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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30 20:34
[응모]_다시 태어난 베토벤_현대 판타지_우진
  글쓴이 : 잉코치
조회 : 483  
○ 읽는 클래식
내가 처음 클래식 음악을 접한 것은 어렸을 적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서였다.
경박한 천재 모차르트의 생애와 그가 남긴 수많은 음악들, 그리고 그것을 시기하는 살리에리의 고뇌와 음모. 이것들을 한데 버무려낸 영상은 그저 어렵고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만 갖고 있던 클래식에 친근함을 가져다주었다.
두 번째는 좀 더 가벼웠다.
영화 아마데우스가 등장하고 한참 뒤, 드라마에서 클래식을 다루는 걸 본 것이다.
‘노다메 칸타빌레’와 ‘베토벤 바이러스’.
‘노다메’는 일본에서, ‘베토벤’은 한국에서. 클래식이라는 소재를 트랜디한 인물과 연출로 다듬자 그야말로 대박이 나버렸다.
유머러스하면서도 각자의 치열함을 가진 캐릭터들, 또 그들끼리의 사랑과 우정, 시기, 경쟁 등. 그 모든 이야기들이 클래식을 통해 발전되고 치유되는걸 보면서 사람들은 아마 클래식에 대한 인식을 바꿨을 것이다.
더 이상 클래식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영상매체를 통해 클래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는 지금 글로써 그것을 표현하려는 작품이 나타났다.
그것도 웹소설 이라는 가장 트랜디한 글의 형태로.

○ 들리지 않는 매체로 들리게.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라는 노래제목처럼 지금은 보는 음악이 대세가 된 시대이다. 뮤직비디오가 필수로 자리 잡았고 음반판매량보다 유튜브 조회수가 흥행을 판별하는 지표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영상매체와는 달리 글은 보고 들을 수 없다. Video는커녕 Radio보다 더 한계가 명확한 매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어떻게 글을 읽으며 소리를 떠올릴 수 있을까.
다음은 ‘다시 태어난 베토벤’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준비를 마친 우리는 다시금 봄이 다가옴을 노래했다.
  잔혹한 바람 속에서도 빗발치는 눈 속에서도 끝끝내 무너지지 않는 굳은 의지.
  그 의지가 이끌어간 끝에는 결국 따사로운 햇살이 비칠 거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피어오르는 플루트.
  천천히 그러나 무게감을 지키며 따르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

클래식을 몰라도 상관없다. 플루트와 콘트라베이스의 음색을 들어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피어오르는 플루트’에서 맑게 퍼져 나가는 소리를, ‘무게감을 지키며 따르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에서 뒤를 받쳐주는 묵직한 저음을 상상할 수 있다.
이정도면 충분히 아름답고 희망찬 음률을 떠올릴 수 있다.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음악적 상상력은 충분히 자극시켜준다.
이것이 음악, 그중에서도 클래식을 주제로 한 글이 편하게 읽히는 주된 이유일 것이다.

○ 베토벤을 웹소설에 녹여내다.
하지만 단지 훌륭한 표현이 웹소설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다시 태어난 베토벤’은 웹소설의 기본공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환생과 성장이라는 코드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나 베토벤의 환생이라는 점은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먹힐 만한 것이었다. 아무리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 해도 베토벤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며, 그의 음악 또한 지나가다 한번쯤은 들어 봤을 테니까. 이렇듯 익숙하고 유명한 인물을 환생시킴으로써 다양한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한 가지 영리한 점은 베토벤이라는 인물이 과거에 충분히 치열하고 힘든 생을 살아왔다는 것에 있다.
웹소설이라는 가벼운 형태의 글에서는 주인공의 고난의 과정을 쓰기가 힘든 법인데, ‘다시 태어난 베토벤’에서는 그 과정을 모두 환생이전의 베토벤에게 맡겨버렸다.
베토벤은 살아생전 치열하게 음악생활을 이어왔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말년에는 청각을 상실한 상태에서도 작곡을 해왔다. 주인공으로써 가져야 할 고통과 시련은 이미 다 겪었다.
다시 태어난 베토벤에게는 꽃길만이 남은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인 배도빈이 보여주는 성장의 과정에는 답답함이 없다.
오로지 놀라움만이 가득하다.
가족을 놀라게 하고, 주변을 놀라게 하고, 한국을, 세계를 놀라게 한다. 무엇하나 걸리는 것 없이 끝을 모르고 뻗어나가기만 하는데, 독자들은 이것에 아무런 의심도 않고 그저 흐뭇하게 볼 뿐이다. 왜냐? 베토벤이니까.

○ 배도빈과 현대의 인물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갈등 없이 글을 이끌어 가진 않는다.
작게는 가족 간의 불화에서부터 크게는 거대플랫폼과의 이권다툼까지. 그 중에도 가장 재밌는 것은 라이벌들과의 갈등이다.
작중 주인공은 현대의 천재들과 라이벌리를 형성하는데, 유소년기에는 최지훈과, 이후에는 가우왕, 찰스 브라움과 대립구도가 만들어진다.
위 세명의 인물이 주인공과 경쟁하고 인정하고 협동하게 되는 과정은 마치 브로맨스처럼 보는 이의 심장을 간질인다.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세 남자.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증명하기 위해 소심하게 또는 무례하게 배도빈에게 다가서고 음악으로 그들의 열정을 폭발시킨다. 이윽고 배도빈과 그들이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순간, 마치 독자들은 응원하던 애정라인이 커플로 이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라이벌을 이뤘던 캐릭터들이 악역으로 소모되지 않고 독자들이 기대하는 또 다른 인물로 남은 것이다.
아마 그 배경에는 현대의 천재들에 대한 존중도 담겨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역사적인 인물 베토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현재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천재들을 무작정 깔아뭉갤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런 태도는 사카모토 료이치나 푸르트벵글러를 대하는 주인공의 자세에서도 나온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두 캐릭터는 베토벤에게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실에서도 열심히 클래식을 발전시키고 있는 천재들에 대한 작가 나름의 리스펙트가 아닐까.

○ 아쉬움
아무래도 웹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맞게 요즘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을 활용했다.
그 중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스탯창과 댓글이다.
스탯창은 초반 몇 화에서 보여주다 작가 스스로가 파기한 설정인 듯싶다. 아마 그 설정을 그대로 밀고 나갔어도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결정이 옳았다고 본다. 다만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
다음은 댓글의 활용인데, 댓글창은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평가와 여론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또한 특유의 말투와 인터넷 용어들은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너무 자주 사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댓글 시스템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다가는 자칫 분량 때우기로 느껴질 수도 있음이다.

○ 이야기
결국 내가 클래식을 접한 경로는 모두 스토리가 존재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까지.
클래식음악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기 보다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 다뤄지는 소재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은 이야기다. 클래식 자체 보다는 이야기의 힘이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베토벤’은 그런 힘 있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베토벤의 생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를 알았고 피아노 협주곡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고 모차르트의 생애와 살리에리를 알게 된 것처럼.
이 정도면 클래식 업계에서 작은 표창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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