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30 22:31
[응모]_태양의 탑_판타지_전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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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탑
순수하고 선한 재능있는 소년 키릴로차 르 반은 자신의 형제같은 존재, 일츠에게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할아버지, 친구들, 자신이 살던 고향, 아름다웠던 얼굴, 마법까지도. 그리고 마법사들을 위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영원히 고통받고 괴로워하리라 생각했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괴인 노틀칸 아스칼과에게서 금지된 마법서 <젤나러그 아이>와 <하치러그 랄트라>를 배워서 마법을 사용해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탈출한 그는 더 이상 때묻지 않은 소년이 아니었고, 복수를 갈망하는 음울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불완전한 마법서로 익혔기에 불완전한 힘과 생명을 완전히 하기 위해 태양의 탑을 찾아 나선다.
이 소설의 매력적인 점은 3인칭의 특이한 서술 방식과 대륙 최고의 마법사 아스트라한 데바키가 타로 카드로 그의 인생을 점치고, 한 장이 하나의 장의 제목이 되는 구성이다. 3인칭이기에 그의 내면을 그의 행동과 말을 하나하나 더 신경쓰게 되며, 그가 어떤 마음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한 하나하나의 묘사는 이 소설을 어렵다고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더욱 더 주인공과 주변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제목으로 제시된 타로카드는 의미를 알든 모르든 그의 운명을 넌지시 예측하게 만들며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더욱 기대하게 했다.
이 소설은 마법적인 것에 대한 신비스러움이 배경에 깔려있지만, 본질은 주인공 키릴의 복수다. 그의 분노, 슬픔, 절망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또 어떤 식으로 서서히 상처를 아물어가는지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그의 감정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리고 키릴이 일츠에게 어떻게 대했어야 했는지, 어디서부터 그들이 갈라지게 된 것인지 수없이 나 자신에게 묻고 답했다. ‘투명한 유리’와도 같은 순수한 소년이 그리 된 것이 그의 운명이었는지 작가에게 따지고 싶었다. 서서히 따듯한 마음을 되찾아가고 있는 그가 여행의 끝에서 그의 마법과 생명을 되찾고, 다시 친구들과 재회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만든다.
아룬드 연대기라는 전민희 작가 고유의 세계관이 존재하기에 새로운 세상과 문화를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다른 소설인 세월의 돌과 비교해 보며 과거와 미래를 이어가며 앞으로의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그려내는 것. 그것도 아직 미완결인 태양의 탑을 더욱 빛내는 요소이다. 언제 완결이 날지 알 수 없는 소설이지만 완결을 기다리며 상상을 해 봄으로써 키릴의 행복한 결말과 다음 소설들로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떠올리는 것은 즐겁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여태 보아온 소설들과는 다른 깊이 있는 문체와 아름다운 표현들을 품고 있는 태양의 탑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소설이었으며, 앞으로도 가까이 함께 할 나의 친구같은 책이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이 소설의 저자 전민희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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