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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9-23 10:19
[스토리테마파크] 이국에서 동족 마을을 만나다
  글쓴이 : 스토리야
조회 : 1,181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SSK_3082 [244]
1801년 12월 21일, 이기헌(李基憲)은 산해관을 지나 북경을 향해 가는 길목에 있었다. 올해 동지사 사행단의 서장관으로 임명되어 명나라 조정으로 가는 길이었다. 지난 10월 27일, 한양을 출발하였으니, 벌서 여정은 한 달을 훌쩍 넘겨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살을 에는 북방 대륙의 추위와 긴 여정에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처음 보는 중화대륙의 풍경과 문물들은 여행의 피로를 다소나마 누그러뜨려 주었다. 산해관을 지났으니 이제 곧 북경에 도착할 터였다. 오늘은 새벽에 출발하여 10여리를 가니 고려보(高麗堡)란 마을이 나왔다. 마을에 들어서자 도랑을 파고 동서, 남북으로 두둑을 쌓은 마을의 모습이 조선에서 늘상 보던 것과 똑같았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정경이었다. 인가는 겨우 수십 호에 불과하였는데, 이 마을의 유래는 병자호란과 정묘호란때 붙잡혀 온 조선인들이 이 곳에 모여 살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하였다. 두 달 넘게 고향을 떠나온 이기헌은 이곳 고려촌에 좀 더 머물고 싶었으나 나라의 임무는 막중하고 갈 길이 머니, 부득불 잠시 머물고 풍경을 감상한 이후 바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나라가 힘이 없어 많은 이들이 고향을 등져야 했지만, 이국 만리에서도 고향의 제도와 풍습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니 이기헌은 괜스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배경이야기

◆ 중국 대륙의 조선 마을, 고려보

이 이야기는 사신으로 북경에 가던 이기헌 일행이 고려보란 지역을 지나게 된 내용이다. 고려보는 중국 대륙속에 남아있던 한민족의 집단 거주지로, 일명 고려포(高麗鋪) 혹은 고려촌(高麗村)이라고 불리웠다. 이 곳은 현재의 하북성 당산시 풍윤구 풍윤진에 소속된 행정촌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고려보의 유래는 병자호란, 정묘호란이 언급되고 있으나 실제로 고려보의 유래는 이보다 오래되었다. 즉 고구려와 당나라 전쟁 당시 당나라 군대에 붙잡힌 고구려 유민들이 정착하여 처음 마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을에는 당나라 태종이 고구려군의 염탐이나 역공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황량타란 유적터도 전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명나라 가정 연간에 고려보 마을에 세워졌던 방어시설과 비석이 출토되었다고 하며, 비석은 현재 당산시 풍윤구 문물관리소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고려보는 한국과 중국의 사행 노선의 길목에 있어 조선 사행들이 육로사행을 갈 때 늘 고려보를 지난 것으로 나오고 있으며, 또 고려보를 대상으로 많은 시문들을 작성하여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고려보의 생활풍습과 거주지 형태는 한반도와 동질성을 갖춘 요소가 많았다. 물을 채운 논이나 집의 지붕, 떡과 과자 등의 모양이 우리나라와 거의 유사하였다. 또 작은 촌락 명칭에도 한민족 국가의 국호가 들어가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고려보에서 조선 사행들이 온갖 악행을 저지른 경우도 많았고, 이 때문에 고려보 주민들은 조선 사행들에 대해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특히 유명한 연행록인 박지원의 『연행일기』에서는 ‘이곳에서 사행의 말꾼이나 하인들이 술값을 떼먹고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잦아서 고려보 주민들은 사절을 만나면 음식을 감추고, 사절은 동포들에게 봉을 잡혔다. 결국 서로 소 닭 보듯 하고 심지어 삿대질에 욕을 하기도 했다.’ 라고 나와 있기도 하다.



출전 : 연행일기계본(燕行日記啓本) 
저자 : 이기헌(李基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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