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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9-21 09:40
[스토리테마파크] 중국 가시는 길에 중국책 좀 사다주십시오! - 중국가는 사신에게 부탁한 책이 수년을 지나 전달되다
  글쓴이 : 스토리야
조회 : 1,151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CEJ_0013 [221]
1612년 2월 19일, 3년전 쯤 택룡이 강원도 영월현감(寧越縣監)에 재직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관찰사 한덕원(韓德遠) 영공(令公)이 사은사(謝恩使)로 연경(燕京)에 간다기에, 택룡은 인삼을 조금 마련하여 중국 서적을 약간 사고 싶다고 관찰사에게 부탁했었다. 그런데 그후 택룡이 들으니, 그가 과연 『성리대전(性理大全)』 20책, 『통감(通鑑)』과 『송감(宋鑑)』 합해서 20책, 그리고 화청(靴靑) 하나를사왔었다고 하였다. 1612년 2월 19일, 이 날 택룡은 애남이를 진봉리(進封吏) 택수(擇守)에게 보내서 책을 찾아오게 했다. 사람을 보내니 택수가 『성리대전』 한 질을 먼저 가지고 와서 택룡에게 전해 주었다. 그런데 전해주면서 말하길 그 중 3권을 호남감영으로 보내었는데 아직 되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한덕원의 아들 한언(韓琂) · 한섭(韓) 형제는 미안하다는 편지와 함께 현규(玄圭, 검은 빛의 옥으로 만든 홀)를 보내와 정을 표시하였다. 사흘 뒤 2월 22일 저녁, 축생(丑生)이 고을 읍내에서 돌아와 서울에서 온 『통감』과 『송감』 20책 그리고 화청(靴靑)을 택룡에게 전하였다. 고을 아전인 택수가 서울에 갔다가 가지고 왔었는데, 『성리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책과물건이 지금에서야 비로소 택룡에게 전달된 것이다.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서적 조선시대 사대부 사회 내부에서 서적은 주로 선물(기증), 매매 또는 빌려 베끼기를 통해 유통되었다. 교육과 과거시험 공부에 필요한 기본 서적은 일종의 공구서로서 반드시 구비해야하는 것이었고 또 구하기 쉬운 책이 많았을 것이기에 웬만한 양반가라면 대부분 소장하고 있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새로운 서적이나 구해보기 어려운 책에 관심이 많거나 또는 장서(藏書)에 취미가 있는 사대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서적을 구입하려 애썼는데, 그 중 한 방법이 바로 중국에 파견되는 사신단에게 책 구입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특히 중국책은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재력이 있고 사신단에 친지나 지인이 있는 양반인 경우 책의 비용을 미리 지불하며 서적 구입을 요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중국의 서적을 구입하고자 했던 서울의 고급 관료들은 이 루트를 주로 이용했을 것이다.  미암 유희춘의 일기에는 유희춘이 사신단의 서장관에 임명된 자와 친분이 있어 그에게 책 구입을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희춘은 그에게 『사문유취』라는 책을 사오라고 부탁하면서, 책의 구입가로 녹포(祿布) 2필과 백첩선(白貼扇) 10자루를 주었다. 그리고 5개월 뒤 사신단이 돌아와 유희춘은 부탁했던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중국 명나라의 문인 진계유라는 사람은 16세기 당시 조선인의 서적 구입열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 “조선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여 사신들이 중국 땅에 올 때 옛 책과 새 책, 패관소설, 그리고 그들 나라에 없는 것들을 시중에 나가 서목을 베끼고 또 책이 비싸다 하여도 아까워하지 않고 구입해 돌아가므로 오히려 그들 나라에 이서(異書)가 많다.” 여기에서 김택룡도 당시 사은사로 명나라에 가던 한덕원에게 『성리대전』 · 『통감』 · 『송감』 등의 서적 구입을 부탁하며 구입경비로 인삼을 건네고 있다. 그리고 그 책을 전해받기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김택룡은 이렇게 어렵게 전해 받은 이 책들을 매우 소중하게 보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의 일기에서 그는 이 책들을 유지 보수하는데 정성들이는 모습을 가끔씩 보여주기 때문이다.


출전 : 조성당일기(操省堂日記)
저자 : 김택룡(金澤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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