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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9-29 14:14
[스토리테마파크] 밀무역이 적발되어 곤경에 처하다
  글쓴이 : 스토리야
조회 : 2,704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SSK_3063 [535]
이상길(李尙吉)과 사행단은 산해관에 도착하였다. 산해관은 중국으로 들어가고 나갈 때의 관문으로 산해관을 지나 며칠만 더 가면 조선의 의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상길은 며칠 여정만 지나면 조선에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새삼 간절해 졌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발생하였다. 이곳을 담당하는 병부 주사 오광의란 자가 산해관 문을 닫고 일일이 여행객들의 짐을 점검하면서 쉽사리 통과시키지 않고 있었다. 이상길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사행단 일행 중에 이익을 노리고 가는 곳마다 염초(焰硝)를 사들였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원래 규정상 조선의 사행단은 1년에 3천근까지 염초를 사들일 수 있도록 하였는데, 그간 암암리에 사행단 사람들이 이보다 훨씬 많은 수를 사다가 조선에 팔아 큰 이익을 남기고 있었다. 사실 그간 중국에서도 이에 대한 단속은 하는 둥 마는 둥이어서 이러한 밀무역 관행은 더욱 심해지는 추세였다. 그런데 하필 이번 사행에서는 중국 관리가 엄하게 단속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길이 난처해하고 있는데, 사행단에 속한 간사한 자들이 중국의 여러 관리들에게 뇌물을 쓰고는 서둘러 관문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손을 썼다. 이에 사행단이 관문을 나와 길을 재촉하는데, 중국의 장문달이란 관료가 자신 수하의 병력을 보내어 염초 매매 금지를 위반한 자들을 잡아가 버렸다. 사행단을 맡은 이상길의 입장에서는 통탄할 일이었다.

이러자 이상길은 부사, 서장관과 함께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의논하였다. 부사와 서장관은 잡혀간 자들은 어차피 개인적으로 이익을 노린 무리이고 또 법을 어겼으니 이들을 놔두고 길을 떠나자고 하였다. 그러나 이상길은 생각이 달랐다. 우리 일행이 일으킨 문제이니 중국에서 조사한다고 하여도 진상을 밝히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 하여도 잡혀간 이들은 처벌을 면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자의 조치를 기다리지도 않고 지레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이상길이 이를 부사와 서장관에게 말하자, 이들 역시 이상길의 말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다시 중국 관리들이 나와서 밀무역한 매매의 양을 조사하였는데, 총 7400근에 이르렀다. 규정보다 4400근이나 많은 것이다. 이상길은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동분서주 하였다. 중국의 관원들에게 공문을 발송하고, 역관들로 하여금 중국 관원들에게 은밀히 뇌물을 전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였다. 결국 이상길의 이러한 노력으로 4400근의 염초를 압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이상길은 문제를 매듭지고 겨우 산해관을 떠나 조선으로 올 수 있었다. 나라의 체면과 관계된 사행의 길에 개인적 이익을 노린 소인배들로 조선이란 나라가 비웃음을 사게 되었으니 통탄스런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배경이야기


◆ 대명사행과 밀무역

 이 이야기는 이상길의 사신단 일행 중 규정 외로 염초를 사들인 자들이 산해관에서 적발되어 사행단 전체가 곤경에 처한 내용이다. 명나라와 조선은 모두 외국과의 개인적인 교역을 금지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다. 따라서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사행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명나라에서 직접 교역을 해 오는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상인들이 사행단 관원들에게 뇌물 등을 주고 사행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중국에 가서 사오는 물건은 대개 고가의 사치품이었다. 즉 비단이나 사라능단과 같은 고급직물류나 염초와 같이 국내에서는 생산과 유통이 통제된 물품들이었다. 반면 조선에서 가져가 명나라에서 파는 물건은 종이나 가죽, 철물이나 금, 은 등 매우 다양하였다. 특히 이상길이 사행을 갔던 시기는 매우 많은 양의 은이 일본을 통해 조선에 유입되었는데, 이것이 다시 명나라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따라서 조선사람들은 상당량의 은을 가지고 들어가 중국에서 물자를 구입해 조선에 들어온 후 이를 되팔아 상당한 이문을 남기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에서는 이들 무역이 국내 경제를 교란시키고, 또 사행단의 교역은 국가의 위신을 떨어트린다는 이유로 국초부터 줄곧 이에 대해 금지규정을 적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행단의 무역은 상당히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사행단의 정사와 부사, 서장관처럼 사행의 대표격인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무역 물품을 상당히 가지고 가서 교역을 통해 많은 이문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야기에서 문제가 된 물품은 염초였는데, 염초는 화약을 말한다. 고려말 왜구가 준동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로서 화약무기가 사용되었는데, 이후부터 국가에서는 화약무기의 개발과 더불어 화약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화약 자체가 위험한 물건이고 반국가적으로 사용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염초의 제조방법이 민간에 널리 알려지는 것도 상당히 경계하였다. 또한 국외로 유출되는 것도 상당히 꺼려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명나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염초가 명나라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였다

출전 : 조천일기(朝天日記)
저자 : 이상길(李尙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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