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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09 09:05
[응모]_여자들 복수를 꿈꾸다_라이트노벨_희망녀
  글쓴이 : 심삼일
조회 : 641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자가 무섭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보다 신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보호를 받는 위치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도가 없는 도로를 부부가 함께 걸어갈 때 남편이 아내를 길 가장자리에 서게 한다든가, 데이트하던 젊은 연인이 얕은 개울을 만나면 남자가 신발을 벗어 여자를 등에 업고 건너는 모습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연약한 여성을 보호하는 극단적인 예는 국방의 의무조차 여자는 면제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남성들에 의해 가정이나 직장에서 약자인 여성에게 자행되는 비행과 강압적인 폭력은 남성 우월주의 의식에 의해 별 것 아닌 일로 묵인되었고, 피해를 입은 여성들도 유교적인 사회의 풍습에 길들여져 자신들이 당한 성적인 만행조차도 어디에 하소연하지 못한 채 아픈 상처를 감추고 살아가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소설의 주인공 ‘채영’은 이혼하고 혼자서 아들을 키우며 ‘심리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싱글 맘이다.
넉넉한 가정의 무난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녀는 일반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했다. 그러나 아들이 네 살 되던 해에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편이 결혼 전부터 내과병원 여의사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딸까지 둔 이중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채영은 자신을 바보로 만든 그들에게 철저히 복수하고 싶었지만 시부모님과 남편의 눈물, 그리고 사진 속의 딸아이 모습 때문에 분노를 삼켰다. 결국 남편의 포기로 아들에 대한 양육권만 확보하여 위자료 없이 둘만의 삶을 시작했다.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채영은 친정 엄마의 권유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도우고 싶었는지, 아니면 남을 상담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위안 받고 싶었던지, 상담사 공부를 해서 ‘심리 상담소‘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
개별 면담을 하는 여성 고객 환자가 전부 열두 명이 되는 어느 날, 채영은 그녀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앞으로는 각자의 사연을 발표하여 아픔을 서로 공유하면서 함께 치유하고 극복해 나가자고 했는데, 다음날 집단 상담이 시작된 모임에는 다섯 명만 참석했다.

다섯 명 중 나이가 63세로 제일 많아 맨 먼저 발표를 하게 된 ‘지윤’은 남편이 무뚝뚝하고 귀가가 늦는 공무원이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9년간이나 목욕시키며 봉양했는데, 고교 3학년인 효손이 수능을 치르기 1주일 전에 곱게 돌아가셨다.
그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친구들과 물놀이를 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삶의 의미를 잃은 지윤은 과일 칼로 손목을 긋기도 했지만, 모친과 아들을 잃은 남편은 아내를 위로할 여유도 없이 직장에 사표를 내고 혼자 여행을 떠났다.
남편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해 집안에 칩거하며 몰골이 된 그녀에게 고등학교 동창이 매일 찾아와 성가실 정도로 보살펴서 지윤에게 다시 살아야 한다는 삶 본연의 의무를 깨닫게 해주었다.

두 번째 사연 발표자인 50대 중반의 ‘유화’는 큰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남편과 대학생인 두 아들이 있는데, 자식들 진학 뒷바라지에 열성이었던 그녀는 부티나는 차림으로 동창회에 나가면 항상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어느 날 동창 모임에서 남편이 외국출장 중에 다른 여자와 함께 놀아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질투심 많은 친구에 의해 우연처럼 공개되었고, 평소 여왕벌처럼 놀았던 유화는 완전 개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집에는 돈이나 가지러 들어오는 아들에게 아빠와 엄마가 이혼하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다가 싸웠냐며 엄마 인생 알아서 살고 자기들 괴롭히지 말라는 대답만 듣게 된 유화는 식음을 전폐하다 음독했지만, 다행히 절친에게 발견되어 구제되었고, 분개한 친구는 빨리 회복해서 남편에게 복수하라고 종용했다.

세 번째 발표자인 ‘시영’은 다섯 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고모님 댁에 위탁되어 대학을 나와 시청공무원과 결혼하고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했는데, 외출이 잦은 시어머니는 집에서 빈둥거릴 며느리가 싫어서 낮에 시아버지 빵가게에 나가서 거들게 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나오고부터 커피도 함께 판다며 기계를 들였고, 달콤한 빵 냄새와 은은한 커피 향  속에서 시영은 하루의 피곤함을 풀 수 있었다.
빵가게에 나가는 시영의 귀가시간이 외출했던 시어머니보다 늦어지자, 못마땅한 시어머니가 가게에 그만 나가라고 했지만 시아버지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토라진 시어머니는 게으른 며느리 때문에 자기가 희생한다는 식으로 남편과 아들에게 하소연하고 억울한 누명도 만들어 씌우기도 했다.

그러다 시영이 임신을 했는데, 이미 시영을 내치기로 작정한 시어머니는 어느 날 뜬금없이 임신복을 사러 가자고 했고, 현관 계단을 내려가던 시영은 느닷없이 굴렀는데, 시어머니도 같이 굴러 시영의 위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팔로 배를 감싸느라 머리를 벽에 부딪쳐 의식을 잃은 시영이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배에 통증이 느껴졌고 의사의 위로의 말에 아이가 떠난 것을 알았다.

시어머니는 아이를 잃어버린 책임을 물어서 시영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위자료도 줄 수 없다고 해서 빈손으로 나오게 됐는데, 다행히 시아버지가 시영의 결혼 지참금을 몰래 돌려줘서 작은 원룸 하나를 얻어 살 수 있었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 속에서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싸인 그녀는 거식증이 심해져 갔는데, 다행히 조카의 소식이 궁금해 수소문해서 찾아온 고모가 발견했다. 눈물로 시영의 모습을 바라보던 고모의 안타까운 눈빛 속에서 자신을 위해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시영의 퀭한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네 번째 사연 발표자는 긴 생머리를 한 불과 열아홉 살의 ‘솔지’라는 소녀였다.
일용직인 솔지 아버지의 들쑥날쑥한 밥벌이로 솔지 엄마는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무슨 연유로 여자가 생겼는지, 솔지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엄마와 이혼하게 되었다. 엄마는 지인의 소개로 들어간 작은 가내수공업 공장의 주임이라는 남자와 마음이 통했고, 결혼은 했었지만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몸이라 이혼했다며 솔지를 친자식처럼 잘 키우겠다는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 합쳐 살게 되었다.

솔지가 중학생이 되자 엄마는 딸아이의 학비에 보태려고 야근을 했는데, 어느 날 저녁 새 아버지는 설거지하는 솔지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쓰러뜨리고 옷을 벗겼다. 찢어지는 고통에 울고 빌었지만 아버지라는 남자는 뺨을 때리면서 솔지를 범했다. 그 후에도 솔지의 나체사진과 성교하는 장면을 비디오에 담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학교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솔지가 자상하고 따뜻한 미소를 가진 오빠와 사귀게 되었는데, 그들을 미행한 의붓아버지가 딸을 겁탈하려 했다는 누명을 씌워 학교에 그 오빠의 퇴학처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법적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가능한 일이었고, 의붓아버지가 오빠에게 더 나쁜 해를 입힐지 모른다는 잠재적인 공포 때문에 솔지는 침묵으로 아버지의 말을 기정사실화 시키고 말았다.

그렇게 따뜻했던 첫사랑이 깨져버린 솔지는 자신의 몸을 지배하면서 마음까지 막으려는 남자를 더 이상 참고 견딜 수 없어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아버지에게 상처를 남겼고, 경찰의 조사를 통해 의붓아버지의 행적이 드러나 그는 응분의 처분을 받게 되었다. 정상참작으로 소년원에서 가벼운 벌을 받고 나온 솔지는 비통해하는 엄마와 작은 방을 구해서 살았지만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손목을 칼로 긋는 일도 있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나온 발표자는 여행사에 다니는 스물일곱 살의 ‘예은’이었다.
무남독녀로 부모의 사랑과 기대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입학하고 낭만을 한껏 누리던 예은은 처음으로 동아리 여행을 가게 되었다. 산속 펜션에서 묵던 일행은 저녁식사 후에 가벼운 산책을 나섰는데, 예은은 술이 취한 선배 네 명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고 말았다. 산속에 버려진 그녀는 심한 통증과 공포심에 싸인 채 어둠속을 헤매다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졌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등산객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예은은 남자들에게 당한 기억이 사라져 그저 산책을 하다가 실족한 사고 정도로 입원생활을 했으며, 그녀의 기억상실이 그녀를 겁탈한 남자들에게는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가 되었다. 골절상과 뇌진탕 등 여러 증상을 종합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전전하면서 한동안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선배들의 병문안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았던 예은은 모든 기억을 되찾은 날 그때의 공포를 되살리며 심한 분노에 휩싸여 울기만 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아무에게도 돌아온 기억을 말하지 않은 그녀는 그 남자들을 찾아가 살인을 저지를 것 같으면서도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공포감에 젖어 금방 자신의 삶을 포기해 버리는 생각으로 바뀌기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 예은의 이상한 행동에 놀란 부모가 그녀를 심리 상담사인 채영에게 데려왔고, 여러 시간의 상담을 통해서 예은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 명의 힘겨운 사연 발표가 다 끝나고 채영이 ‘무거운 마음을 지우기 위해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얘기해 보라’고 하자, 예은은 주저 없이 “그것은 복수에요. 저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향한 저의 복수요.”라고 말했다.
채영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예은은 나머지 참석자들을 향해 “여러분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피해자에요. 일반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잊어라. 그것이 네가 살 길이다’라는 말을 실천하며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을 택하는 것이 더 자유로울 것 같아요. 제 생각이 틀렸나요?”라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전달했다.

그러자 유화의 소심한 동조에 이어 시영까지 거들고 나섰고 지윤을 제외한 모든 여성들의 생각이 한 곳으로 모여졌다. 집단 치유를 목적으로 했던 상담사 채영도 어쩔 수 없어 그녀들의 ‘복수’라는 공동의 목표를 저지할 수 없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전체 82화(31만자) 중 40퍼센트에 상당하는 32화이고, 이후 성장배경과 나이, 직업 등이 각기 다른 여섯 명 여자들이 합심하여 벌이는 복수 작전 50화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신체적, 사회적 우월성을 내세운 남성들로부터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파괴되었던 힘없는 여성들 개개인의 억눌렸던 분노가 ‘Me Too’ 운동처럼 여럿이라는 단체의 힘에 의해 동력을 받으면서 활활 불타올라 현실 속에서 예측불허의 화끈한 복수극으로 거침없이 진행된다.
무리 없는 상황설정과 세련된 서술은 미스터리한 사건 전개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작가의 치밀한 플롯 작성 능력을 돋보이게 한다.

(작가는 M사이트에 연재하면서 장르를 ‘라이트노벨’로 선정했지만, 이번 ‘K-NOVEL 제3회 창작소설’ 공모전에 ‘추리/스릴러’ 장르로 설정하고 참가하여 스토리야 독자들에게 한번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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