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30 07:29
[응모]_우리 베란다에서 만나요_로맨스판타지_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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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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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함축시켜 얘기하자면 '시공간이 다른 이계에서 100년쯤은 우습게 사는 신성한 거미 한 마리는 우주 같은 거미줄을 쳐놓았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한창 인기가 치솟고 있을 때 작품을 처음 발견했다. '재미'는 검증되었겠으나 그게 ‘취향’에 맞을지는 의문이었던 그 순간, 작 중 인물의 대사 같기도 한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작품을 발견한 독자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한 작품 제목은 대번에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오기 충분했다.
그렇지만 막상 작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첫 장을 넘겼기에 흔하거나 혹은 진부한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시선을 끌기에 충분히 화려한 외모와 지성미를 인증해주는 베스트 셀러 작가 타이틀의 남주는 인기 최고의 연예인에게 대쉬받고 있다는 걸 처음부터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품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군데군데 신선한 소재들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 외에 인물들과 사건들이 하나같이 생생했다.
남자주인공인 공도하가 박물관 문화재 복원사인 여자주인공 정이채를 만나는 순간부터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다. 도하가 진실을 숨기고 이채에게 다가갈 수 없음을 얘기할 때는 함께 애절해졌고, 같지만 다른 두 명의 도하를 마주하며 이채의 감정이 커질 때마다 느끼는 혼란스러움에 함께 마음이 탔다. 작품과 독자를 잇는 실이라도 존재하듯 인물들의 생생함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물론 하나의 우주 같은 거미줄 사이로 구멍처럼 보이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작품 중반부와 후반부에서 보이는 공류하의 태도 변화였다. 도하의 동생인 류하는 철없이 자라 해맑은 도련님의 모습으로 찾을 수 있다. 자신에게 닥친 모든 불행이 마치 형이 원인이라고 맹목적이게 생각하는 아이 같은 면은, 사건의 시작을 끌어온 인물이 가진 매우 자연스러운 기질이었다. 사건이 중반부에 접어들며 공류하는 시시 각각의 감정 변화를 자신조차 쫓아가기 힘들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인물로 무르익는다. 맹목적임은 어느새 집착과 광기를 보이며 꽃을 피운다. 그러나 사건이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정화백의 등장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보인다. 철없음을 바탕으로 형성되어있는 공류하라는 인물이라도, 그 전에 보였던 광기가 급작스럽게 사라진 흐름은 고속도로에서 높다란 방지 턱을 만난 것 마냥 따라가기 껄끄러웠다. 급변하는 인물의 감정선은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꽃을 떨어트리고 만 것이다.
그러면서도 작품에서 진행되는 사건들은 첨예함을 잃지 않으면서 잘 어우러져 있었다. 능숙한 거미가 거미줄을 치듯 하나하나 이슬을 머금고 아름답게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어느샌가 작품을 읽고 있는 독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미줄 한가운데 있었다. 자신이 거미줄에 걸린 것을 알게 된 먹이가 발버둥을 쳐봤자 거미줄에 더 묶이고 마는 것처럼 작품은 독자를 그렇게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우리 베란다에서 만나요는 '타임슬립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판타지와 로맨스, 스릴러는 하나만으로도 존재감을 확실히 뿜어내고 있는 장르지만, 이 작품에서는 어느 하나 튀지 않고 뒤지지 않으면서 단단히 얽혀 우주 같은 거미줄을 치는 데 성공했다.
맛있는 거 더하기 맛있는 건 답정너의 맛있는 거!처럼, 쓰리콤보 장르에 신선한 소재를 맛깔나게 버무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낸 작가의 역량에 감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작품을 보며 취향에 맞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일단 우리 베란다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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