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처음 받았을 때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해보자면,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어딘가의 사망하자마자 세이브포인트로 돌아가 다시 공략을 하는 이를 생각나게 할 만큼 말이다.
하지만 곧 그런 감정이 사라지며 주인공의 감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른 요소에 관심이 끌리게 되었다. 바로 ‘신’이었다.
많은 소설이나 매체, 혹은 종교 등에서 중심이 되는 신은, 그에 대한 역사나 정보, 학설이나 관련 서적이 너무 많아 그것을 명확하게 단정 짓거나 하는 것이 어렵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을 다룬 ‘그리스 로마 신화‘, 게르만 민족이 믿은 신을 다룬 ‘북유럽신화’,
켈트 일족이 믿은 신을 다룬 ‘켈트 신화’ 등, 신에 대한 이야기는 많아도 너무 많다.
그렇다면 이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에서 나온 신은 어떠할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점은 그들 역시 ‘인간적’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모험의 신’, ‘느림의 신’, ‘희망의 신’, ‘죽음의 신’이라는 각각의 개념마다 신을 정해놓고 그에 대해 인격을 가지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완전하지 못하고, 인간같이 불완전하며 자신을 위해 인간을 활용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신’이라는 존재가 형성되는 이유와 그 신이 된 인간에 대해서다.
현실에서의 종교에서는 흔히 ‘성인’이 신으로 추앙받는다. ‘예수’와 ‘석가모니’처럼 말이다.
신이 되는 이유가 ‘신앙’ 혹은 그와 비슷한 ‘믿음’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하고, 이를 이룬 존재를 ‘신’이라 칭한다. 그렇다면 작중에서 신이 되었다고 묘사된 주인공은 정말로 신이라고 명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해 나는 이야기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초반부에 있어서 주인공은 단지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누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겪어야 했다. 그로 인해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꽤나 치밀하게 이루어졌고, 중반을 넘어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왔다. 하지만 ‘용두사미’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그런 치밀한 작품 구성에도 불구하고 후반은 너무나도 어이없게 무너졌다. 마치 신이된 것이 모든 것의 마지막인 것처럼 말이다. 신이 된 주인공은 더 이상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았고, 단지 사건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중요한 복선 몇 개는 풀리지 않았으며, 중요하다 생각했던 인물들의 비중은 없다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작가가 지쳐 급히 마무리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이 결말에 관해서는 주인공이 ‘신’이 된 것과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주인공이 신이 됨과 동시에 세계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세계를 위협하던 위험은 사라지고, 세계관 자체를 없애려하던 근본적인 악의 계획 역시 저지된다.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은 오직 사건을 저지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감정을 이해하려는 면이 적어지게 된다.
마치 감정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가 완전히 감정을 잃어버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이미 인간을 벗어난 신이기에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행동에 연관시키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나타내듯 주인공이 그토록 기다리던 동료와의 만남이나, 사랑하던 연인과의 재회 등 감정적인 일들은 비중을 두고 나타나지 않았다.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묘사될 정도로 주인공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말이다. 이는 작가가 깜빡하고 급하게 마무리를 하다 생긴 일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이해가 갔다. 그동안 작품에서 봤던 신들 중에서는 더 이상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더 많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정말 주인공이 신이 된 것을 작품의 마지막으로 한 것일까?
지금으로서는 그렇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작가조차도 신이라는 존재를 완벽하다 규정하고 그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낼 수 없기에 그런 결말을 만든 것이리라.
불완전하고 감정에 휘둘리던 인간에서 벗어나, 신앙과 믿음을 받고 신으로 거듭난 주인공은 결국 완벽하게 변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을 작가는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그가 생각하는 완벽함(신)을 향한 길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이 작품에 대해서는 필자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할 말이 산더미같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그동안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작품의 결말에 대해 무작정 실망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그 실망감을 느끼게 한 작가의 생각도 느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 또한 신이 아닌 불완전한 인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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