭘. 아, 네 여동생이 찾더구나. 급한 것 같던데 빨리 가보는 게 좋겠구나.”
“루시가요?”
코멧은 곧장 꾸러미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다. 여동생은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느라 언제나 집에 붙어있었다. 또래들과 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 것이 가여웠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는 일을 해야 했고 그동안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은 여동생 외엔 없었다.
혹시 안 좋은 일일까 불안한 마음에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갔다. 다급히 문을 두드리자 문고리가 툭하고 떨어졌다. 평소라면 문고리를 문에 다시 갖다 붙이며 온갖 욕을 해댔겠지만 무시하고 문을 열어젖혔다. 여동생이 부엌에서 반쯤 몸을 내밀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오빠! 문 좀 살살 열라니까!”
“날 찾았다며! 무슨 일이야? 엄마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
“아니니까 쓸데없는 걱정 말고 이리와. 보면 아마 놀라서 자빠질걸?”
여동생은 그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인도했다. 손힘이 날로 세지는 여동생에 그는 기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부엌으로 들어온 그의 눈에 식탁에 놓인 고급스러운 우편봉투가 들어왔다.
“그게 뭐야?”
여동생이 방실방실 웃으며 봉투를 들자 그가 물었다. 주머니 속에 있는 누런빛이 도는 때 탄 봉투와 비교되었다.
“이거?”
그녀는 쭉 팔을 뻗어 봉투를 건넸다. 그제야 코멧은 봉투에 찍힌 봉인을 보았다. 그 모양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합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