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4-14 23:35
[스토리테마파크] [전쟁과 혼란의 기록 4]-피난길에 오른 왕, 무거운 왕의 짐을 아들에게 벗어버리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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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스토리야
조회 : 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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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LKH_0006 [276] |
1592년 6월 13일, 선조는 비를 맞으며 안주를 출발하여 영변으로 들어갔다.
영변 성 안의 관리들과 백성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져 몇 명의 관료만이 선조를 맞이하였다. 선조는 이날 영변에서 묵기로 하였다.
선조는 이곳에서도 적을 막을 생각보다는 빨리 왜적을 피해 먼 곳으로 갈 생각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피난하는 왕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더 이상 몽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신하들의 말 또한 무시만은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선조는 내일 정주로 갈 것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날 저녁 영변의 행궁에서 선조는 호종하던 신하를 불러들여 논의를 가졌다. 먼저 영의정 최흥원(崔興源)은 선조가 정주로 가고자 하더라도 좀 더 머물러야 한다고 간청하였다. 사헌부와 사간원에서도 왜적의 형세와 상황을 보고나서 피하자고 간언하였다. 비록 이날 평양이 왜적의 수중에 들어갔지만 그 보고는 아직 올라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선조는 신료들의 이러한 말에 대해 단호하게 말하였다.
“이에 대한 내 뜻은 이미 정해졌소. 세가가 여기에 머물면 될 것이오. 신하들 가운데 가고 싶지 않은 자들은 가지 않아도 되오.”
신하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으나, 다시 왕의 생각을 돌리려 하였다.
최흥원(崔興源)은 만약 명나라가 선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것이며, 또한 왕이 떠남으로써 동요하는 민심은 어찌할 것이냐고 고하였다.
이에 선조가 생각한 것은 바로 ‘내선(內禪)’이었다. 즉 왕위를 세자인 광해군에게 물려주는 것이었다. 단순히 세자만을 머무르게 한다면 조정의 체면도 좋지 않고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신하들 또한 나뉘어져 역량을 집결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더욱이 군령(軍令)에 대한 최종 결정에도 혼선이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따라서 양위를 하겠다는 것은 선조로서는 최고의 명분을 가지는 것이었다.
아울러 신하들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왕이 양위를 하겠다는 것을 틀림없이 반대할 것이다. 선조 역시 완전히 양위를 할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명나라에 들어가더라도 왕의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한 왕이라는 신분은 설령 조선이 완전히 왜에게 침탈을 당할지라도, 이후 중국의 힘을 빌어 조선을 회복한다면 다시 왕위에 오를 수가 있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선조는 왕위에 대한 미련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선조는 표면적으로는 ‘내선’이라 말하였지만, 실제의 내용은 세자 광해에게 국정에 대한 총괄적인 운영권을 맡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조 자신은 비록 무거운 마음이지만 가볍게 떠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은 떠나지만 많은 신료들 또한 남겨두어 전란을 수습할 수 있게 된다. 선조 역시 광해군이 빨리 전란을 안정시키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의 자자한 칭송을 받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그래도 선조의 입장에서 광해는 ‘임금의 아들’인 것이다.
배경이야기
◆ 세자 양위의 의도 임진왜란이 터지고 얼마 있지 않아 선조는 몽진을 결행한다. 몽진은 개성, 평양을 거쳐 영변으로 이르고 있었다. 선조의 행차가 영변에 이른 날이 1592년 6월 13일이었다. 선조는 신하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자꾸만 의주로 향하고자 하였다. 이는 중국에 망명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었다. 이 때문에 선조는 명분이 필요하였다. 그 명분이 바로 왕위를 광해군에게 양위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신하된 입장에서는 양위를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세자의 지위는 올라가고 세자에게 국사를 맡길 수가 있으며, 선조 자신은 조금 멀찍이서 이를 지켜볼 수가 있다. 그것도 계속 왕이라는 지위를 가지면서 말이다. 비록 세자가 국사를 처리한다고 해도 그것은 세자가 신하된 입장에서 처리를 하는 것이다. 만약 세자가 국난을 잘 수습한다면 선조는 여전히 왕위를 지킬 수 있고, 세자가 실패한다면 중국으로 망명할 명분을 가지는 것이다. 선조는 이 이후에도 무슨 일만 있으면 양위를 하겠다고 신하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출전 : 피난행록(避難行錄)
저자 : 정탁(鄭琢)
출처: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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