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은 마음이고, 마음은 칼이다. 마법과 칼에 대한 끝없는 고찰, 탐그루
‘세상을 바꾸는 건 무기가 아니라 사람이야. 살아 있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야’
‘무기를 드는 순간 사람은 변한다’
위의 문구는 탐그루에 나오는 마법이다. 기존의 라이트닝, 파이어볼처럼 이름만 보더라도 이게 무슨 마법인지 알 수 있는 것과 달리 탐그루의 마법은 글만 봐선 어떤 마법인지 알 수 없다. 마나의 개념도 없고, 마법의 언어를 통해서만 마법이 발현된다. 단지 마법의 언어를 아는 것이 아닌, 마법의 언어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탐그루의 마법에는 철학이 들어있고, 일반인도 아주 가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아주 가끔 일반인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탐그루에서의 마법은 그저 선택받은 사람만 사용하는 환상적인 것이 아니다. 탐그루에 나오는 대마법사 아킨은 마법은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인간의 마음 그 자체에 가깝다고 한다. 즉, 사람이 간절한 마음을 가지면 그것이 마법처럼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탐그루에서 칼은 마음이라고 한다. 즉, 칼은 사람의 의지라는 것이다. 탐그루에 나오는 대마법사 아킨은 칼을 반대했다. 그 이유는 마법은 인간의 마음 그 자체에 가깝지만 칼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마법을 낳는 것과는 반대로 칼은 마음을 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탐그루에 나오는 국왕 기사단 단장 카를로스 카롤로스는 칼의 힘이야말로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바꾸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한다. 선을 악으로, 악을 선으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 결국 칼을 요리가가 쥐면 음식을 만들어 내지만 악당이 잡으면 사람을 해하는 도구가 되듯, 칼은 그것을 쥔 사람이 어떤 의지를 지니느냐에 따라 목적성이 바뀐다는 말이다.
마법과 칼은 탐그루에 나오는 수르카(마법)와 라이짐(칼)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 의미가 잘 드러난다. 작중 일어나게 되는 큰 사건으로 수르카와 라이짐은 자이벌과 귀족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그를 위해 수르카와 라이짐은 여행을 떠나 용병단에 들어가게 된다. 수르카와 라이짐이 속한 용병단이 죄 없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수르카는 그에 떠나게 되고 라이짐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하며 용병단에 계속 남는다. 수르카는 그토록 증오하던 자이벌이나 귀족이 하는 행동과 다름없는 짓을 한 용병단을 떠나 마법의 길을 가게 되고 라이짐은 계속 남아 칼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대마법사 아킨의 말처럼 칼이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그저 소설 속의 내용일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적용되는 철학이다.
환상과 현실의 모호함, 탐그루
또한, 작가는 그 당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탐그루를 통해 녹여냈다. 평민들 중에 엄청난 부로 귀족급 힘을 갖는 자이벌(재벌)이 나오며 그 대표적 가문으로 세스타(삼성), 헌다이(현대) 등이 등장한다. 또한 광주민주화운동을 하잔에서 일어난 민중봉기를 통해 풀어냈으며 작중 등장하는 임프시의(IMF를 그대로 읽으면 임프) 내용과 임프시 초기 다리 붕괴(성수대교 붕괴)를 반영하는 내용 등이 그러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당시 사회를 비판을 할 뿐만 아니라, 소설 속 자이벌과 현실 속 재벌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탐그루는 비류와 세헤라자드의 현실 속 이야기와 세헤라자드가 해주는 이야기 속 이야기로 이루어진 액자식 구성이다. 이는 탐그루의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탐그루에 등장하는 비류와 세헤라자드가 속한 세계에서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세헤라자드는 환상의 세계가 완성되면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었으나, 여기서 얻을 수 없는 건 어느 곳에서나 얻을 수 없고, 여기서 행복할 수 없으면 어디서도 행복할 수 없다는 대사를 하며 환상의 세계를 막고 현실의 세계를 구한다.
탐그루에 등장하는 비류와 세헤라자드의 세계관 속 하늘은 회색빛만 가득한데,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건이 생긴 날의 밤하늘에서만 희망 가득한 별빛을 볼 수 있었다.
즉, 너무 환상만 쫓지 않고 현실세계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그 중간점을 찾을 때에만 희망을 이루어 줄 수 있는 별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르카와 라이짐을 통해 잘 나타나는데, 환상만 쫓는 수르카는 현실에 괴로워하고 현실에 사는 라이짐은 그 현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또한 탐그루에 나오는 대사인 ‘해야 할 일이 먼저이고,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나중이다’를 통해 잘 드러난다.
탐그루는 마법과 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리를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주제의식이 매우 잘 나타낸 소설이다. 그리고 액자식 구성과 자이벌, 임프 등의 단어를 넣으며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소설과 현실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결말 부분이 아쉽다고 하는데, 나는 결말 부분까지 탐그루의 주제를 매우 잘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결국 소설은 현실이고, 현실은 본인의 몫이다.
마법은 마음이고 마음은 칼이라는 것. 간절한 마음은 마법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
탐그루는 꿈만 꾸던 나에게 많은 생각과,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해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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