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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29 02:08
[응모] _바바리안 퀘스트_판타지_백수귀족
  글쓴이 : Kulta
조회 : 493  
한여름 폭염에 휩싸인 거리에 서서 후끈한 아스팔트위 아지랑이를 바라보다가 국밥집을 찾을 사람은 흔치 않다. 뭐 작년 겨울에 추위와 허기를 달래주었던 국밥의 향수 때문에 잠시 그 가게 앞을 지나갈수는 있고 또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존재 하기는 하지만 대개는 냉면집을 가게 마련이다. 요즘 소설 판이 그러하다. 많은 이가 작년 겨울에 먹었던 뜨근한 국밥을 그리워 하고 말도 그렇게 하지만 막상 국밥집이 문을 열면 다들 냉면집을 간다.

복잡한 세계관, 성장을 위한 느릿한 전개, 수많은 설정과 디테일을 함께하는 정통 판타지는 국밥과 같다. 풍부한 재료와 구수한 향 덕분에 먹어 볼까? 하는 생각에 수저를 한번 들어 보지만, 뜨거워 빨리 먹을수가 없으니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사람들은 힘들고 바쁘고 그러니까 한여름 한낮처럼 열나고 힘들다. 그래서 시원 시원한 전개, 시작부터 강력한 주인공, 대리만족으로 도배된 냉면같은 소설이 딱 현대인들에게는 딱 인것이다.

바바리안 퀘스트(이하 바퀘)는 솜씨 좋은 아지매가 말아 주신국밥 같은 소설이다. 주인공 유릭은 서부에서 하늘산맥을 넘어온 이후 평생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신에대한 생각과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 또한 함께 무너진다.

부족 주술사들은 하늘산맥 넘어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곳을 넘어가서 새로운 세계를 만난 유릭은 오히려 매력을 느끼고 문명인의 모든것을 배우려고 마음 먹는다.

그리고 제국인들이 믿는 태양신 루를 믿어보려 한다. 그러나 칼밥을 먹고사는 전사에게 자비의 신인 루는 맞지 않는다는걸 깨닫고 전투의신인 북부의 신을 믿어보려 하지만 싸우다 죽어 검의 언덕으로 가는 것만을 미덕으로 아는 신은 보편적인 신이 될 수 없는걸 깨닫게 된다.
 
보다 싶이 바퀘는 요즘 트렌드와는 다소 벗어난 느낌을 주는 정통 판타지 소설이다. 거기에 작가의 훌륭한 필력이 더해져 근래 장르소설 시장에서 보기 드믄 밀도 높은 소설이다.

바퀘가 수작이라는 점. 아이러니 하게도 바퀘가 수작이기에 발생하는 아쉬움들이 있다. 어쨋든 바퀘도 장르소설 범주 안에 들어 가 있는 상업소설이다. 상업소설은 다분히 독자친화적이고 그래야 한다.

그런데 바퀘는 독자와 작가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즉 중심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초반부 유쾌한 시작은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매우 독자 친화적인 소설인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급격히 어두워 지는 전개와 철학적인 메시지들. 그래서 중반 이후 작품은 점점 작가 친화적으로 기운다.

그러다 상업성을 배제 할수 없었는지 다시 독자 친화적으로 돌아 오기도 한다, 작품은 이렇게 독자와 작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 결국 독자친화적이지 못한 아주 어두운 결말로 마무리 된다.

바퀘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볼만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진면목은 주제의식에서 드러난다. 문명인과 야만인의 대립은 이 소설의 핵심 주제가 아니다. 소설의 핵심 주제는 신이란? 사후세계란? 과 같은 철학적인 질문이다. 그렇기에 웹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선형적고 초월적인 존재들 마법이나 드래곤은 등장할수가 없다.

최근 트렌드로서 '갑질물'에 대한 안티테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끊임없이 갑을 추구하며 개인의 성공신화에 집착하는 갑질물 현대판타지의 극한은 결국 인간성이 매몰 된 일그러진 영웅으로 보인다. 또 바퀘는 장르 소설에서는 극히 드문 엄청난 어두운 결말로 독자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작품의 훌륭한 점이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현 시장에서 상업성으로 따졌을때는 어두운 결말은 마이너스 요소이기도 하다. 절대다수의 장르소설 구독자들은 디테일한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다. 현실에 지쳐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하는데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은 피곤하다. 한 10년 전처럼 시간을 두고 한권씩 읽던 시절에 나왔다면 더 좋은 평가와 흥행 성적을 받았을것이다.

따라서 바퀘는 느낄것도 많고 볼만은 한데, 다음편이 기대되지 않는 소설이다. 즉 독자는 아쉽지 않다는 말이다.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다. 웹소설에서 편당 기대감이 낮다는건 안팔린다는 뜻이다. 장르문학은 상업성과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인데, 낮은 흥행성은 작품의 존폐위기와도 직결된다. 그래서 필자는 작품의 연재가 갑자기 종결되지는 않을지 불안하기도 했다.

어쨋든 요즘 처럼 일일 연재가 일상회 되어있는 상황에서 아쉬움이 없다는건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다른 수 많은 웹소설들은 독자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여 기대감을 낳게 하고 그 힘으로 다음 화를 결재 하게 만든다. 그들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그런데 바퀘는 그게 없다. 음식으로 따지면 달고 짠것이 없어서 밍밍하다.

유행에서 벗어나 있을지는 몰라도 스토리며 전개가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왜 밍밍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까? 나는 그 의문의 해답을 캐릭터성에서 찾았다. 바퀘는 좋은 평가를 받았던 소설이고 높은 평가를 가지는 독자들도 많다. 물론 필자도 좋은 소설이라 생각 하지만 어느 소설이던 완벽할수는 없는법. 바퀘 매니아들에게는 다소 불편할수도 있는 의견을 말하고 싶다.

바퀘에는 두가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첫째는 주인공 캐릭터의 일차원적이고 모순적인 행동. 둘째는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캐릭터들과 독자들 사이에 거리감에 있다.

캐릭터가 일차원적으로 보이는 문제는 곧 연출력의 문제이다. 주인공이 야만인이기 때문에 코난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다. 야만인 코난 소설에서 코난은 상아탑에서 문명인과 사소한 시비에 모욕을 느끼고 문명인을 죽여 버린다. 여기서 코난은 문명인의 방정맞음을 이해 하지 못하고, 그들은 법과 질서라는 울타리에 갇혀 죽음에 대해 무감각 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문명세계에 등장한 코난이 문명인과 얼마나 다른지 극명하게 드러 난다.

코난의 엄청난 첫등장을 위해 도시를 찾는 이들의 거친 모습, 그리고 선술집에서 야비한 말투, 등장인들의 옷차림 표정 말투가 입체적으로 그려 진다. 그래서 코난이 단칼에 문명인을 살해 했을때 이 장면에서 독자는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바퀘는 그렇지 못하다. 물론 유릭도 코난과 비슷한 말과 행동을 하지만, 저런 연출이 없었기 때문에 코난 같은 느낌을 주지 못하고 일차원적으로 느껴진다. 아니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좀 더 말해 보자면 주인공은 입체적 모순덩어리다. 전화에서 생과사 영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자가 다음 화에서 폼잡으며 권력자를 죽이려 한다. 즉 주인공의 폭력에는 일관성이 없다. 어떨 땐 고뇌하는 현자인데 어떨 땐 내로남불 같은 이중잣대를 가진 위선자이다. 원인은 바로 캐릭터가 가진 개성을 부각하는 장면의 연출이 턱 없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그래서 독자는 인물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찾기가 어렵다.

이는 두번째 이유와도 연결 되는 부분인데, 그래서 극이 진행 될수록 독자는 불편하고 거북 해진다. 유릭은 야만인이지만 문명을 사랑하는 캐릭터 이다. 그런데 그 야만인의 행동이 너무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야만인이 너무 똑똑해서? 아니면 너무 폭력적이라서? 야만인도 똑똑할수 있고, 바퀘보다 더 폭력적이고 잔인한 소설은 널리고 널렸다. 그렇다면 왜?

그것은 독자와 주인공과의 거리감이다. 대부분 아니 모든 독자가 현대사회의 문명인이다. 그러나 주인공 유릭은 야만인이고 그는 문명인들을 박살 내고 다닌다. 여기서 독자가 유릭과 무슨 동질감을 느낄수 있을까? 그렇기에 유릭의 폭력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생기고 불편해 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독자가 가진 심리는 그렇다. 하지만 바퀘는 소설이 아닌가.

무한도전에서 정준하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고 감동 했다 말했다. 이 소설은 간단하게 중년의 사랑이자 불륜 이야기다. 불륜이라는 요소는 비도적적이고 비윤리적이다. 그런데 누가 메디슨 카운티를 읽고 불륜 저질극이라고 하는가. 소설의 매력과 힘이 그런것이다. 작가는 전능하다. 그의 힘에 의해서 독자는 범죄자와도 동질감을 느낄수 있다. 아무리 나와 동떨어지고 비윤리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그런점에서 주인공과 독자 사이에 자꾸 거리감이 생기는 부분은 참 아쉽다.

이런 저런 작품이 가진 단점에도 불구하고 바퀘는 계속 해서 보게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왜냐하면 요즘 웹소설에서 접하기 힘든 철학적인 주제가 작품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는데 근래에 장르 문학은 너무 가볍고 순문학은 너무 어려워서 마음을 살찌우기가 어렵다. 또 바쁜 일상 생활속에서 살아가다보면 단 30분도 책읽을 여유가 없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나의 하루 시간중에서 단 30분도 시간을 낼 수가 없는지 계산을 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바퀘는 그 30분 정도는 투자 해서 천천히 읽어 볼만한 책이다. 비록 순문학 만큼은 아닐지라도 조금은 철학적인 주제에 관해서 생각도 하면서 마음을 살찌울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여름이라고 냉면만 먹으면 배탈이 나게 마련이다. 한번쯤은 든든하게 국밥도 먹어줘야 힘이 난다. 그동안 킬랑타임용으로만 웹소설을 읽었다면 바퀘로 재미도 느끼고 한번쯤 사색에 잠겨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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