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드디어 11주에 걸쳐 제23화로, 연재를 해온 스토리야 K노블공모전 ― ‘흐르는 물에는 소용돌이가 있다’의 대장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을 보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원래는 10월 27일, 10주에 걸쳐 제20화로 마무리를 할 예정이었는데, 생각 외로 분량이 좀 늘어났습니다.
십수 년 전, 인터넷에 떠돌던 제보자의 하소연을 바탕으로 구성한 작품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당시 그 글을 읽고 저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사연을 토대로 꼭 한 번 소설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마침내 오늘 그 결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스토리는 이원요와 허형석을 두 축으로 하여 전개를 하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속리산 법주사의 수학여행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여 년 후 각각 가해자와 피해자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는다고 하나 소용돌이가 있듯이, 인간의 삶 또한 자의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타자의 모함과 질시, 간특한 흉계에 의하여 조직에서 왕따가 되고,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느 여가수의 노랫말처럼 세상은 알 수도 없고 정답도 없습니다. 세상이 요지경 속인지 요지경 속이 세상인지,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현실이 버젓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이야기입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는 나쁩니다. 그러나 그 늑대보다도 더 나쁜 놈이, 늑대의 탈을 쓰고 돌아다니며 사기치고 공갈치는 양이란 놈입니다. 여기에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김돈식이가 바로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김돈식은 약육강식 논리가 철저한 자기중심적 성격의 소유자로, 자기 주변의 인물과 타자의 경계를 극명하게 구분 짓는 유형입니다. 저는 준 싸이코패스인 김돈식을 매개로 인간이 과연 얼마만큼 이기적이고 잔혹하며 추악하게 변질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또한 인간의 순수성과 나약성, 기대치 등이 얼마나 허무하고 부질없는 것인지 이원요와 이성운을 매개로 바라보았습니다. 인간의 삶은 순간순간에 달려 있어서, 그 찰나의 결단과 우유부단함이 자멸과 파멸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지도 살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상호간 우정과 신뢰, 사랑과 진지성, 희망과 미래 등이 존재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때는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무엇인가가 분명 실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사건 위주로 소설을 전개하면서도 아포리즘 등을 통한 철학적, 문학적 접근에도 초점을 맞추려는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어느 풍수지리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산줄기의 정기가 모인 자리인 혈(穴)은 주택의 경우 안채가 설 자리, 무덤인 경우 관이 안치되는 지점을 가리키는데 묘에 맞는 혈 자리가 있듯이, 인생에도 혈이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연재의 시간 동안, 갈등도 있었고 더러 힘들기도 했으나 글을 쓰며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스스로의 혈(穴)을 찾았다는 자위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을 보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더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