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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26 23:59
[응모]_사내맞선_로맨스_해화
  글쓴이 : jeeeej
조회 : 540  
/유리병에 가득 찬 마시멜로는 썩기 마련이다.

호사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에 영감을 준 마시멜로 실험(어린이에게 마시멜로 과자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나중에 2개 먹을 수 있다고 제안하여 미래 성공관계를 알아보는 실험)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최상의 만족을 얻으려면 절대적인 절제라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인생 통 틀어서 말이다. 하지만 여기 해화 표 로맨스소설 '사내 맞선'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야기에 대입해보면 이 말은 약간 핀트가 어긋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운기업의 기획재정 2과 신하리는 대학교 조별 과제 때 만난 민우라는 남자를 7년째 짝사랑 중이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어여신'이었다. 어차피 민우의 여자친구는 신하리! 나!라는 좌우명을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던 하리. 그녀는 민우의 연애 기간이 한 번도 길게 간 적이 없다는 사실에 희망을 갖고 있다. 언젠간 저 텅 비어버린 민우 옆자리를 차지할 사람은 '나'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하리에게 여자친구가 없으면 허전했던 민우는 금세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들고 기어이 자리를 빌려 소개까지 시켜주는 친절을 베푼다. 이만하면 하리의 애정으로 만든 마쉬멜로가 가득 찬 유리병은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첫사랑은 이룰 수 없어서 아름답다 말보다도 벙어리 냉가슴 속앓이 하는 제 마음을 몰라주는 민우가 야속해지는 하리다.
대세는 사이다. 작가는 고구마를 싫어하는 독자를 위해 빠른 해결안을 제시한다. 이대로 여주를 주저앉게 할 것인지, 일으켜 세워줄 것인지. 신하리는 4인 가족의 장녀였다. 부모님은 조그만 치킨집을 운영 중이지만 장사가 되지 않아 월세가 항상 부담이었다. 첫사랑은 잠시 잊고 돈을 위해 달리라고 재촉하는 작가의 손길 따라 하리는 유일한 부잣집 친구 진영서의 맞선을 대타로 나간다.

/일이면 일, 성공이면 성공인 남자는 연애엔 젬병이다.

강태무 그는 누구인가. 어리숙한 아버지를 대신하고도 남을 정도로 성운기업을 준 재벌급 회사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을 세운 인물. 일이면 일 성공이면 성공을 완벽하게 해내는 완벽한 남자. 신이 그를 만들 때 외모에도 아낌없이 투자하신 게 분명하다. 모델 뺨치는 훤칠한 키에 뇌쇄적인 샤프한 그의 눈빛에 쓰러진 여자가 한둘은 아닐 것.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여자였다. 연애는 책으로도 배우지 않는 강직함을 고수하며 살던 태무가 맞선을 나간 이유도 결국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맞선을 보라고 자꾸 부추기는 조부가 성가신 태무는 맞선을 통해 결혼이란 제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려고 했었다. 눈앞에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조던 피터슨에 따르면 '누군가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때는 행동의 결과를 유심히 관찰해 그 동기를 유추해 보라.'고 했다.
태무가 진영서란 탈을 쓴 신하리를 보고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문장이다. 명색이 맞선자리에 나온 하리의 상태는 이랬다. 눈은 밤탱이 돼 스모키 화장, 영혼의 혼연일체 집결체인 타이트한 의상도 물음표 백 개 추가인데 주의력분산 용어 남발에 왜 그렇게 하고 싶다, 할 수 있다, 그것만 한다 라니. 대체 뭘 하자는 건지 태무의 미간엔 어쩔 수 없이 주름이 패인다. 그는 피곤한 것이다. 맞선을 어지간히 나오기 싫어한 여자와 함께 있는 이 자리가. 하지만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 저 수상한 여자와 함께 헤쳐 나갈 로맨틱한 행보를.

/후라이드 반 양념 반 ‘사내맞선’

혹자는 후라이드 치킨은 순하지만 양념은 자극적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이 ‘사내맞선’을 치킨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 로맨스소설이 내세우는 맛은 여타와 다르다. 전자와 후자가 뒤바뀌어있다. 톡 쏘는 콜라가 한 잔 당기는 바삭바삭한 후라이드 치킨의 자극적이고 위험수위를 오가는 하리의 언어는 강하고 뚝심 있는 남자 태무를 만나 구미가 당기고 달콤함이 넘치는 양념치킨으로 변했다. 첫사랑을 포기 못해 7년째 고백도 못하고 끙끙 않던 소심녀가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후 열렬한 구애자로 변모했다. 사랑을 모르던 워커홀릭은 또 어떠한가. 시간은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만 알았던 한 치의 오차도 없었던 남자가 시간의 흘러감에 상관없이 계속 보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 평생 웃을 일 없을 줄 알았던 남자가 그녀만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 둘 사이의 민우란 오징어는 과거의 일이며, 외계생명체일 뿐이다. 섭씨 180도에서 갓 튀겨낸 것처럼 바삭바삭한 맛이 났던 하리와 태우의 첫 만남을 달달한 양념을 온통 끼얹기 전 입맛을 다시게 하는 에피타이저였다. 후라이드에서 양념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필요한 무였다.

/어차피 결론은 ‘해피엔딩’ 이다.

자극적으로 시작해 달달함의 끝을 달리는 이 새콤달콤한 로맨스에 빠지고 싶긴 하지만, 하리가 태무에게 너무 과장된 몸짓과 언어로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대쉬해서, 과장 코믹극이 언제 끝날지 불안해서 못 보겠다고 망설여진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배경보다 사랑을 택한 강단 있는 진영서와 사랑 앞에서 더 강해지는 차성훈의 러브스토리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비밀스런 소년의 첫사랑 이야기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작은 선물이다. 어차피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사내맞선의 해피엔딩은 결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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