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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24 06:04
[응모] -탐정신부-추리-최극
  글쓴이 : 과하객
조회 : 505  
감상평
                          작가 최극의 ‘탐정신부’를 논하다

 미스터리 극은 작품이 절정에 이르기 직전이 가장 흥미로운 법이다. 작가가 배치하는 온갖 장치가 제몫을 할 때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독자들에게는 그렇다. 작가는 마지막까지 범인을 밝히려 들지 않고 독자는 작가가 설치한 미로를 돌파하려 들고, 숙명적으로 함께 가야하는 두 동반자가 마지막 씨름을 벌이는 순간이니 어찌 풍파가 없을 것인가.
 필자는 추리소설을 상황극(狀況劇)과 심리극(心理劇), 그리고 퓨전극(fusion劇)으로 대별하는 주의다. 독자를 놀라게 할 사건을 전제로 하고, 탐정이 사건 속에 뛰어들어 계속된 범행으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미로를 돌파하며 범인과 대결하는 형식을 상황극으로 본다면, 범인, 혹은 탐정의 심리를 묘사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수법을 심리극으로 보고, 양쪽의 장점만을 살려 작가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는 수법을 퓨전극으로 보는 형식이다.
 필자는 ‘탐정신부’를 처음 대할 때, 움베르토 에코를 흉내 낸 상황극 중의 하나-라고 단정 짓고 읽다가 “어라! 이게 아닌데?”하고 끌려들어가게 되었다. 사건이 일어난 조건과 상황, 발단과 전개에서 닮은 점이 많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인 수도원과 신학교, 비사(祕史)가 있음직한 죽음들, 해결사로 등장한 전직 경찰관 신부와 명민하기로 소문 높은 수도사 등의 제 조건에서 유사한 유전자를 발견했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의 전개 방식에서 탄사를 발할 수밖에 없었다.
 12년 전에 있었던 의문의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간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된 이야기는 당시의 사건에 관계가 있던 강바울신부가 신학교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에 해결사로 청탁받으므로 본격적인 상황 속으로 돌입한다.
 촉망받는 신학생 이준이 개사육장에서 얼굴을 난자당한다. 손가락만이 완전하여 컴퓨터 자판만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뿐인 이준이 청한 해결사는 과거에 신학교에서 쫓겨난 바 있는 강바울신부이다.
 김재화는 이준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면회를 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는 신학교의 1인자인 총장신부의 조카로 역시 촉망받는 인재인데 식복사 레아에게서 이유 모를 질시를 당한 바 있다.
 때마침 신학교는 로마교황의 특사가 방문하기로 내정되어 있어 중대한 시기인데 사건이 일어났으니 당황한 총장은 학생처장 이신부에게 명령하여 사건의 축소 내지 은폐를 꾀하고 이로 인해 원로격인 백신부에게 호된 질책을 당한다.
 이상이 주연급 인물의 등장과 사건의 발단 부분이다. 헌데 작가는 각 인물의 성격을 강조하여 이야기를 임팩트 있게 끌어간다. 명예욕이 강한 총장, 강한 정의감으로 인해 총장에 의해 밀려난 바 있는 강바울신부, 총장의 조카로 명문가의 자제라는 핸디캡을 안고 학교를 다녀야 하는 김재화의 불안한 심리, 재화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빼어난 미남이며 수재이고 프라도-가난과 청빈을 주장하고 실행에 옮기는 수도사 본연의 자세-를 지향하는 이준,  강바울신부에게 존경을 받는 유일한 인물이지만 총장과 함께 비밀한 단체-일루미나티-에 속한 백신부, 의문의 식복사 레아의 기행 등이 전제로 주어진 상황에서 독자들은 작가와 두뇌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준은 얼굴을 난자당한 상태에서 역시 프라도로 미운 털이 박혀 쫓겨난 경력을 가진 강바울신부를 해결사로 청한다. 이준을 폭행한 범인은 누구이며 범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강바울신부가 풀어야하는 숙제다. 앞에서 열거한 주연급 인물들 중에 총장신부와 백신부, 그리고 강바울신부는 12년 전에 있었던 이찬 학사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총장신부와 백신부는 당시의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인물들로 감추는 것이 많고, 강바울은 수사관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12년 전의 사건이 비극으로 끝난 데 대해 앙금을 갖고 신부가 된 강바울신부가 그때와 유사한 사건을 맡게 되었으니 수사본능이 동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강바울신부는 과거의 사건에 관계했던 수사관 중의 하나인 정준철순경의 장례식에서 과거의 사건에 관계했던 사람들이 차례로 의문사를 하였고 역시 과거의 동료였던 구상순의 유족들에 대한 위협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강바울은 이미 폐인이 된 모습으로 나타난 수사관 시절의 동료 구상순에게서 “다음 목표는 너 아니면 나”라고 고해성사를 빙자한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명예욕이 강한 총장은 천적인 강바울신부가 수사관으로 나선 상황에서 과거의 사건을 떠올린다. 12년 전에 자살한 이찬 학사는 “왜 나입니까?”하고 절규했고, 이준도 면회를 온 총장에게 같은 말을 한다. 두 사건의 유사함에 질린 총장은 관련된 부분을 찾으려 하지만 이준은 보육원 출신으로 신원이 모호하고 그를 추천한 신부는 의문의 추락사를 했다 한다.
 강바울의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준의 단짝 친구 재화가 범인으로 지목받는다. 재화는 이준의 친구이지만 경쟁자이기도 하다. 늘 이준의 아래에 있던 재화가 교황의 특사 방문 때의 통역으로 발탁되고, 이 작품의 핵심 중 하나인 명문의 자제 재화와 빈곤의 대명사 같은 환경에서 자란 이준의 부조화가 ‘프라도라면 개처럼 굴어야지.’라는 말로 강조된다.
 프라도라면 개처럼 굴어야지. 이것은 총장이 속한 비밀단체 일루미나티와 엘리트신부들의 관념으로 등장한다. 필자는 일반적일 수 없는 이 장면에서 이야기의 전체 얼개가 떠올랐다.
 같은 이유로 죽은 12년 전의 희생자의 후예가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8살 때 조실부모한 과거를 가졌을 뿐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준. 헌데 문제는 12년 전의 이찬은 흑인 혼혈로 묘사되는데 이준은 이국적인 미남이기는 하지만 얼굴이 하얗다. 이는 작가가 장치한 또 하나의 미로로 혼란을 불렀다.
 다행히 작가가 알비노증후군(白色症)을 등장시켜 풀어 주었다. 이찬의 11년 연하의 동생이 앓았다는 백색증, 더구나 이준의 얼굴이 집중적으로 폭행을 당해 망가져 있는 것이다. 이준이 이찬의 직계 후예, 혹은 혈연으로 연결된 가까운 인물일 것이라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흥미 있게 끌어가기 위한 장치로 기호학 문제를 차례로 등장시킨다. 클립텍스와 마트료시카 인형을 통한 암호문 풀기. 다빈치 코드에서 댄 브라운이 창작한 암호학의 산물 클립텍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군의 암호조합기 에니그마의 소설 버전인데 이 작품에서 등장하고, 러시아산 민속인형 마트료시카 인형을 총장신부에 대한 미지의 어떤 세력의경고로 등장시켜 이야기 전체의 신비성을 배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투적인 장치는 일류 독자들에게는 식상함을 줄 뿐인데 치밀하기로 공인받은 작가가 등장시킨 의도는 무엇일까. 게다가 강바울신부에게 제시된 오즈의 마법사를 통한 수수께끼는 역시 미로지만 기호학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쉽게 풀 수 있다. 즉, 풀리라고 낸 문제인 것이다.
 탐정 역의 강바울신부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이야기의 포인트를 주는 형식, 어디서 많이 본 수법이다 싶어 생각해 보니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떠올랐다. ‘장미의 이름’은 진작 연상하고 있었지만 ‘다빈치 코드’까지 인용했을 줄이야. 도전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도록 독자를 충동질하는 작가의 솜씨가 심술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 속의 장치 중에는 놀라운 설정이 많다. 가장 경건해야 할 장소인 신학교에서의 추악한 사건과 가장 정직해야 할 수사경찰의 타락과 몰락. 그 와중에서 오로지 정의감 하나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탐정신부. 작가가 단순한 추리소설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장면들이다.
 장치들 중의 백미는 일루미나티와 지화(指話)다. ‘완벽을 추구하는 자’라는 뜻의 ‘퍼펙티빌리스트(Perfektibilist)’로 칭했던 일루미나티가 한국에 있다는 설정이 놀랍고, 지화를 등장시켜 기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삼는 글쓰기 수법이 놀랍다.
 이상의 전개만으로 추리소설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혹은 추리극의 구도를 짜본 사람이라면- 이미 결과를 상상할 수 있다. 하여 그 결과까지 달려가는 과정에 흥미를 갖는 것이 상황극의 묘미인데, 이 작품은 작가의 재능이 상상을 초월하여 추리소설께나 읽었다고 자부하던 필자도 미로를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지금 절정에 오르고 있다. 강바울신부의 조카로 밝혀진 식복사 레아가 실종되고 이준이 12년 전에 자살을 강요당한 이찬의 동생으로 정체를 밝힌 것이다. 따라서 감상평을 진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시점일 수 있지만 모든 것이 드러난 후의 미스터리 극이란 시간을 놓친 라면과 같은 법이라 다소간 억지를 부려 이 시점에서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수도원과 사건이라면 우리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벗어날 수 없다. 그가 쓴 일련의 작품들, ‘전날의 섬’이나 ‘푸코의 추’가 ‘장미의 이름’을 뛰어넘지 못하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 많은 평론가들에게 최면을 당한 탓이다. 20세기 최고의 작품 순위 앞자리에 놓고 왈가왈부 해대니 우리가 어찌 읽지 않고 배길 것인가. 
 ‘탐정신부’는 무대의 장치와 사건의 전개, 명탐정의 활략상이 ‘장미의 이름’과 닮았다. 전 세기 최고의 소설 ‘장미의 이름’, 그 명성 높은 작품의 흉내에 그쳤다면 논외로 취급하고 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허지만 작가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역시 최고의 미스터리극의 하나인 ‘다빈치 코드’의 장치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고, 이상의 명품들의 단순한 모방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야기의 시작단계부터 식복사 레아의 역할을 중시했다. 이준을 추종하고 재화를 증오하는 레아, 그 장면에 포인트를 두고 다음 추리를 하였더니 매듭이 풀려 나갔다. 게다가 이준이 구태여 얼굴을 집중적으로 훼손하고 지화로 대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12년 전의 사건에서 희생된 흑인 혼혈 학사 이찬의 동생이 백색증을 앓았다는 데 포인트를 주니 사건의 전체적인 윤곽이 잡혔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강한 작품은 독자가 읽기 편하다. 일류미나티의 일원으로 가계의 귀족성을 강조하는 원장 신부와 인격자의 표본 같은 백신부, 수사 경찰이었던 탐정신부, 빼어나게 미남인 데다가 비밀을 간직한 듯싶은 이준, 이준의 친구지만 귀족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재화. 묘령의 식복사 여인 레아의 알 수 없는 기행. 이만한 장치에 스물 몇 회까지 진행된 이야기를 가지고 전체를 추리하지 못한다면 추리소설의 열혈 독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감상평은 16~17회까지의 전개에서 쓰였어야 했다. 이야기의 전개상 종결은커녕 가장 중요한 장면들조차 등장하기 전인데 감상평을 논하는 것은 독자의 횡포이겠지만, 그러한 만용이야말로 독자로써의 권리인 것을 어찌 누리지 않겠는가.
 이 문제는 작가가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끌고 간 데 책임이 있다고 돌리고, 한 회, 또 한 회, 연재되는 작품을 읽으며 너무 행복했음을 고백한다. 모처럼 등장한 대형 작가가 우리 곁에 있었음에 감사드리고, 나머지 이야기가 유종의 미를 거두어 ‘장미의 이름’과 ‘다빈치 코드’를 납작하게 해줄 명작으로 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이 감상평은 24회까지의 연재 시점에서 쓰였습니다. 작가 최극은 25회 연재분부터 스토리에 일대 변신을 꾀하여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데, 저는 지켜볼 뿐으로 이대로 마감하려 합니다. 후속편들을 논한 감상평의 나머지는 다른 독자 분들께서 마무리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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