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쁜 사람아
현우는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위로받길 원했었다.
세찬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이주의 시야에 들어온 낯익은 남자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고 있는
그녀의 첫사랑이자 과외 선생님인 현우였다.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불안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에게 우산을 내밀어줄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우산을 건네준 유일한 사람, 이주.
돌아서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는 현우.
죄책감은 들었지만 따스한 온기와 위로가 필요했었다.
그는 그녀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
거칠게 다가온 그의 눈빛은 사랑으로 자신을 안은 게 아니란 걸 안 이주는,
그의 입에서 실수라는 말을 듣는 게 두려워 그 자리를 떠나게 된다.
그들은 비가 올 때면 그날을 떠올렸고,
7년이란 시간이 흘러 둘은 재회하게 된다.
처음인 이주를 배려 없이 안은 후회와 미안한 마음인 현우.
그 날을 떠올리면서도, 선택은 자신의 몫이기에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는 이주였다.
현우는,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자신의 불행한 삶 속에 이주와 함께할 수 없기에,
다가가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맘과 다르게 다가갔고.
자신이 기억하는 추억이 변하는 것도,
상처받을 자신을 알기에,
맘과 다르게 멈추고 싶었던 이주였다.
만남 속에서 결혼도 미래도 약속할 수 없다는,
끝이 보이는 사랑을 말하는 현우의 고백에, 혼란스러운 이주였지만.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온
‘좋은 사람’이란 뭘 까? 라는 의문에서 현우를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이주는,
현우에게 세 번의 데이트를 제안한다.
반복되는 만남 이후 계속되는 바람, 다시 확인되는 마음,
밀어낼 수 없는 존재, 후회.
만남을 원하는 현우.
밀어내는 이주.
결혼도 미래도 약속할 수 없다는 고백.
사랑하지만 사랑한단 말도 못 하는 남자.
자신의 삶은 행복할 수 없다는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애틋함과 결핍을 본 이주.
그들의 복잡한 감정 속에서 어떻게 내용이 전개될지 궁금증을 더욱 유발하게 했다.
만남을 원하는 현우와 밀어내는 이주를
어떻게 만나게 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길잃은 어린아이가 등장했다.
어린아이의 엄마를 기다리며 주고받는 얘기들,
통보하듯 만남을 말하고 돌아서는 현우였지만,
우연적인 만남이 아닌 약속된 만남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술자리 대화에서
‘좋은 사람’이란 뭘 까? 라는 의문에서 현우를 떠올리며,
이주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며
둘의 함께하는 과정들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만남부터 함께하는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고,
그들의 감정을 느끼며 빠져들었다.
복잡한 심경의 글이었지만,
답답하다 느껴지지 않았고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복잡한 감정 속의 현우와 이주, 그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매개체들.
플로리스트인 이주에게서 나오는
꽃 이름과 꽃말들 또한 그들의 감정과 애틋함을 살려주는 요소들이었다.
다만, 재회하는 과정에 과도한 심리묘사가 글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독자에게도 이주와 현우의 입장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면,
그들의 심정을 좀 더 깊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설정과 글 흐름이 좋았고,
책 제목도 내 예쁜 사람아 지만,
읽으면서도 읽고 난 후에도 머릿속에 떠올린 단어 ‘예쁘다’.
나의 머릿속에 각인될 만큼,
현우와 이주의 사랑을 너무나도 예쁘게 그려냈고,
책을 덮고 난 후 ‘잔잔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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