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30 22:10
[응모]_검을 든 꽃_로맨스판타지_은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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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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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었다. 지난여름, 더운 공기가 떠나가지 못한 가을.
나는 집어 들었다. 책이 아니라 핸드폰이었다.
손에 쥐어진 익숙한 감촉, 익숙하게 손을 놀려 선택한 앱,
화면이 전환되며 노랗게 물든 화면, 나는 오랜만에 웹 소설을 읽기로 했다.
웹 소설 서비스를 시작할 무렵 읽었던 경험이 있고, 몇 편의 소설을 읽은 뒤 읽지 않게 되었다.
성공보다 실패가 잦았다. 문장력이 좋은 소설은 많았지만, 정형화된 비슷한 이야기도 많았다.
처음 읽을 당시 흥미를 느꼈던 이야기는 어느덧 흥미를 잃게 만든 원인이 됐다.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를 위해 시간을 쪼개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연스레 웹 소설에서 멀어졌다.
내가 멀어진 것과 별개로 웹 소설 시장은 커져만 갔고, 드라마로 만들어진 예도 있었으며,
유명한 소설은 흥미 잃은 내 귀에도 들려왔다. 그때마다 궁금함이 일었으나 내 마음은 쉽게 다 잡혔다.
잦았던 실패가 말을 걸었다.
“아니야, 질렸잖아.”
“잘 쓴 글인데 재미없게 느껴졌잖아.”
내 취향에 맞는 글을 찾지 못한 채 실패를 반복했다. 그 당시 느꼈던 돈이 아깝단 생각과
그보다 더 강렬하게 느꼈던, 그걸 읽느라 들인 시간이 더 아깝단 생각.
‘그 시간에 다른 걸 할 수 있었는데.’
생각이 쌓이니 즐겁기 위해 했던 선택이 후회됐다.
후회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정말 좋게 느낀 소설이 없었어?”
그렇지 않다.
당시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제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내용도 기억난다.
다만 좋고 즐거웠던 경험이 퇴색될 만큼 질린 상태였다.
후회하던 내가 다시 웹 소설을 읽기로 한 이유.
특별한 이유도, 특별한 계기도 없다.
연재되는 웹 소설을 읽으며 다음 화를 기다리던 시간, 소설 읽는 걸 좋아해서 웹 소설 서비스가 시작된 걸 기뻐하며 친구에게 말하던
순간, 재미있고 설레는 글을 읽으며 즐거웠던 추억,
몇 년이 지난 지금 떠올랐다. 떠올라서 그리워졌다.
다시 읽어보자고 생각한 뒤 검색해서 책 정보를 모았다.
정보 없이 끌리는 소설을 골라 읽던 그때와 달리 신중해지기로 했다.
내가 읽지 않은 시간 동안 읽어온 사람들, 그 사람들이 고맙게도 웹에 많은 정보를 공유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내 취향에 맞는 소설을 하나 골랐다. 그게 검을 든 꽃이었다.
「작가 은소로
작품 설명
에키네시아 로아즈는 평범한 백작영애였다.
마검에 조종당해 소중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 잔인한 운명을 겪기 전까지.
[두번의 기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행복해져보거라]
그녀는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다.
하지만 문제의 원흉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녀는 여전히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저는 단장님과 말을 나눈 적도 없는데, 어떻게 저를 아셨나요?
제가…… 무언가 실례를 했던가요?”
“그런 일은 없었다. 그저 그대가 눈에 띄었을 뿐.”
“눈에 띄었다고요? 제 머리카락 때문인가요?”
“…… 아니, 개인적인 관심이었다.”
과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남자와 과거를 지우고 싶은 여자.
그녀는 정해진 운명을 딛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간직한 남녀의 회귀 로맨스판타지, 검을 든 꽃.
발행자 연담
연령정보 전체이용가
(출처:https://page.kakao.com/home?seriesId=49302258) 」
이렇게 작품 소개를 보면 작가, 작품 설명, 발행자, 연령정보가 있다.
다른 사람 감상을 보며 여러 소설을 고민했지만 내가 검을 든 꽃을 고른 이유.
작품 설명에 나온 “그녀는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다.”는 부분과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궁금해서 고른 검을 든 꽃은, 마검에 조종당해 자신의 손으로 소중한 사람, 알지도 못하는 사람,
끝내 그녀의 의지가 아님을 알아주던 유일한 사람마저 죽여버린 주인공 에키네시아가,
특별한 힘을 지닌 열 개의 기오사 시리즈를 모두 모으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견디며, 자신의 힘으로 기적을 쟁취한 후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에키네시아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네 가지 이야기,
첫 번째는 마검 바르데르기오사의 성장기, 두 번째는 에키네시아의 모험기,
세 번째는 남자 주인공 유리엔의 연애 도전기, 네 번째는 유리엔 덕분에 해탈해버린 성검 랑기오사의 이야기.
하나같이 소중한 이야기지만 내 감정을 변화시킨 이야기는 바르데르기오사의 성장기였다.
검을 든 꽃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지만 바르데르기오사의 성장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바르데르기오사, 애칭 “발”은 철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같았다.
사람을 죽이자고 칭얼거리며 자신의 취향을 존중해달라던 검, 힘없는 사람을 죽이는 사이 달아나려던 사람을 실리적이라며
마음에 든다던 검, 화난다고 죽이면 살인마라는 제 주인의 말에 예전엔 그랬지 않았냐며 살인마가 맞다 말하던 검,
입 다물라는 말에 서럽다 하면서도 죽이잔 말을 안 하면 다정해질지도 모른다고 하니, 다정하게 굴면 더 이상할 거 같다며
이대로 지내자던 검,
마검 바르데르기오사는 그런 검이다.
난 주인공 에키네시아, 애칭 “에키”의 시각으로 발을 바라봤었다.
사람을 죽이자 속살거리는 마검에 속 터지다가,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한숨은 나도 모르는 사이 헛웃음으로 바뀌었고 헛웃음이 어느 순간 웃음으로 바뀌었다.
내가 바뀌는 사이 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본능을 억누르고 아무도 죽이지 못하게 되더라도 에키와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게 됐다.
마검에게 살의는 본능이며 동시에 존재 이유였다. 죽이고 나면 술에 취한 것처럼 흐물흐물 풀어지며
정신 못 차릴 정도의 충만감을 얻는다. 충만감을 포기하더라도 바르데르기오사보다 발로 남고 싶어 했다.
강력하고 유용한 도구가 분명한데도 자신을 사용하지 않아 이해할 수 없던 두 번째 주인,
대충 지어줘 겉으로 투덜거렸지만 속으로 몰래 좋아했던 처음 받아본 애칭 “발”,
죽이자 졸라도 들어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입 다물라 말하던,
천천히 물들여진 마검은 에키네시아를 좋아하게 됐기에 처음으로 이해하게 됐다.
욕구를 억누르며 타인을 위하는 인간의 심정을 알아버렸다.
욕구를 해소해야 풀어지던 마검이, 주인에게 칭찬받아 흐물흐물 풀어졌다.
에키로 인해 변화한 발이 말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을 제 주인으로 할지 결정했다고.
[너 같은 사람.]
바로 지금의 주인, 에키네시아 같은 사람.
나도 에키와 같이 숨을 멈췄다. 이상하게 마음이 뭉클했다.
사람도 아닌 검인데, 어린아이의 성장을 지켜본 느낌이 들었다.
내가 들은 말도 아닌데 감격스러웠다.
발의 성장기가 날 뭉클하게 만들었다면,
날 행복하게 만들어준 것은 주인공 에키의 말이었다.
“저는 행복해질 거예요, 율.”
시간이 흐른 후 지금까지 행복했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행복해질 거예요”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행복을 확신하는 표현,
행복을 찾아 나선 에키가 행복을 손에 쥔 것 같아 기쁘고 행복했다.
읽는 동안 주인공의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을 알았고,
‘지금, 정말로 행복하니까.’
외전 마지막 화를 읽으며 행복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이번 공모전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글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새롭게 느끼는 감정도 있었고, 놓쳤던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도 있었다.
검을 든 꽃을 읽은 덕분에 되찾을 수 있었다.
다음 화를 기다리게 되었고, 앞으로도 웹 소설 시장이 커지길 바라게 되었고,
재미있고 설레는 글을 읽으며 즐거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올려준 감상이 검을 든 꽃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줬었다.
그때 감상을 올려준 사람 덕분에 내가 이 글을 찾을 수 있었듯,
아직 이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내 감상문이 소개장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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