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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29 09:33
[응모]_묵향_무협판타지_전동조
  글쓴이 : jaek
조회 : 435  
국민가요, 국민여동생...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공전의 히트를 한 것들에 우리는 ‘국민’이라는 칭호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이 도서는 어떨까?
“전국 주요 14개 대학의 대출도서 순위 1위”
언뜻 보기에도 엄청난 타이틀. 서울대생의 대출도서 순위 1위라는 ‘총, 균, 쇠’를 뛰어넘는 엄청난 타이틀. 이러한 수사가 허용되는 도서라면, 감히 ‘국민도서’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싶다.
‘전국 주요 14개 대학의 대출도서 순위 1위’라는 이 엄청난 타이틀을 갖고 있는 도서는 다름 아닌 웹소설, ‘묵향’이다.

 묵향은 비단 이 엄청난 타이틀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겐 굉장히 특별한 웹소설이다. 20대 시절 처음 접해, 내 반평생을 함께해오고 있는 웹소설이기 때문이다. 1분 1초 시시각각 유행하는 음악이 바뀌고 유행도 채 1개월이 가지 않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시대에 ‘반평생을 함께 한 소설’이라니! 놀랍지 아니한가.

웹툰, 웹소설, 유튜브에 각종 SNS까지. 범람하는 콘텐츠의 바다에서 사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구시대의 유물 같은 소설로 취급될 지도 모른다. 웹소설계의 시조새같은 묵향을 아재 냄새난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늦어지는 연재로 인해 별점테러를 받고있는 지금의 상황이라면, 젊은 요즘 세대들에게 있어 묵향에 대한 접근성은 더더욱 멀어지고야 말 것이다.
 하지만 묵향은 분명 한국 장르소설의 새 지평을 연 역사적인 작품이며 세월을 뛰어넘어 그만의 고유한 재미와 독특한 가치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간편히 스마트폰을 켜서 웹소설을 즐기는 세대들에게, 전화선으로 pc통신을 켜 보던 웹소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홍보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전동조 작가를 향한 작은 바람을 전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감상문을 써본다.


 언제나 ‘영웅’이라는 이름하의 정의사도만이 주인공인 무협소설. 하지만 너무도 정의롭고 정직한 주인공들은 내겐 그다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언제나 비슷한 내용들인 무협소설에 지쳐갈 때쯤 접하게 된 묵향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신세계였다.

 묵향은 마교의 인물이다. 언제나 정파의 신진고수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무협소설에, 묵향은 그저 주인공에게 필패하고 물러날 찌질한 악당으로만 분류되던 인물군. 누구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았던 빌런 역할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무림의 악인 마교 인물이 주인공이라니!
기존의 무협소설을 뒤집는 주인공 설정과 더불어 묵향 속의 인물들은 명확하게 정파/사파, 선/악의 이분법적인 세계관으로 나뉘지 않는다. 오히려 마교의 인물들은 자신의 사익과 욕망을 온전히 내보이는 인물들로 그려지고, 정파의 인물들은 오히려 가식과 자기 기만적인 행태를 보이는 모순적인 모습인 모습을 보이며 선과 악의 경계를 흐려놓는다. 그렇기에 더욱 묵향 속 인물들은 한층 더 입체적이고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기존의 무협소설에서 등장했던 것과 같이, 묵향 속 마교 역시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비정한 세계이다. 그렇기에 그런 곳에서 키워지고 자란 주인공인 묵향은 당연히 정의롭지 않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무협소설 속 절대고수들의 신선 같은 풍모나 위엄, 정의감, 자비심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묵향은 야비하다 싶을 정도로 못 되고 황당한 성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묵향이 흔한 무협소설 속 마교의 거두 같은 악당인 것도 아니다.
그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초절정 고수인 주제에, 소탈하고 유치하고 개구진 소년 같은 면이 있기도 하다. 소설 묵향이 레전드로 남아있는 이유는 필시 이런 ‘묵향’이라는 주인공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어느덧 연재 20년 차, 가히 대하소설이 되어버린 묵향의 줄거리를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1부 묵향 : 묵향의 무림재패를 다룬 무협소설’
이 소설의 유명세에 기여한 것이 바로 이 1부, 1권부터 4권까지의 시작부분이다. 1권은 무협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무리 없이 작품에 몰입 할 수 있게, 작가가 무협 세계관과 관련한 친절한 설명들을 함께 풀어낸다. 진중하고 고리타분한 기존의 정통무협소설들과 달리, 유쾌한 문체로 묵향의 성장기를 풀어내 천하제일인을 향해 질주하는 묵향의 시원시원한 액션을 통쾌한 마음으로 구경할 수 있다.
1부의 마지막은, 천하제일 고수가 되어 희대의 마두가 된 묵향이 그에 반발하는 세력의 암습을 당하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2부 다크레이디 : 무림고수 묵향, 판타지 세계로 가다’

묵향에 반발하는 세력 암습으로 인하여 묵향은 차원을 이동하여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된다.
 내공, 무공 대신 마법, 타이탄, 저주, 드래곤 등이 난무하는 전연 다른 새로운 세계관으로 떨어진 묵향. 그가 떨어진 세계는 다름 아닌 판타지세계!
 무협 + 판타지!
‘환협지’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 부분이 바로 이 2부이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무협과 판타지의 콜라보로 묵향은 장르소설에 있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함과 동시에 다른 소설들과는 차별화되는 독보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차원 이동의 소재를 넘어서 마계까지 등장하며, 묵향의 세계관은 폭넓게 확장되며 치밀한 스토리를 진행시켜나간다.
천하제일인의 위세는 여전하지만, 모든 내공과 힘을 잃은 채 15살의 금발 미녀로 새롭게 태어난 묵향. 강력한 무공과 내공으로 중원을 주름잡았던 나로, 고향인 그곳으로 ‘나 다시 돌아갈래’ 여행이 이어진다.

이어진 ‘3부 묵향의 귀환.’
역경 끝에 무림으로 돌아온 묵향! 무협에서 판타지로, 또 다시 무협으로 돌아온 순간, 많은 독자들은 기대했다.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세계관을 펼쳐내며 독자를 매혹시킬지. 하지만 3부에서 주인공 묵향의 비중은 갑자기 줄어들어 한 권에 채 10페이지도 등장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며, 주요인물보다는 주변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4부 부활의 장.’
가히 논란과 애증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4부로 인하여 많은 독자들이 레전드라 칭하던 ‘묵향’에게서 돌아서버렸다. 왜냐하면...
 
주인공 묵향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소설 ‘묵향’의 묵향이 죽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라이’라는 어린 소년으로 환생한다. 천하, 아니 무협도 판타지도 주름잡던 만렙 천하제일인 묵향이, 뜬금없이 계정 삭제되고 초기화된 채 레벨1 뉴비가 되어버린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는 소설‘묵향’이 아닌, 소설‘라이’이다.
물론 ‘라이’는 묵향의 기억을 되찾아가며 점점 더 강자로 성장해가고 있다. 언젠가 라이가 묵향으로 각성 해 다시 소설 ‘묵향’이 도래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묵향’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이 다시 묵향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스마트폰도, 웹소설이라는 용어도 없던 그 시절의 독자들은 초반의 신선한 충격들을 추억하며 20년 장기연재 마라톤의 끝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나 역시 처음 묵향을 접했을 때의 설렜던 소년의 마음으로 묵향을 기다리고 있다. 내게 묵향이 ‘반평생을 함께 한 소설’이듯이, 어린 시절 묵향을 접했던 모든 독자들에게 묵향은 단순한 웹소설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묵향의 창대했던 시작을 기억하는 만큼, 지금의 묵향을 향한 독자들의 기대, 그리고 실망감에 따른 질타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마무리가 참 중요하다.
단순 ‘소설’이 아닌 ‘웹소설’로서,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연재되는 웹소설을 표방하는 만큼. 독자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여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래본다. 다시금 묵향의 명성을 되찾기를 바래본다. 나의 유년기를 함께했던 ‘레전드’가 세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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