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30 22:42
[응모]_궁에는 개꽃이 산다_로맨스_윤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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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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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나는 매일 책방에 들리곤 했다. '인터넷 소설'을 빌리기 위함이었다. 당시에 인터넷 소설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었고 나 또한 푹 빠져있었다. 많은 로맨스 소설에 설레이던 그 당시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중히 소장하고 있는 책을 만나게 된다. 바로 윤태루 작가님의 <궁에는 개꽃이 산다>다.
궁에는 개꽃이 산다의 여자 주인공은 그때까지 읽었던 다른 소설의 여자 주인공하고는 너무도 달랐다. 투기는 기본에다 악랄하고 잔인한 성격, 모두가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악행을 일삼던 현비 개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온갖 사람들을 괴롭히고,독하고 냉정한 모습으로 궁 안에서 살아가던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은왕제의 하나뿐인 옆자리, 황후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리의 독한 성격때문에 은왕제 언은 그녀를 거부한다. 개리는 언의 사랑을 원했지만 언은 개리에게 휘둘리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오히려 그녀를 멀리하는 것이다.
개리와 언은 서로 굉장히 닮았다. 자존심이 센 것도, 거짓된 강함으로 자신을 무장한 것도 닮았다. 개리는 자신의 약한 모습조차 보여주기 싫어 홀로 방문을 잠그고 아파한다. 언은 자신의 눈물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홀로 쏟아낸다. 하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개리는 언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며 다가가는 한편 언은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며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며 자신의 마음을 속인다.
개리는 궁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품을 가진 여자이면서 때론 궁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개리는 한 여자로서 한 남자만의 사랑을 필요로 했고, 그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거짓된 강함과 독함으로 둘러쌓인 그녀는 궁을 나온 뒤에야 진정한 강함을 얻게 된다. 모든 걸 외면하려 했던 언도 개리가 떠난 뒤에야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한 남자로서 개리의 앞에 선다.
- 궁에는 꽃이 산다. 개꽃이라 하였다. 모양은 꽃이고 속은 개라, 궁에 사는 꽃은 개꽃이라 하였다.
표지에 있는 이 문구는 책을 너무 잘 표현하여 지금도 이 소설을 떠올릴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한다. 그러면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다시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악역 로맨스는 요즘에는 많이 나오는 소재이지만 당시에는 너무 신선했다. 두꺼운 책이 3권이나 있었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고, 작가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에 감탄이 나왔다.
이 소설은 악역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첫 소설이었고 나는 이 책을 다섯번도 넘게 빌려보다 구매까지 하며 계속 읽었다. 이 소설은 꼭 읽어야해! 를 외치며 엄마에게도 추천하자 엄마는 나보다 더 열심히 이 책을 읽었었다. 지금도 가끔씩 꺼내 읽으면 엄마가 옆으로 다가와 내가 1권을 다 읽기 기다린 뒤 가져가서 읽고는 한다.
이 책은 그냥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책방에 들려 이 책을 펼쳐보며 눈물을 흘리고, 둘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던 나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연결선이며, 오랜만에 옛 친구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반가움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글이다. 지금도 둘의 미래를 상상해보곤 한다. 옛날에 소식이 끊긴 옛 친구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것처럼, 개리와 언의 행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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