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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27 16:55
[스토리테마파크] 흉흉한 세상에도 열녀들은 나오게 마련이다
  글쓴이 : 스토리야
조회 : 5,283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SSK_5151 [886]
1898년 10월 2일, 박주대는 오늘날의 열녀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형호 박대규의 손자는 나이 16살에 장가를 갔는데, 지난 6월 장마 때 물 구경을 하다가 익사하고 말았다.
그 부인은 내포 정씨인데, 지난 9월에 남편이 죽은 바로 그 자리에서 남편의 뒤를 따라 자결하였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보니 참혹하여 콧마루가 시큰거린다. 천성으로 타고난 절개를 따를 만한 부인이 어디 있을까?
예천 고을의 첩보에는 부인의 사적이 소상히 실렸는데, 거기에 따르면 정씨 부인이 족은 9월은 앞서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3년 상이 끝나는 달이었다고 한다. 즉, 정씨부인은 시아버지의 상기를 마치고 죽으려고 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정씨 부인은 자결할 때 남편이 생전에 쓰고 남긴 붓글씨의 초고들을 집어 삼키고, 평소 읽었던 서책들을 잘 정돈하여 자신의치마저고리로 몸에 꼭 동여매고 죽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녀의 시신을 살펴보니 단장했던 얼굴이 마치 산 사람과 같았고, 의상 또한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열부의 이야기도 있었다. 안동의 마암 정씨 종가 댁에 청상과부로 사는 젊은 과수가 있었는데, 어느 날 밤 갑자기 마을의 홀아비들이 그녀를 부대자루에 넣어 교자에 실어 달아났다. 소위 보쌈을 당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씨는 교자에서 실려 가면서 목을 놓아 울었다는 것인데, 마침 지나가던 이들 중에 그 소리를 듣고 그녀를 구출해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가까스로 구출된 정씨는 집에 오자마자 자결하였다고 한다.
아 이것이 바로 ‘난초는 불에 탔어도 향기가 남고 옥은 부서져도 흰빛이 선명하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병든 남편을 두고 떠날 수있도록 임금에게 허가해 달라는 것이 요즘 사대부가의 부인들의 말인데, 이들에 비하면 두 열녀의 자취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여성의 수절

수절이라 하면 한 번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남성이 사망하더라도 다른 남성과 혼인하지 않고 생을 마치는 것을 말한다.
비단 결혼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성이 살아있을 때 집안의 며느리로서 해야 할 의무를 계속적으로 수행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이렇듯 여성이 정절을 지키는 행위는 유교적 사고에서 기원한 것으로, 국가에서는 이에 대해 ‘열녀’란 이름을 내리며 포상 정책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사실 조선 건국 직후에는 이러한 수절 관행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혼인 이후 배우자가 사망하면 재혼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고, 고위층 양반이나 왕족의 경우도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였다.다만 조선 초에도 이러한 열녀들에 대한 국가적 포상은 시행되고 있었다.
즉 지향해야 할 가치로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큰 강제력은 없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수절이 강조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사회의 유교화가 심화된 이후의 현상이었다. 남성 중심적인 가족제도가 강화되면서 여성에 대한 수절 역시 한층 강화되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사회의 윤리기강이 무너졌다고 판단한 조선 정부에서도 ‘충신’ ‘효자’ 에대한 포상과 더불어 ‘열녀’에 대한 포상 정책을 적극 시행하였다.
이 결과 이름난 양반 문중에서 여성이 재가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사실 여성의 수절은 ‘강요된 선택’에 가까웠다. 일부 양반가에서는 남성이 사망할 경우, 여성을 자살하도록 종용하거나 죽음에 내모는 일도 서슴치 않게 행했는데, 여성이 남성을 따라 사망하면 이를 국가에 신고하여 열녀가 배출된 가문으로 인정받아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유교적 가치이념이 보급되면서 여성 스스로 수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양반 가문의 여성이 아님에도 이러한 수절을 하는 평민, 노비 여성들도 있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태향 역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다만 노비의 경우 태향처럼 사비라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수절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여성인 노비가 혼인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노비의 주인 입장에서는 손해이기 때문에 이러한 수절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때문이다. 이러한 평민, 노비들의 수절은 유교적 가치가 이미 사회적으로 깊숙이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하겠다.
비슷하게 노비가 제사를 지내는 일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일이었다.



출전 : 저상일월(渚上日月) 
저자 : 박한광(朴漢光), 박득녕(朴得寧), 박주대(朴周大), 박면진(朴冕鎭), 박희수(朴熙洙), 박영래(朴榮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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