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0-20 12:03
[응모]_카모마일 한 모금_로맨스_미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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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에서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있었던가. 이 작품을 읽기 전에 떠올려보니 마땅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왜일까. 독자들은 로맨스 소설을 통해 현실의 구질구질함과 각박함과는 다른 세상을 읽고 싶어 한다. 또한, 현실에선 없을법한 이상적인 사랑이야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클 거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독자들이 기피하는 장애, 학대, 폭력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로맨스를 완성했다.
개인적으로 <카모마일 한 모금> 속 주인공인 소연이 이러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저 명랑함만을 유지하는 캔디 캐릭터였다면 이 소설의 매력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 속 소연의 진짜 매력은 ‘내가 소연이라도 저렇지 않을까.’에서 시작해 ‘저런 상황에서도 저 정도의 삶을 살아내는 소연이가 대견하다.’로 이어지는 것에 있다. 소설의 초반 부에 의수를 착용하는 소연이 병원 옥상에 올라 “나는 걸을 수도 있다. 말할 수도 있다. 앉을 수도 있다.” 외치는 장면은 그래서 잔잔한 장면임에도 마음을 울리는 장면으로 남을 수 있었다.
남자 주인공 시안은 모자랄 것 없는 집안에서 자란 평범한 인물이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 없다고 묘사되어있지만, 소연을 대하는 태도 곳곳에서 진짜 사랑을 할 줄 아는 인물임이 보인다. 프롤로그에서 소연의 목숨을 구하는 인물이 주인공인 시안이라는 점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맥락과도 함께한다. 남들 앞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기고 “괜찮다”는 말이 습관처럼 붙어있는 소연이지만 그 내면은 슬픔과 죽음이 늘 공존한다. 그런 소연이 목숨을 끊으려 하던 순간에 그녀를 구해내고 다시 삶이라는 용기를 준 존재가 시안이라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이 소설 속 소연이 마침내 자신을 괴롭히던 힘듦을 극복하고, 행복해지고, 살아가게 해주는 존재가 시안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시안이 실제로 자신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영리한 복선인 셈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소연의 장애. 어둡고 암울한 소재들 속에서도 작가는 따뜻함과 인정을 놓지 않고 촘촘하게 보여준다. 아버지가 던진 물병에 맞아 얼굴에 상처가 난 소연을 간호사가 데려가는 장면에서도 그러하다. 변명하려는 그녀의 입을 막은 건 “얘기하지 않아도 돼요.”라는 간호사의 위로다. 굳이 애써 힘겨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어쭙잖은 변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를 함축한 이 대사는 그래서 더 큰 위로가 된다. 또한, 소연이 과외 받는 학생인 진우의 어머니가 소연에게 건네는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다”라는 평범한 말 또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소연에게 필요했던 건 어쩌면 번지르르하게 꾸며진 멋진 말보다 이처럼 진심이 담긴 평범한 위로였을 것이다.
이 소설의 가장 좋은 점은 소연의 장애가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선천적 장애라는 설정이다.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나의 면은 내가 어떻게 바꿀 수도, 내 의지로 변화시킬 수도 없다. 그에 반해 소연을 무시하는 상대방에게 학교 및 성적을 이야기하며 소연이 당당해지는 모습과 더 이상 소연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는 작가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장애는 문제될 것 없지만, 후천적으로 자신이 만든 그릇된 인성은 문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성적과 학교는 오로지 소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이 자체가 소연과, 그리고 나처럼 소연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 큰 따뜻함과 힐링을 선사해준다.
시안이 소연에게 자신의 앞에선 의수를 끼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 “소연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니, 보여 달라”는 말이나, 그러면서도 내심으로는 그녀가 바라지 않는다는 강요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로맨스 소설에서 보이는 가장 이상적 남자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카모마일 한 모금>은 마음 따뜻한 힐링물에 분명하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선, 행복해진 소연에 내가 더 행복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앞으로도 잔잔하고 따뜻한 이러한 소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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