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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30 21:18
[응모]_요운당_로맨스판타지_언덕아래(이동희)
  글쓴이 : Mori
조회 : 523  
부윤현 북역 후미진 골목, 약재상 요운당에는 요물이 드나든다. 기이한 사연을 가진 자는 그곳에 가라. 볼 수 없는 자들의 세계에 발을 걸친 기인이 그곳에 있다. 요운당, 먼 구름 속 그곳에…….

「요운당」은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란에서 2015년에 열 달 가량 연재된 작품이다.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한 동양풍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얼핏 보면 [판타지] 란에서 연재 되었어도 무방했을 법하지만 퇴마나 범죄사건 등의 추리 요소가 가미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혹은 작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 몰라도 [미스터리] 란에서 서비스 되었다. 그리고 작가명이 필명에서 실명으로 바뀌게 되면서 [로맨스 판타지]로 장르가 변경되는데- 스토리 전개상 남녀의 ‘로맨스’ 요소가 다분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요운당」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단순 주인공 남녀의 애정 서사에 치중한 것이 아닌 보다 넓은, 여러 유형의 ‘애정’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 전반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 나가기 때문이다.
작중 세계관에서는 크게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계, 죽은 자들이 가게 되는 명계, 그리고 요물들이 살아가는 목혼국으로 세계가 나누어진다. 목혼국은 인간과는 다른 존재들이 살아가는 이계로, 흔히 우리가 ‘한국형 요괴’라 생각하는 존재들이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다.
병으로 요절한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수려한 외모를 가진 청년 호요. 그는 죽은 외조부 시호진에게서 물려받은 약재상 요운당을 운영 중이다. 요운당은 인계와 목혼국의 경계에 자리한 오래된 가게로 인간이나 요물들과의 약재 거래가 이루어지는 신비스러운 장소이다. 이 세상의 중간지점이나 다름없는 그곳에서 호요는 손님들에게 약재를 판매할 뿐 아니라 곤란에 처한 이들을 도와주는 상담사 및 해결사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도 어울리며 인계와 목혼국 어느 한쪽에 완벽하게 어울릴 수 없는,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며 살아온 호요. 그나마 제 사정을 잘 알고 있어 가끔 마음을 터놓는 존재는 외조부 시호진의 오랜 친우이며 도깨비들의 왕 목혼민 ‘린’과 호요가 어린 나이에도 약재상을 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후원자가 되어준 부윤현의 명문 오씨 일가의 한량 공자 ‘오세문’ 정도다. 인간과 목혼민 사이에서 가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요운당을 운영하는 자가 마땅히 감내해야 할 일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외로운 삶을 살아가던 호요. 어느 날 그런 호요의 일상에 변화를 일으킬 존재가 나타난다. 바로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저주하며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요운당을 찾은 윤씨 가문의 장녀 승정이었다.
도성에서 제법 명망 있는 윤씨 가문의 장녀로 태어난 승정.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산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어머니로 인해 ‘어미 잡아먹고 태어난 년’이란 꼬리표가 친아버지에게 붙은 것도 모자라 저와 가까운 이는 모두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여 일생을 고독하게 살아온 여인이었다. 커다란 저택의 외딴 별채에 격리되어 살아온 그녀는 자신을 이곳에서 도망치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이었던 다정한 성품의 약혼자가 원인 모를 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단 소식을 듣고 견디다 못해 도성을 도망치듯 빠져나와 요운당이 있다는 낙안 부윤현으로 향한다. 정말로 그녀는 아버지의 말처럼 ‘저주 받은 계집’인 걸까?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싶다. 그런 보통 삶에 대한 동경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승정은 자신의 지긋지긋한 운명을 바꾸고 싶어 요운당의 주인 호요를 찾는다. 이것의 두 사람 인연의 시작이었다.
네이버 연재 당시에도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독특한 세계관, 개성적인 등장인물 묘사로 입소문을 타던 작품답게 나 역시 지인의 추천으로 「요운당」을 보게 되었다. 무속신앙이나 전래동화, 퇴마사 같은 소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미 설정 자체가 초반부터 본인 취향 저격 작품이던 탓에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나는 「요운당」을 추천해 준 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엔 주인공인 호요와 승정의 애정 노선이 시종일관 느릿하고 몹시 잔잔하다. 두 남녀가 서로 첫눈에 반해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상을 공유하며 조금씩 호감을 느끼게 되고, 조심조심 한발한발 서로가 가진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다가가려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는 이의 마음까지 간질거리게 만든다. 나도 ‘누군가의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존재’란 사실을 서로를 통해 확인한 호요와 승정이 제 곁에 그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겨워 수줍은 미소와 따스한 시선을 저도 모르게 상대에서 보내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두 사람의 썸 타기가 속된 말로 ‘심심하다’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변경된 장르가 [로맨스 판타지]라 해도 애초에 [미스터리] 란에서 연재된 소설이니 만큼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에 좀 더 비중을 둔 소설이니 메인 남녀의 로맨스에만 스토리 전개가 집중되지 않았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리고 바로 그런 부분이 「요운당」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사는 곳도, 신분도 전혀 달라 만날 접점이라곤 하나 없어보였던 호요와 승정이 함께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며 상대를 향한 연모의 정을 키워간다. 마치 봄날에 돋아난 새순처럼 보송하기 그지없는 청춘남녀의 풋사랑이 굳이 빠른 급물살 전개를 타고 이루어져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스쳐 지나가는 손끝이 살짝 닿기만 해도 뺨이 붉어지고 갑자기 뛰어오른 심박 수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풋풋한, 짝사랑 아닌 짝사랑이 부러워 읽다 본인 옆구리가 살짝 시려올 정도면... 이미 충분히 ‘로맨스’라 할 만 하지 않은가 말이다.
「요운당」은 완결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빠른 기간에 2쇄를 더 찍어 재판매 되었지만, 2018년 현재 절판이 아닌 모든 온라인 서점이 품절 상태로 다시 재판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고 책방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운 좋게 챙겨 놓은 걸 만나게 되지 않는 한 지인에게 추천해도 N스토어에서 유료 결제한 E-book 형태로 밖에 보여줄 수 없단 것이 못내 아쉽다. 최근 이동의 용이성과 간편성, 책 보관의 공간 부족 문제로 전자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뒤늦게 이 소설을 보고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어 할지 모를 새로운 독자들을 위해 차후 재판되거나 개정판이 한번쯤 더 나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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