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15 15:02
[응모]_세자빈의 발칙한 비밀_로맨스소설_정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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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만만하지 않은 편견의 위력 >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예능이 있다. 이 예능의 최대 수혜자들은 아이돌 그룹에서 메인보컬을 맡고 있는 멤버들이었다. 평도 ‘의외로 노래를 굉장히 잘해서 놀랬다’ 가 대부분이다. 아이돌 그룹은 노래는 좀 못해도 외모, 혹은 다른 매력으로 승부를 본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90년대 처음 아이돌 그룹이 생겼을 때는 그러한 경향이 있긴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습생 신분으로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실력을 쌓고 데뷔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때의 이미지가 그대로 쭉 이어지다 보니, 그들의 노래를 제대로 들으려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무늬 작가의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은 남녀 사이의 관계에서 이러한 편견이 어떠한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세자 이검은 궐 밖으로 잠행을 하다가 만난 소녀 ‘소을’이 자신의 부인이 ‘민보하’와 동일인임을 알지 못한다. 정치적 적대세력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좌상의 딸, 동생이 세자빈으로 거의 낙점된 상황에서 손을 다친 상황을 틈타 그 자리를 꿰찼다는 생각, 조커 수준에 가까웠을 법한 화장은 이검이 민보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편견’들이었다. 그 모든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이검은 동일인임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세자빈이 월담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진실’이라는 명언을 이검은 몰라도 너무 몰랐다.
이검은 후에 이렇게 말한다. 얼굴이 모든 것을 다 말해주지 않더라고.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랐던 나날들을 미움과 원망이라는 감정으로 낭비했음을 후회하면서. 이검의 대사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으리라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만큼은 편견으로 재지 말고 그 사람의 매력에 집중하자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작가가 편견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설정은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민보하의 사이코메트리 능력이다. 할리우드의 영웅 시리즈가 유행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야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테지만, 조선시대에서 민보하는 그저 귀신이 붙은 인간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이검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려고 마음을 먹었어도, 능력을 들키는 것에 대한 공포는 늘 그녀를 망설이게 했다. 그러나 그러한 능력에 대해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사람의 다른 점에 대해 백안시하거나 무조건 피하려고 하는 일은 시대를 불문하고 비일비재하게 있었다. 벼룩은 자기 몸길이의 30배 이상의 높이만큼 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높이가 낮은 병에 오랫동안 가둬놓으면 그 높이까지밖에 뛰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도 편견에 가득 찬 시선으로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에게 유리병을 씌우며 주눅 들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다른 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같이 고민해주는 것이 각종 차별 문제들을 해결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민보하의 아버지인 좌상의 범죄 행각이다. 그의 수많은 행패들은 허구일 뿐이라 여기며 넘길 수 있었지만, 단 한 가지가 가슴이 미어지게 했다. 내내 그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와 각종 아동학대 등으로 아동의 권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있는 현 시점에 맞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스토리 진행상 빠질 수 없는 장치이기는 했다. 그러나 범죄를 통해 좌상의 어떠한 측면 - 냉혹함인지 변태적 성향인지 - 을 부각시키려 했는지가 모호하고, 그 비윤리성과 잔혹함 때문에 범죄의 희생자들이 본 스토리 - 해피엔딩 여부와는 무관하다 - 보다 더 기억에 많이 남는 측면이 있다. 작가가 이 작품을 드라마-영화화를 통해 대중에게 더 보일 의향이 있다면, 좌상의 어떠한 부분을 부각시킬지 노선을 확실히 정하고, 거기에 맞는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확실한 건, 애들은 건들지 말아야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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